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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62

무진기행 - 김승옥 오래간만에 읽는 한국 근현대 소설일 듯 하다. 어느날 문뜩 예전에 읽었던, 짙은 안개가 껴서 몽환적이고 음습한 분위기의 소설이 생각이 났는데, 어떤 소설이었는지 기억이 안나서 찾다가 다시 읽게 된 책이다. 비록 찾던 소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흥미있게 읽은 책이다. 책 제목은 무진기행이지만, [무진기행] 외에도 [서울 1964년 겨울], [생명연습], [건], [역사], [차나 한 잔], [다산성], [염소는 힘이 세다], [야행], [서울이 달빛 0장] 등 김승옥 작가의 단편 소설 10편이 수록되어 있다. 다들 단편 소설이라 줄거리를 요약하면 사실 소설의 전체 내용이 될 듯 싶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60-80년대 한국소설은 거칠고 난폭하다. 소설의 내용과 표현 등이 전투적이다. 작가마다 모두 독특한 .. 2023. 10. 10.
용의자 x의 헌신(容疑者Xの献身) -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 인터넷에서 어디선가 이 책에 대한 얘기를 봤던 기억이 나서, 알라딘 서점에 갔을 때 보이길래 가볍게 읽기 위해서 샀던 책이다. 일본소설의 한국어 번역책들은 번역이 대부분 굉장히 잘 되어 있어서 읽기 매우 편한데다가 내용이 매우 가볍고 단순해서 한나절이면 다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천재' 수학자이지만 고등학교의 수학교사로 일하고 있는 주인공, 주인공이 사모하는 옆집 전직 호스트 출신의 여자와 딸. 그들을 연결시킨 우발적 살인과 이를 파헤치는 형사와 '천재' 물리학자이자 대학의 조교수로 일하고 있는 친구들로 꽤 단순한 인물들로 이루어진 단순한 스토리이다. 작가가 '살인에 대한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또다른 살인을 저지른다'라는 하나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그 위에 살을 입혀서 나온 소설이 아닌가 싶다. 개.. 2023. 10. 2.
A man called Ove (오베라는 남자) - Fredrik Backman (프레드릭 베크만) 책의 표지대로, 오래간만에 웃다가 울고 울다가 웃게 만드는 소설이다. 퇴직하기에는 조금 이르지만 실직하게 된 심술궂고 세상이 늘 불만인 늙은 아저씨, 혹은 할아버지의 얘기라고 생각했지만, 심술맞은 것은 그가 아니라 세상이 그에게 너무 크나큰 불행들을 주었던 것이었다. 대답하지 않는 아내에게 계속해서 얘기하던, 초반부터 설마했지만, '자, 이제 미간의 주름을 풀고 눈물 흘리면서 읽을 준비하세요'라고 작가가 말하듯, 주인공 오베(Ove)가 왜 계속 자살을 시도하는지를 설명하듯, 그가 가장 그리고 유일하게 사랑했었던 아내가 이미 죽었다는 것을 얘기하며 이야기는 오베가 심술궂게 보이는 이유는 그가 너무 슬퍼서라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 2023. 9. 29.
인생의 베일(The painted veil) - 서머싯 몸(W. Somerset Maugham) 예전에 어디선가 책에 대해서 얘기할 때 잠깐 언급된 적이 있었던 책인데, 지난번에 한국에 갔었을 때 중고 서점에서 보이길래 구매하여 읽게 되었다. 영국이 아편전쟁으로 중국의 홍콩을 점유하던 시기에, 남편을 따라 홍콩으로 건너온 키티라는, 이 허영심 많고 속물이며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키티는 더 높은 신분이나 돈 많은 남자에게 시집을 가는 것이 여성으로서 혹은 딸로서 최고의 성공으로 여기는 어머니 밑에서 스스로도 그렇게 속물적이게 자라게 된다. 예쁘장한 얼굴에 흰 피부로 어린 나이에는 많은 남자들의 청혼을 받았지만, 자기가 원하는 것에는 미치지 못하여 계속 퇴짜를 놓다가 혼기를 놓치고 결국 자기보다 '못생긴' 동생이 더 잘난 결혼을 자기보다 더 빨리 하는 것이 보기 싫어 홍콩에서 .. 2023. 6. 25.
