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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The man who mistook his wife for a hat) - 올리버 색스 (Oliver Sacks)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라는 이 책을 선택해서 읽게 된 것은 사실 실수였다. 책 속의 중년의 남자가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것처럼 나는 이 책을 소설로 착각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실제로는 소설은 아니고 신경과 전문의인 올리버 색스 박사가 경험했던 환자들의 대한 에세이이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싶어서 읽기 시작했지만, 책 속의 내용은 소설보다도 더 소설같은 실제 내용들이다. 신경과 의사인 저자는 자신이 상담 혹은 치료했던 환자들 중 특별한 '고객'들의 이야기들을 해주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뇌나 중추 신경계에 선/후천적 질병이나 사고로 일반인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선후천적인 뇌 기능의 부분적인 문제들로 인해 나타난 현상들에 대해서 저자는 4가지.. 2019. 8. 28.
여자 없는 남자들(女のいない男たち) - 무라카미 하루키(村上 春樹) 소설 [1Q84] 이후 1년만에 다시 읽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다. 하루키의 소설들은 아무래도 읽기가 편하고 그 특유의 분위기가 있으며, 이전에 손에 잡혔던 소설 모두 재미있게 읽었었기 때문에 아마 올해 초여름 한국에 잠깐 들어갔을 때, 서점에서 별 생각없이 '한번 읽어볼까'하면서 샀던 책인 듯 하다. 역시 하루키 소설답게 술술 읽히면서도 뭔가 몽환적인, 그렇다고 '몽환적'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한...그런 느낌의 책이다. [여자 없는 남자들은] 책은 7가지 짧은 단편 소설들로 이루어진 책인데, 이 7가지 이야기들은 모두 왠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그렇다고 약하다고 할 수 없고 오히려 뭔가 뒤에 거대한 투명한 막같은 연결 고리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 자궁암으로 죽은 아내가 바람핀 남자에게 '.. 2019. 8. 8.
28 - 정유정 바로 전에 읽었던 [The Lexus and the olive tree]에 많이 실망하고, 내게는 너무 따분한 책이었기에 가볍게(?) 기분 전환할 겸, 오래 간만에 한국 소설책을 손에 잡았다. 생소한 작가이고 생소한 책 제목인데, 아마 알라딘 서점에서 무심코 샀던 책일 것 같다. 개와 인간에게 전염되는 전염병에 의해 경기도의 가상 도시인 '화양시'가 초토화 되고, 정부는 그 안에 있는 화양시와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기에 화양시에 '재수없게' 들어간 사람들을 화양시에 가둬두지만, 방법을 찾지 못해 아비규환이 된 시에서 살아남는 혹은 죽어가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러 주인공들의 시선을 오가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데, 그 중 특이한 것은 '링고'라는 '늑대와 같이 생긴 개'의 시선도 마치 한명의 사.. 2019. 8. 4.
The Lexus and the olive tree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 Thomas L. Friedman (토머스 프리드먼) 왜 이 책을 사게 되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책의 내용을 전혀 반대로 예상하고 샀을 것 같다. 1999년에 출판된 이 책은 20년 전이라서 그런지 현재의 상황과는 약간 다른 '미래'를 (당시로 치면 현재는 20년 후의 미래이니...) 예상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많이 차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읽는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저자인 프리드만은 스스로를 국제화(globalization) 예찬론자라고 소개할 정도로 국제화, 그리고 자본주의화에 대한 무한한 지지와 희망을 얘기하고 있다. 렉서스로 상징화된 국제화가 가져다 줄 상향된 생활 수준과 올리브 나무로 상징화한 민족/종교/문화와 같은 정체성 사이에서 많은 사회와 국가, 개인과 집단들이 고뇌/고민하고 있으나 결국 국제화만이 현대 인류가 갈 방향이며.. 2019. 7. 29.
백년동안의 고독 (Cien años de soledad)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Gabriel José de la Concordia García Márquez) 어느날 이 책을 읽고 있던 모습을 본 동료가 '똑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나와서 이상한 얘기를 하는 책'이라는 자신의 소감을 말해주었는데, 사실 나도 이 책을 읽기 시작하고 얼마 안되었을 때는 작가가 한 사람의 이야기를 비슷한 이름으로 불러가며 장난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였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 은 정말로 비슷한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나오는 부엔디아 가문의 이야기다. 처음에는 판타지 소설인가 싶을 정도로 꿈인지 실제인지 애매모호한 묘사와 비유를 통해 이야기를 이어가지만 이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혹은 이런 작가의 화법에 익숙해짐에 따라 매우 오묘하게 사실주의적인 내용임을 알게 된다. 늪지대에 '마콘도'라는 마을을 개척하여 살기 시작한 부엔디아 가문에 대한 이야기들은 사실 콜롬비아의.. 2019. 4. 13.
