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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아시아 소설

비밀(秘密) - 히가시노 게이고(東野 圭吾)

by YK Ahn 2023.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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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동명의 영화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던 책인데, 알라딘 서점에 갔을 때 보이길래 가볍게 읽으려고 사놓았다가 이번 휴가 때 읽게 되었다. 읽기 시작하고 얼마 안되어서, 초반 전개가 엉성하고 유치한 면이 있어서 '도대체 작가가 누구지?'라고 보았더니 얼마전에 읽었다가 실망하였던 <용의자 X의 헌신>의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東野 圭吾)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용의자 x의 헌신(容疑者Xの献身) -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

인터넷에서 어디선가 이 책에 대한 얘기를 봤던 기억이 나서, 알라딘 서점에 갔을 때 보이길래 가볍게 읽기 위해서 샀던 책이다. 일본소설의 한국어 번역책들은 번역이 대부분 굉장히 잘 되어

rootahn-book.tistory.com

 게다가 바로 앞에 읽었던 책인 리처드 도킨슨 (Richard Dawkins)의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에서 신랄하게 비판한 종교의 핵심 근간인 이원론이 설명할 수 없지만 드물게 일어나는 미스테리한 현상으로 그냥 덮어두고 시작하다보니 시작부터 약간의 거부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겠다.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 - 리처드 도킨슨 (Richard Dawkins)

로 유명한 리처드 도킨슨 교수의 이라는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원제인 The God Delusion을 직역하자면 '신(God) 망상'이나 '신이라는 망상' 정도가 될 듯 한데, 개인적으로는 '만들어진 신'이라는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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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의 내용은 버스 전복 사고로 큰 부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는 아내와, 같이 사고를 당했지만 아내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지켰던 딸이 뇌사상태에 빠진 상태에서, 아내는 죽었지만 그 아내의 영혼이 뇌사상태에 빠진 딸에게 들어가 초등학생인 딸의 몸과 30대인 아내의 영혼의 합체로 되살아나면서 그 이후 인생을 살면서 겪게 되는 아내와 남편의 이야기이다. 

 소재로만 본다면, 흥미롭지 않다고 말하기는 애매하지만 좀 식상한 면이 없지 않다. 게다가 자신의 딸을 살리려다가 결국 그의 몸을 빼앗아 살게 되는 엄마의, 어떻게 본다면 자신이 살리려고 했던 딸의 목숨을 자기가 가지게 된 엄마의 심리나 고뇌는 단순히 '복잡하다'라는 말로 너무 얼버무리고, 그런 딸의 몸 속에 있는 아내의 정신을 보는 남편의 심리는 자신의 아내이면서 딸이 되어 부부관계를 해야하는 것인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대체되어 버렸다. 아내와의 관계가 점점 파국으로 치닫게 되지만,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딸의 정신이 돌아오고, 딸이 다시 돌아왔다는 기쁨에 다시 '아내의 정신'과의 관계도 좋아진다. 시간이 갈수록 '딸의 정신'이 돌아오는 주기와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내의 정신'은 어느날 남편에게 마지막 작별을 인사를 하고 영영 돌아오지 않게 된다. 이후 시간이 흘러 딸의 결혼식날 사실 딸의 정신이 돌아온게 아니라 파국으로 치닫는 관계의 고통 속에서 ‘아내의 정신’이 결국 마지막으로 선택한 슬픈 선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남편 헤이스케는 이런 비밀을 지키며 소설은 끝난다. 
 추리소설 전문 작가답게 로맨스 소설보다는 추리소설 같은 느낌이며, 중간중간에 역시나 중학생이 쓴 것 같은 어설픈 문체나 게임 속에서 퀘스트를 받을 때 나올 법한 엉뚱한 대화는 소설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만, 나른한 오후에 고민없이 커피숍에 앉아서 읽기에는 좋은 것 같다. 이 소설도 <용의자 X의 헌신>과 비슷하게 하나의 스토리 아이디어에 살을 붙힌 느낌이다. '사고로 죽은 아내의 영혼이 딸의 몸속에 들어간다. 초등학생에서 중학생, 고등학생으로 점점 성인이 되어가는 아내와 그를 보는 늙어가는 남편의 갈등 속에서, 딸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 돌아왔기에 이러한 관계의 파국을 맞은 것이라고 생각한 아내는 결국 딸의 영혼이 돌아온 것처럼 9년동안 주도면밀하게 치밀하게 준비 및 연기하면서 슬픈 비밀을 간직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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