도둑맞은 가난 - 박완서 언젠가 한번 읽어보고 싶었던 책을 헌책방에서 찾았다. 비록 청소년판이긴 하지만, 설마 내용을 바꾸진 않았을 것이고, 박완서 작가의 다른 소설들 중 청소년들이 읽었으면 하는 것들을 묶어서 내면서 청소년판이라고 이름 지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에는 , , , , , , 등의 소설들이 한권에 묶여 있다. 책의 제목이자 첫 소설인 은, 잘 나가던 집이 하루아침에 풍지박산나며 부자에서 빈민층으로 떨어진 신세와 희망 없음을 못 견디고 일가족이 자살한 가운데 혼자 살아남아 하루 하루를 힘겹게 하지만 씩씩하게 살아가며, 자살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도 쉽게 삶을 포기한 부모에게 자랑이자 반항인 주인공에게 다가온 사랑이 사실은 자신들이 그렇게 힘들게 살아온 가난을 '체험'하기 위해서 몰래 잠입한 부자였음.. 2023. 6. 4.
더블린 사람들(Dubliners) -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 지난번 한국에 출장 갔다가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산 책이다. 제임스 조이스라 위대한 작가라는 것은 들었었지만, 정작 그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사게 되었다. 사실 [율리시스]가 이미 있기는 하지만 왠지 엄두가 나지 않아서 시작도 못하고 있다가, [더블린 사람들] 번역본이 눈에 띄어서 사서 읽게 된 것이다. 아일랜드 작가인 제임스 조이스가 태어나고 자란 더블린이라는 지역을 바탕으로 쓴 15편의 단편 소설을 묶은 소설집이다. , , , , , , , , , , , , , , 이라는 15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이야기는 완전히 독립되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다. 앞의 이야기에서 끝날 때쯤 나왔던 소재 일부가 다음 이야기에서 주제로 사용되는 그런 느낌이다. 아일랜드에서 더.. 2023. 5. 19.
허삼관 매혈기(許三觀賣血記) - 위화(余華) 오래간만에 읽는 중국 소설이다. 알라딘 서점에 들렀을 때, 눈에 띄어서 산 책이다. 허삼관이라는 중국 근현대 시대의 노동자가 삶의 고비 때마다 피를 팔아서 역경을 헤쳐나가는 이야기이다. 소설의 느낌은 한국의 근대 소설을 읽는 듯 한 느낌인데, 아마 중국의 근대사와 한국의 근대사가 어느정도 공통점이 있는데다가 두나라의 문화도 비슷해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성안의 누에고치 공장에서 종사하는 허삼관은 어릴 때, 자기를 키워주던 삼촌에게서 '피를 팔지 않으면 건강하지 않다는 증거이고 건강하지 않다는 증거는 남자로서의 구실을 못한다는 것이다'라는 말을 듣고 피를 팔러 병원으로 향한다. 하지만 피를 판다는 것은 단순히 건강하다는 증거로서가 아니라 당시 농민이나 노동자로서는 모으기 힘든 돈을 습득하는 기회이기도 한데.. 2023. 4. 2.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ナミヤ雑貨店の奇蹟) - 히가시노 게이고 ( 東野 圭吾) 한국에 출장을 갔다가 다시 중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출국용 PCR 검사를 하는 곳이 김포국제공항에 있어서 지하철로 왔다갔다 2시간정도 걸리길래 근처에 있는 중고 서점에서 잘 보이고 쉽게 읽을 수 있어 보이는 책을 하나 골라서 읽게 되었다. 지하철에서 마저 다 끝내지는 못하고 중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마저 읽었는데, 역시 일본 소설다운 소설인 듯 하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일본 소설에는 이렇게 판타지같은 혹은 기묘한 이야기 같은 소설들이 꽤 많은 듯 하다. 한국 소설에서는 이런 소재들은 거의 못 본 듯 하다. 나미야 잡화점에 의도치 않게 숨어 들어가게 된 세명의 좀도둑이 그 잡화점에서 겪게 되는 신비한 이야기들이다. 세 좀도둑은 이 잡화점의 주인이었던 나미아씨의 말년에 우연찮게 시작한 고민상담이,.. 2023. 3. 17.
