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는 무슨 책을 읽어볼까하면서 책장을 보다가, 오래된 숙제처럼 꽂혀있는 <논어(論語)>를 발견하여 읽게 되었다.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모두 들어봤을 그 <논어>이다. 공자가 생전에 쓴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읽어보니 공자가 쓴 책이 아니라, 공자의 제자들이 그의 언행을 기록한 일종의 격언서인 것이다. 스스로를 유교문화권이라고 말하는 국가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고 30년넘게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유교의 핵심 중 하나인 논어를 전혀 읽어보지도 않았고 누가 쓴지도 몰랐다는 스스로의 무지함에 다시 한번 창피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논어에 대해서는 중고등학교 때의 교과서에서 배운 기본적인 지식밖에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이 격언서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몰라서 총 20편으로 이루어진 것을 하루에 한편씩 읽으면 되지 않을가 싶어서 그렇게 시작했다. 하지만 책 내용이 각 편별로 구별된 것도 아니고 시간순이나 어떤 사건순도 아니며 그다지 서로 연결된 것도 아니기에 너무 조금씩 읽는 것은 흥미를 너무 반감시키고 이 책을 읽는 것을 너무 무겁게 만드는 것 같아서, 나중에는 일반적인 책을 읽듯이 그냥 쭉쭉 읽어나갔다. 그러자 오히려 공자가 말하려고 했던 것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논어가 생각보다 상당히 재미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군주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어떻게 백성과 신하를 '이용'하고 군주가 어떤 행동들을 해야 하는지 상당히 권모술수적인 전략들을 말해준다면, 그에 반해 공자는 군주는 군자여야 하며 군자는 인의예지신을 통해서 스스로가 바르고 정의로우며 지혜롭고 예를 갖추며 신의를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군주론(Il principe) - 니콜라 마키아벨리(Niccolò Machiavelli)
많은 사람들의 입과 책에서 오르고 내려 익숙한 제목과 저자이지만, 읽어본 적은 없었던 마키아벨리의 이 중고서점에 보이길래 사서 읽어보았다. 히틀러나 무솔리니가 즐겨 읽었던 책이라고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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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가 국가를 다스리고 정치를 하게 되면 신하와 백성도 모두 바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굉장히 이상주의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책을 읽다보면 공자는 기본적으로 인본주의 사상가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는 정치를 개인의 영욕을 위한 수단이 아닌 세상과 사람을 바르게 하는 대의로 본 것이다.
<논어> 자체가 상황설명 없이 단편적인 공자의 언행들을 엮은 것이다보니 문맥이나 상황파악이 힘들고 비슷한 말들이 몇번 반복되기는 하지만, 그가 말하는 군자란 다음과 같다.
- 군자는 말에 앞서 먼저 실천한 뒤에 그 말을 한다.
- 군자는 두루 친하지만 내 편을 가르지는 않고, 소인은 내 편을 가르면서 두루 친하지 않다
- 군자는 화합하되 부화뇌동하지 않고, 소인은 부화뇌동하되 화합하지 못한다.
- 군자는 태연하되 교만하지 않고, 소인은 교만하되 태연하지 않다.
- 군자는 말이 행동보다 앞서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 군자의 생각은 그 지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 군자의 도가 세 가지 있는데 나는 그 중에 능한 것이 없다. 어진 자는 근심하지 않고, 지혜로운 자는 미혹되지 않고, 용감한 자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 군자는 말만 듣고 사람을 천거하지 않고, 사람만 보고 그의 말까지 무시하지 않는다.
- 군자에게는 세가지 조심할 것이 있다. 젊었을 때는 혈기가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색을 경계해야 하고, 장성해서는 혈기가 바야흐로 강하기 때문에 싸움을 경계해야 하고, 늙어서는 혈기가 이미 쇠했기 때문에 재물에 대한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
즉, 군주는 군자여야하며, 군자는 바르고 현명하며 어질고 용기있는 사람이라고 말하였다.
철학자 중에서도 공자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벼슬에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의 제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벼슬길에 오르기를 얘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벼슬길 혹은 정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삶의 직업이 아니라 나라와 백성을 올바르게 만들기 위한 대의로 보았다. 그는 군주와 신하 혹은 정사/정치에 대해서도 많은 말을 남겼다.
- 임금은 예로서 신하를 부리고 신하는 충으로 임금을 섬겨야 합니다.
- 중궁이 인에 대해서 여쭙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문 밖에 나서거든 귀한 손님을 뵙는 듯이 하며, 백성을 부리기를 큰 제사 지내듯이 하고,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남에게 시키지 말아야 할 것이니, 이렇게 하면 나라에서도 집에서도 원망이 없을 것이다."
- 그 지위에 있는 않은 사람은 그 자리의 정사를 논해서는 안 된다.
- 번지가 인에 대해서 여쭙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지혜에 대해 여쭙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을 아는 것이다." 번지가 깨닫지 못하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곧은 사람을 등용하여 그릇된 사람 위에 두면, 그릇된 사람을 곧게 말들 수 있다."
- 자신이 올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백성들이 행할 것이나, 자신이 올바르지 않으면 비록 명령을 내려도 백성들이 따르지 않을 것이다.
- 공자께서 위나라에 가실 때 염유가 수레를 모니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백성이 많구나" 염유가 말했다. "백성이 많으면 또 무엇을 더해야 합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부유하게 해 주어야 한다." 염유가 말했다. "부유해지면 또 무엇을 더해야 합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그들을 가르쳐야 한다."
