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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과학/정치 & 경제

국가란 무엇인가 - 유시민

by YK Ahn 2023.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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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 서점에서 책을 구경하던 중, 현재 대한민국에 살아있는 정치인 중 가장 좋아하는 사람인 유시민 작가의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보여서 구매해서 읽어보았다. 얼마 전까지 한국 정치토론을 할 때 보여왔던 그의 말들이 어떤 생각과 고민들 위에서 어떻게 형성되어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알 수 있게 하는 책이다. 2011년에 초판이 나왔으니 10년은 더 넘은 책이지만 현재의 그의 생각들이 이미 10년도 전에 다듬어진 것들임을 알게 한다.

 책은 제 1장 [국가란 무엇인가 1 - 합법적 폭력]부터 해서 [국가란 무엇인가 2 - 공공재 공급자], [국가란 무엇인가 3 - 계급지배의 도구], [누가 다스려야 하는가], [애국심은 고귀한 감정인가], [혁명이냐 개량이냐], [진보정치란 무엇인가], [국가의 도덕적 이상은 무엇인가], [정치인은 어떤 도덕법을 따라야 하는가] 등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먼저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것에 대한 정의부터 얘기한다. 국가를 '국민과 국민 외부 세력에 대한 합법적 폭력기관'으로 보았던 홉스와 마키아밸리의 논리를 얘기하여 준다. 하지만 국가는 합법적 폭력기관인 동시에 국민에게 공공재를 제공하는 공급자이기도 하면서 애덤스미스, 루소, 스튜어트 밀, 소로 등이 내세웠던 여러가지 이론과 다른 설명들로 뒷받침하여 준다. 마지막으로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국가를 '권력기관을 장악한 혹은 국가의 권력기관을 장악하여 지배하려는 계급지배의 도구'로 보았던 마르크스와 공산주의의 시선을 소개한다. 여기서 국가라는 것은 합법적인 폭력기관이며 개개인이나 소수의 단체들이 할 수 없는 공공재를 공급하는 공급자이기도 하지만, 지배계급의 도구로도 사용되는 이 국가를 그럼 누가 다스려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진다. 자신과 같은 철인이 다스려야 한다는 플라톤,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을 모두 갖춘 군자가 다스려야 한다는 맹자 등을 얘기한다.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해 일전에 그의 토론에서 들어서 인상 깊었던 말인 '민주주의는 가장 똑똑한 사람을 뽑는 제도가 아니라, 멍청하고 악한 사람이 뽑혀도 나라를 망치지 못하게 하는 제도'이다라고 말한다. 

 이후 <애국심은 고귀한 감정인가>라는 챕터에서, 완벽하지도 않고 완벽할수도 없는 국가에 대해 우리가 갖는 애국심의 양면의 얼굴에 대해서 얘기한다. 애국심은 국가라는 추상적인 대상에 대한 맹목적이며 배타적인 감정이어서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이 애국심에 대해서 굳이 작가가 얘기하고 넘어간 이유는, 공산주의나 마르크스 주의가 얘기하는 사실상의 무정부주의에 대한 경계심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진보주의자들이나 혁명주의자들이 궁국적으로 혁명에 의한 국가전복과 무정부주의로 빠지게 될 경우, 사실상 민주주의 정치에서 그들의 행동은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국가전복을 하지 않고 국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애국심이라는 것에 대해서 얘기할 필요가 있어진다. 

 작가는 다음으로 <혁명이냐 개량이냐>의 문제로 넘어간다. 혁명은 개량이 불가능하거나 불가능하다라고 사회전반적으로 동일한 인식을 갖게 될 경우 나오는 단계라고 말하며 혁명으로까지 번지기 전에 점진적 공학으로 국가를 '개량'하는 것이  좋다고 얘기한다. 

 혁명이 아닌 개량으로 방향을 정하였을 경우, 이런 개량을 원하는 <진보정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나오게 된다. 작가는 진보는 인간의 자유를 확대하고 국민 모두 혹은 절대 다수에게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나오게 되는데, 이를 다음 장인 <국가의 도덕적 이상은 무엇인가>에서 얘기하고 이 정의와 자유를 실현할 <정치인은 어떤 도덕법을 따라야 하는가>라는 것에 대해 논하며 그의 이야기를 마무리 한다. 

 사담으로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정치인이고, 그의 책 중 <거꾸로 읽는 세계사>,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에 이어 3번째 책이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책들은 잘 읽히지가 않는다. 아마도 한가지 질문에 대해서 정해놓은 답과 그 사이 연결고리를 이어가는 작문 방식 때문이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대학교 1학년 교양수업을 듣는 듯하게 정해진 코스를 따라가는 방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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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정치연합이 이념과 노선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할 정당정치의 기본 원리를 훼손하다는 지적이 있다. 누군가에 대한 반대를 하기 위해 무조건 뭉치는 '묻지마 연대'라는 비판도 있다. 자유주의 정당에 비해 열세에 놓인 진보정당과 진보지식인들이 주로 이런 비판을 한다. 그 자체로는 일리가 있는 비판과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신념윤리에 입각해서 정치에 임하면 그렇게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는 단순히 신념을 표출하기 위핸 공간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합법적 폭력을 보유한 국가권력과 관계를 맺는 행위이다. 제2장에서 살펴본 존 로크의 말을 기억하자. "사회계약은 어느 한 사람이 추상적인 공동체가 아니라 사회의 다수파에게 권력을 양도하는 것"이다. 권력을 정당하게 양도받는 다수파가 오직 하나의 이념으로 뭉쳐진 집단이어야만 할 합당한 이유는 없다. 서로 다르지만 유사한 여러 이념의 절충을 통해 권력을 양도받을 다수파를 형성하는 것을 부당하다고 볼 근거도 없다. 

 진보의 힘이 '순수'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진보의 힘은 '섞임'에서 나온다. 진보를 추동하는 근본적인 힘은 인간의 보편적인 이성이다. 사회의 진보는 인간 이성의 발전과 함께 이루어진다. 하나의 이념이 전일적으로 지배하는 사회에서 이성이 성장할 수 없는 것처럼, 하나의 이념이 전일적으로 지배하는 정치조직에서도 이성의 힘이 자라기는 어렵다고 믿는다. 다양성을 내포하지 않고서는 정당도 정치도 국가도 인간도 성장하지 못한다. 이념과 정치문화의 '섞임'을 통해 진보의 힘을 키우는 것이 연합정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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