All the light we cannot see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 Anthony Doerr (엔서니 도어) 갑자기 바빠진 회사일 때문이라는 핑계를 앞세워, 몇달이나 걸렸던 책을 드디어 끝냈다. 미국에 출장을 갔었을 때, 마트에서 충동적으로 샀던 책인데, 이 책이 2차 세계대전 배경이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책을 구매하거나 읽으려고 펴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왜냐하면 전쟁을 배경으로 한 소설들은 늘 너무 가슴이 아프고 다 읽고 다면 뭔가 가슴 속에 타들어가서 사라진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 독일과 프랑스에서 살고 있던 각각의 주인공들은 전쟁의 기운이 드세워지고 그 태풍같은 상황에 휩쓸려 살아가다가 서로의 삶이 서로 교체하는 매우 단말마의 교차점을 지나치며 다시 매우 강한 여운을 남기고 멀어진다. All the light we cannot see라는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2022. 11. 22.
비둘기(Die Taube) - 파트리크 쥐스킨트(Patrick Süskind) 몇권의 책들을 읽다가 재미가 없거나, 영어 실력이 모자라서 읽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거나, 혹은 아예 이해를 못하고 있거나 등의 이유로 계속 완독을 실패하다가, 결국은 다 포기하고 얼마전 한국에서 아버지가 보내주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오랜만에 읽는 단편소설인데, 단편소설들이 간결하지만 강력하고 압축된 이야기이다. 전쟁통에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주인공 조나단 노엘은 파리로 건너와서 은행의 정규직 경비원이라는 행운과 저렴하지만 아늑한 방을 구하는 행운을 얻게 된다. 가진 것을 모두 잃고 온 도시에서 최소한의 짐만을 가지고 단칸방에서 조촐하게 살면서, 매우 규칙적인 간결한 삶을 살고, 그러한 삶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던 노엘은 50대에 어느날 자신의 방이 있는 건물에 날아든 비둘기 한마리 때문에 생긴 .. 2022. 1. 26.
The Boy in the Striped Pajamas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 John Boyne (존 보인) 동일 제목의 영화가 이미 만들어져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왠지 책으로 읽고 싶어서 사게 된 책이다. 중국에서 타오바오로 산 것인데 가격이 매우 저렴한 것으로 보아 복제본이 아닐까 싶다. 영화 포스터이자 책의 표지가 사실 거의 모든 줄거리를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간결하고 직설적인 소설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장교인 아버지를 따라 브루노(Bruno)가 아버지를 따라 유태인 수용소였던 Out-with -사실은 아우슈비츠(Auschwitz)이나 어린 브루노는 끝까지 잘 못 발음한- 의 옆으로 이사한 후 수용소에 갇혀 있는 Shmuel을 우연히 만난 후 벌어진 짧은 소설이다. 베를린에서 천진난만하게 지내던 브루노는 히틀러의 지시에 따라 아버지가 유태인 수용소의 유태인 학살 책임자로 감에 따라.. 2021. 8. 14.
