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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아시아 소설

제 7일(第七天) - 위화(余华)

by YK Ahn 2025.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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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많이 읽는 위화(余华)의 소설이다. 제 7일. 왠지 추리소설인가 싶어서 손이 안갔던 책인데, '그래도 위화인데'라며 샀던 책이고, 읽고나니 '역시 위화다'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책이다. 

 책의 내용은 양페이라는 주인공인 죽고 나서 7일동안 겪는 내용이다. 자신을 묻어줄 사람이 없어 무덤이 없기 때문에 화장도 못하고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떠돌아다니는 그가 7일동안 자신과 주변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알려주는 내용이다. 죽음이라는 소재가 책의 한 축이지만, 그 안에는 여러가지 축들이 있다. 다른 위화의 소설들이 그렇듯이 이 소설도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무한한 희생과 사랑이 강한 감정선의 축이기도 하다. 또한 현대 중국 사회의 문제들을 단순히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그런 문제들 때문에 상처를 받고 죽음에 내몰린 사람들의 고통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예쁘고 똑똑한 아내가 급성장하는 중국의 경제에서 그녀의 외모와 능력을 펼치기 위해 주인공과 이혼하고 미국에서 유학하고 와서 그녀를 만난 후 원래 아내와 이혼 후 그녀와 재혼하는 것, 그리고 성공 후 2번째 남편은 난잡한 성생활을 하고 성병을 그녀에게 옮기며 결국 별거를 한다. 그녀도 다른 남자와 사귀다가 자신의 비지니스의 부패함이 당국에 걸리기 시작하면서 자살을 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그녀의 자살을 신문기사로 읽다가 음식점의 폭발사고로 죽는다. 주인공은 선로위에 그냥 배설물을 쏟아버리는 구식 기차의 화장실에서 갑작스럽게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는 소변을 보러 갔다가 갑자기 그가 나와서 그는 바로 선로에 떨어져버렸고, 어머니는 고통에 실신하였다. 기차역에서 선로변경일을 하던 주인공의 아버지가 그를 선로에서 발견하여 21살에 주인공의 아버지가 된다. 어린 나이에 피 한방울 안섞인 주인공을 혼자서 키운 그의 아버지는 한번은 그의 여자친구가 한말에 그를 멀리 고아원 근처에 버려두고 오지만 결국 다음날 다시 찾아가 그를 데려온다. 그의 아버지는 결국 림프암으로 죽는다. 그는 아버지를 병간호 하기 위해 모든 재산을 털어서 결국 빈털털이가 된다. 이 밖에도 백화점에 화재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지만, 지방정부는 이를 은폐하고 숨긴다. 하루는 강에서 27개의 신생아 시체가 떠내려오지만, 병원은 정부의 산아정책에 의해 낙태된 '의료폐기물들'이라고 말한다. 과속으로 질주하는 차량과 전방을 보지 않고 달리는 트럭과 차들에 의해 주인공을 아들처럼 키워졌던 아주머니도 자동차 사로로 죽고, 그 '의료폐기물들'과 함께 병원 영안실에 안치되지면,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영안실이 싱크홀 안으로 빨려들어가버려 시체도 찾지 못한다. 하지만 다시 병원과 지방정부는 말을 바꿔서 시체는 이미 화장을 했다고 거짓으로 보도한다. 너무 가난해서 방공호에 쥐처럼 사는 젊은 '쥐족' 커플은 남자친구에게 받은 가짜 아이폰보다는 그가 자신을 속였다는 것에 대한 실망으로 투신자살을 할 것처럼 하지만, 실수로 정말로 투신자살을 하게 된다. 고향의 아버지 병간호를 위해 떠났던 남자친구는 여자친구의 죽음을 나중에 돌아와서 알게 되고 그녀의 무덤을 사기 위해 신장을 팔아서 돈을 마련하지만 합병증으로 방공호에서 죽는다. 안개에 대형교통사고가 발생하여 가난한 커플의 친구 및 많은 사람들이 죽기도 한다. 정말 이렇게 많은 불행들이 현대 사회에서 일어날까 싶기도 하지만, 실제 중국판 틱톡을 보면 찾아볼 수 있는 내용들이기도 하기 때문에 더욱 슬픈 것 같다. 

위화의 소설은 너무 안타깝고 슬픈 내용이 많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읽으면 흘러내리는 눈물 때문에 난감한 책이기도 하다. 출장동안 읽어야지 생각했던 책인데,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어 계속 읽다보니 출장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다 읽어버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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