내 남자 (私の男) - 사쿠라바 카즈키 (櫻庭一樹) '내 남자'라는 제목과 일본 이름의 작가를 보면서, 내용도 굉장히 도발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였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이런 플롯의 소설과 이런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일본 소설에서만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도발적이라고 하기에도 밋밋하며 충격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식상한 느낌마저 있는, 반전에 반전을 넘어 한꺼풀씩 벗겨지는 그들의 과거의 관계, 서로간의 감정들을 깨닫게 되면서 언어로 묘사하기에는 너무나도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이, 오히려 스스로 곱씹는 과정에서 투박하고 잘 다듬어 지지 않은 단어 속에서 사라지는 느낌이다. 단순히 근친상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상황을 단순화시켰다고 느껴지며 '내 남자'가 단순히 이성적인 감정을 넘으며, 그녀의 '죽어 뼈가 되어서도 같이 있을 수' 있고 싶다는 .. 2019. 3. 3.
Contact (컨택트) - Carl Sagan (칼 세이건) 십수년 전에 보았던 조디 포스터가 주연한 동명의 영화와 동작가의 코스모스 책이 주었던 감동 때문에 다시 칼세이건의 를 구매하여 읽게 되었다. 같은 작가의 책 와 같이 이 책을 읽는 데도,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꽤 오랜시간이 걸렸다. 우선 소설의 내용과 영화 내용이 생각보다 많이 다르다. Vega 별에서 라디오 신호를 받아 그 신호 속에 있는 내용을 풀어내고 그것이 어떠한 기계- The Machine-를 만드는 것임을 알게 되어 기계를 만들다가 미국에서 만들던 것은 폭발하고, 일본에서 비공개적으로 만들던 것에 주인공이 합류하여 베가성으로 여행(!)하여 외계인을 만나게 되지만, 지구에 있던 사람들에게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고, 기계를 타고 외계인을 만났던 사람들은 증거가 없어 결국 아무일도 일.. 2019. 2. 15.
실천론 (实践论) / 모순론 (矛盾论) - 마오쩌둥 (毛泽东) 예전에 인터넷에서 '죽기 전에 꼭 읽어보아야 할 책 100선'이라는 list를 본 적이 있는데, 거기서 처음 모택동의 이라는 책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러다가 지난번 한국 휴가 때 부모님집 책장에서 이 책이 이미 집에 있었던 것을 발견하고 중국으로 가져와 읽게 되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슬라보예 지젝의 긴 서문이다. 보통 두꺼운 철학책에서나 보던 기나길 서문을 이 얇은 책에서 보는 것도 신기할 뿐더러, 책이나 저자에 대해서 칭찬을 하는 일반적인 서문과는 다르게 '궤변'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호평과 악평 사이를 오가는 서문은 상당히 책 내용의 흥미를 돋구기도 하는 반면, 내용을 읽기 전부터 비판적인 태도를 갖게 되는, 약간의 바이어스가 걸린 책 읽기를 하게 만드는 문제도 있는 것.. 2018. 11. 25.
The rape of Nanking (난징 대학살) - Iris Chang (아이리스 창) 한국에서는 와 이라는 번역본으로 나온 저자 Iris Chang의 인제 한국어 번역본 책의 제목과는 다르게 원저 제목은 매우 공격적이다. 처음에는 너무 노골적(?)인 제목에 당황하기는 했으나 책을 읽고 나니 저자가 느꼈던 분노와 안타까움이 이런 저돌적인 제목을 만들게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조선에 이어 중국을 침입하여 만주지역에 만주국이라는 괴뢰국을 만든 이후, 상하이와 난징을 공격하여 함락시킨 후 난징에서 행하였던 대학살에 관하여 저자 Iris Chang이 연구한 것들에 대한 내용이다. 어느날 중국계 미국인인 저자는 부모님에게 어렸을 때부터 들었던 난징 대학살에 대해서, 미국이나 영어로 된 문헌들이 거의 없음을 깨닫고 스스로 그 잊혀진 역사를 찾아보기 시작한다. 책의 내용은 크.. 2018. 10. 28.
칼의 노래 - 김훈 한국으로 휴가를 가기 얼마전에 가진 술자리에서 회사 동료들과 이야기하다가 불쑥 나왔던 책인데, 당시 읽어보지 않았던 책이라 그런지 뭐에 관한 얘기였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이번 한국 휴가때 알라딘 서점을 기웃거리다가 보이길래 사서 읽은 책이다. 때마침 한국 휴가 후 일본 오사카로 휴가를 갈 예정이었는데, 이 책의 주인공인 이순신과 조선의 최대 난적이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근간이 이 오사카여서 오사카 여행 중에 읽기에는 뭔가 적합하면서도 적합하지 않는 그런 책이었다. 사실 일본에 여행 중에 읽으려고 했던 소설은 전부터 읽고 싶었던 미나토 가나에 소설의 이었는데 책이 재밌어 계속 읽다보니 출국 전에 책이 끝나버려 김훈 소설의 를 읽기 시작하였다. 는 임진왜란 당시의 이순신 장군의 시점에서 .. 2018. 10. 14.