The Wonderful Wizard of Oz (오즈의 마법사) - L. Frank Baum (라이먼 프랭크 바움) 성인이 된 후 봤던 TV 시리즈 혹은 드라마 중 아직까지도 가장 좋아하는 TV 시리즈인 미국판 시즌 2에서 나왔던 장면이 있다. 주인공 중 한명인 Michael이 자신의 여자친구인 Jan과 헤어지려고 노력하는 장면인데, 약간의 여성편력이 있는 그가 자기 사무실에 근무하는 여성들을 쇼핑몰에 데려가서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쇼핑몰 내에 있는 소원분수에 동전을 던지고 소원을 빌었다는 것을 나레이션하는 부분이 있다. 거기서 나왔던 나레이션의 일부가 아래와 같다. -------------------------------------------------- There's a wishing fountain at the mall. And I threw a coin in for every woman in the world .. 2021. 6. 26.
Under the skin (언더 더 스킨) - Michel Faber (미쉘 파버 ) 은 굉장히 충격적이면서 매력적인 소설이다. 동명의 영화 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영화는 이 소설에서 상당히 일부분의 컨셉만 빌려왔고 영화의 내용은 소설과 전혀 다르다. 이설리(Isserley)라는 주인공은 외계 행성에서 인간들을 포획 후 후처리하여 '고기'로 만든 후 이 고기들을 다시 자기 행성으로 보내기 위해 만들어진 지구의 공장에 파견되어 있는 외계인이다. 지구에 파견나와 일을 하는 소수의 외계인들 중 Isserley의 역할을 지구인을 포획하여 고기화 시키는 공장으로 보내는 것이다. 그들은 영국의 한적한 시골 숲 속에 작은 도축장(!) 같은 공장을 만들어 이곳에서 지내면서 일을 하는데, 이 중 Isserley는 유일한 여성이다. 그래서 원래 4발로 걷게끔 진화되어온 자신의 신체에 대대적인 성형수술을 .. 2021. 5. 8.
하우스프라우(Hausfrau) - 질 알렉산더 에스바움 (Jill Alexander Essbaum) '하우스프라우'는 독일어로 가정주부라는 뜻이라고 한다. 혹은 와 매우 닮았으며 또는 생각나게 하는 책이라고 하는데, 둘 다 읽어보지 못한 나는 오히려 를 읽고 '아, 나 책이 이런 느낌이겠구나'라고 알 수 있게 되었다. 가볍게 읽으려고 시작했던 책인데,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헉!'하는 놀람과 '후.....'하는 한숨의 반복을 자아냈던 책이다. 미국 여인 '안나'가 스위스 남자와 결혼 후 스위스로 이사온 후 겪게 된 정서적 불안과 고립감에서 온 '막장' 스토리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녀가 너무 안타깝고 "괜찮아...모든게 다 잘 될거야"라고 토닥거리고 싶게 만들었다. 스위스라는 국가의 지리적 고립에서 오는 고립감에서 발전해 온 듯 한 '이국민에 대한 친절한 배척'은 안나를 남편이 아닌 사람을 '진정으로 .. 2021. 3. 3.
20,000 Leagues under the sea (해저 2만리) - Jules Verne (쥘 베른) 너무 유명한 소설이지만 정작 읽어본 적도 없고 주변에 읽어봤다는 사람도 별로 없는 소설인 [20,000 Leagues under the sea]를 사서 읽어보았다. 예전에 봤던 영화 [Sphere]에서 배우 사무엘 잭슨이 해저 2만리를 읽으면서 공포감이 극대화되던 장면을 생각했기에 책을 읽기 전에는, 책 제목과 영화 [Sphere]의 영향으로 해저에 사는 괴물에 대한 공포 소설인 줄 알았다. 하지만 [해저 2만리]로 번역되는 이 책은, 읽기 전에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정말 많이 틀렸다는 것을 알려주며 많은 놀라움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은 공포 소설이 아니었다. 바다에서 대형 고래로 생각되는 괴생물체가 나타나서 바다의 상선들이 이 때문에 침몰되는 사건들이 벌어지자 이 '고래'를 잡으러 포경선에 몸을 실었으.. 2020. 1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