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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한국 소설

하얼빈 - 김훈

by YK Ahn 2023.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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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오바오에서 한글 소설을 찾을 때마다 보여주던 책이었는데 한국에 출장갔을 때 들렀던 헌책방에서 보이길래 사왔다. 책 리뷰를 보지 않는 편이라 무슨 내용인지 모르고, 중국 하얼빈 지방에 사는 사람들의 얘기인가했는데, 안중근 의사에 대한 소설이었다.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를 펼치며 주변국을 계속해서 침략하며 타국의 영토를 야금야금 뺏어가면서 확장하던 일본이 한일 합방으로 대한제국을 역사에서 지워버리기 바로 1년전 조선통감이었던 이토히로부미를 하얼빈에서 암살한 안중근 의사의 그 당시에 대한 이야기이다. 30대 중반의 안중근 의사가 이토를 암살하려고 마음먹고 바로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기 위해 하얼빈까지 와서 그를 저격 후 러시아 헌병대에 잡혀 일본 경찰에 이송된 후 바로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에서 지내다 5개월 후 형이 집행되기까지의 상황과 심리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토 히로부미가 죽기 전까지, 소설은 이토의 관점과 안중근의 관점을 동일하게 1챕터씩 번갈아 보여주며 서로 마주칠 것 같지 않던 서로의 인생의 길이 하얼빈에서 부딪히기까지 그 둘의 심정을 인간적인 모습으로 보여준다. 

 박경래 작가의 <토지>가 조선말기와 일제 강점기 그리고 해방까지의 시간을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웅장하지만 가슴 시리게 보여주면서 결국 해방까지 보여주는 반면, 하얼빈>은 대한제국이 망해가는 시대의 참담함을 보여준다. 이토 조차도 믿지 않는 서류에 '도장'을 찍어 나라를 넘겨주는 -한일합방- 무능하고 이기적인 대한제국의 관리들, 안중근 의사가 이토를 암살하자 이를 비난하고 진심으로 이토의 죽음을 슬퍼하며 어떻게 하면 자신에게 해가 끼치지 않을지 걱정하는 순종이나 그 아들 황태자 이은, 살상은  교회법에 어긋난다면 그는 더이상 천주교 신자가 아니라고 공개적으로안중근과 선을 그은 당시 천주교회. 시신조차 수습 못하고 조용히 그리고 당당하게 여순감옥에서 교수형을 당한 안중근과는 다르게 이토 히로부미의 죽음은 거대한 국상으로 치루어지고 심지어 서울 장충단 공원에 그를 기리는 사찰(박문사)과 그 사찰을 위해 경희궁의 정문인 흥화문을 떼서 사찰의 정문으로 만드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은, 당시에 살던 한국인들의 암담함과 비참함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준다. 

 <칼의 노래>의 김훈 작가의 작품이라서, 문체나 소설이 진행되는 방식이 <칼의 노래>와 매우 비슷하다. 심지어 안중근, 이토 히로부미, 이순신이 고뇌하고 독백하는 방식은 너무 유사해서 <칼의 노래>와 <하얼빈>을 한책으로 묶어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형식이어도 괴리감이 없을 듯 하다.

 

칼의 노래 - 김훈

한국으로 휴가를 가기 얼마전에 가진 술자리에서 회사 동료들과 이야기하다가 불쑥 나왔던 책인데, 당시 읽어보지 않았던 책이라 그런지 뭐에 관한 얘기였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

rootahn-book.tistory.com

 지금 이 시간에도 강대국에 의해 나라와 삶의 터전을 빼앗겨서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이런 기분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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