고백 (告白) - 미나토 가나에 (湊かなえ) 인터넷을 보던 중, 동명의 영화 의 예고편에서 교사가 자신의 딸을 죽인 학급의 학생들의 우유에 에이즈 환자의 피를 주입하여 먹이게 했다는 독백을 본 후, 원작 소설을 한국에 가면 꼭 읽어봐야겠다고 결심 후 이번 일본 여행 중에 읽으면 좋겠다 싶어서 한국에서 구입후 읽게 되었다. 책은 총 6장으로 나누어저 있으며 각 장별로 소설 속에 나오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쓰여져 있다. 1장의 '성직자'는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모리구치 유코의, 봄방학 시작 전 마지막 종례시간에 자신이 담임을 맡았던 반 학생들에게 '고백' 부분이다. 자신의 하나밖에 없던 딸이 어느날 자신이 교단을 맡고 있는 학교에서 죽게 되었으며, 사고로 알려진 이 사건은 사실 살인이며 그 범인'들'은 자기 반에 있다는 것과 자신의 남편이 유.. 2018. 10. 7.
엄마를 부탁해 - 신경숙 신경숙 작가의 책 중 기억이 나는 것은 인데, 이 책장에 있는 것으로 봐서는 예전에 읽었을 것도 같은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몇 페이지를 다시 읽다보면, 만약 읽었다면 기억이 돌아올 것 같기도 하지만... 는 몇년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던 책인데, 중국에서 구할 수가 없어서 이번에 한국에 왔을 때 부랴부랴 사서 읽은 책이다. 딱히 이번 휴가때는 할 것들이 없어 책 읽는데 시간을 더 쓸 수 있었다. 어렸을 적 라는 책을 읽고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울었던 적이 있었는데, 도 버스와 커피 숍에서 읽으면서 뜨거워지는 눈시울을 말리느라 꽤 고생하였다. 어느날 서울로 모두 상경한 자식들을 보러 남편 생일에, 남편과 같이 서울로 올라온 엄마, 박소녀씨가 서울역 지하철역에서 남편의 손을 놓쳐 길을 잃게 된 것.. 2018. 9. 27.
채식주의자 - 한강 한강의 를 읽게 된 계기는 좀 어의없는데, 조정래 작가의 소설인 과 작가 이름 '한강'을 헷갈렸던 것이다. '어 이게 그 '한강'인가'라는 생각으로 집어 들었던 책이고, 첫 페이지를 읽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샀던 것이다. 시작이야 어찌되었건 우연찮게 알게 된 책이며, "아내가 채식을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그녀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라고 시작하는 첫 문장이 간결하고 직설적이어서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알게 된 이유야 어쨌건 그냥 사서 읽기로 하였다. 책의 내용은 어느날 밤부터 꾸기 시작한 피로 물들어진 꿈 때문에 채식으로 전향한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의 시선에서 시작한다. 점점 심해지는 그녀의 채식과 함께 점점 시들어가는 그녀의 건강은 이후 둘 사이를 연결하던, 그렇지만 강한 비바람을 견뎌본.. 2018. 9. 25.
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 (서부 전선 이상 없다) - Erich Maria Remarque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타오바오에서 책들을 찾아보다 눈에 띄었던 책인데, 얼마 전에 읽었던 의 배경이 되었던 1차 세계대전에 대한 책이라 보게 되었다. 이상하게 전쟁 소설들이 잘 읽힌다... 책을 펴면 나오는 첫 페이지에 저자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는데, 책의 모든 내용을 딱 두문장에 압축한 절정의 말인 듯 하다. -----------------------------------------------This book is to be neither an accusation nor a confession, and least of all an adventure, for death is not an adventure to those who stand face to face with it. It will try simply to tel.. 2018. 9. 25.
시간의 이빨 (De Vergankelijkheid) - 미다스 데커스 (Midas Dekkers) 평소에 에세이를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책장 속에 있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 읽기 시작한 책이다. 네덜란드의 생물학자인 미다스 데커스의 늙어가는 것 혹은 낡어가는 것들에 대한 사색이라고 말하면 될 것 같은 내용인데, 우리가 우리 삶의 여정도를 보는 관점이 너무 늙어가는 것이나 이미 낡은 것에 대해서 평가절하 혹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라는 비판(?)에서 시작된다. 근대 시대에 삶의 사다리라고 불리는 삽화나 개념도에서도 이미 늙은 것에 대해서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사실은 늙어 가는 것도 삶의 일부분이며 게다가 엄밀히 말하면 삶의 반정도를 차지하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즉 늙어가는 것을 삶의 내리막길이나 혹은 삶의 끝으로 본다면 우리의 삶에서 사실 반은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이는 실제 나이들어.. 2018. 9.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