- 자장이 정사에 대해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마음에 게으름이 없어야 하고, 행함에 충성을 다해야 한다."
물론 <논어>가 군주와 군자 그리고 정사에 대한 얘기를 한 것만은 아니다. 그는 일반적인 상황이나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도 적용되는 많은 격언들을 남겼다. 이들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혜'라는 것이 담겨져 있기 때문에, 그가 죽은지 2500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많은 격언들이 있다.
-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지 못하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나의 능력 없음을 걱정해야 한다.
- 이단에 빠지면 해로울 뿐이다
- 안다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바로 아는 것이다.
- 이미 이루어진 일이니 말하지 않으며, 이미 끝난 일이니 충고하지 않으며, 이미 지나간 일이니 탓하지 않는 것이다
- 싹은 났지만 꽃이 피지 않는 것도 있고, 꽃은 피었지만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도 있다.
- 날씨가 추워진 후에야 비로소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 지혜로운 사람은 미혹되지 않고, 어진 사람은 근심하지 않고, 용맹스러운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 자공이 여쭈었다. "사(자장)와 상(자하) 중에 누가 더 현명합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였다. "사는 지나치고, 상은 모자란다" 다시 여쭈었다. "그렇다면 사가 더 나은 것입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였다.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은 것이다."
- 덕이 있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바른 말이 있지만 바른 말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진 사람에게는 반드시 용기가 있지만 용기가 있는 사람이 반드시 어진 것은 아니다.
- 남이 속이지 않을가 미리 추측하지 않고, 남이 믿지 않을까 미리 억측하지 않으나, 이를 먼저 깨닫는 사람이 현명한 것이다.
- 더불어 말할 만한데 더불어 말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게 되고, 더불어 말할 만하지 않으데 더불어 말한다면 말을 잃게 되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사람을 잃지 않으며 또한 말도 잃지 않는다.
- 사람이 먼 앞일을 생각해 두지 않으면 반드시 가까운 데에서 근심이 생긴다.
- 많은 사람들이 미워하더라도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확인해야 하다.
- 허물이 있으면서 고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허물이다.
- 이로운 벗이 셋, 해로운 벗이 셋이다. 곧은 벗과 미더운 벗과 지식이 많은 벗은 이롭고, 편벽된 벗과 비위를 잘 맞추는 벗과 말만 잘하는 벗은 해롭다.
- 교모하게 말을 잘하고 얼굴빛을 남 보기 좋게 꾸미는 사람 중에는 어진 사람이 드물다.
얼마전 인터넷을 보다가 어떤 연예인이 '명성'과 '돈'에 대한 얘기를 잠깐 본 적이 있다. 내용인 즉슨 자신은 이미 명예를 얻었는데, 명예를 얻어도 아무것도 없다고... 그것을 보면서 이 사람은 명예와 인기를 구별하지 못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논어에서도 비슷한 말이 나온다.
- 자장이 여쭈었다. "선비는 어떻게 해야 통달할 수 있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네거 말하는 통달이란 것은 어떤 것인가?" 자장이 대답했다. "나라에 있어 반드시 알려지고, 집에 있어서도 반드시 알려지는 것입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이름이 나는 것이지 통달이 아니다. 통달이란 것은 정직하고 의를 좋아하며, 남의 말을 살피고 안색을 보며 깊이 생각하여 자기를 낮추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나라에 있어도 반드시 통달하게 되고, 집에 있어도 반드시 통달하게 된다. 이름이 나는 것은 겉모습은 어질되 행동이 어긋나고, 그 잘못을 의심조차 하지 않으니, 나라에 있어도 알려지고, 집에 있어도 알려지는 것이다.
논어의 내용이 모두 심각한 것은 아닌데, 그 중에는 공자의 인간적이며 우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장면들도 있다.
- 계문자는 세 번 생각한 뒤에 행하였다. 공자께서 그 말을 들으시고 말씀하였다. "두 번만 생각해도 충분하다."
- 원양(공자의 옛 친구)이 다리를 벌리고 편하게 앉아 공자를 기다리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어려서는 공손하지 못하고, 자라서는 칭찬할 것이 없고, 늙어서는 죽지 않으니, 이것이 바로 도적이라."하시고 지팡이로 그의 정강이를 치셨다.
- 재아가 여쭈었다. "삼년상은 너무 깁니다. 군자가 삼 년 동안 예를 시행하지 않으면 예가 반드시 무너지고, 삼 년 동안 악을 하지 않으면 악이 반드시 무너질 것 입니다. 묵은 곡시이 벌써 없어지고 새 곡식이 이미 상에 모르며, 부시를 뚫어 불을 피우는 것처럼 일 년이면 모든 것이 바뀌는 것이니 일 년만 하면 될 것입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쌀밥을 먹고 비단 옷을 입는 것이 너에게 편안하더냐?" 재아가 대답했다. "편안합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네거 편하다면 그대로 하라. 군자가 초상을 지낸 때에는 맛있는 것을 먹어도 달지 않고, 악을 들어도 즐겁지 않으며, 집에 있어도 편안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네거 편안하다면 그렇게 하라" 재아가 밖으로 나가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재아는 참으로 어리석구나! 자식이 태어나서 삼 년이 지난 뒤에야 부모의 품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삼년상은 천하에 공통된 상례이다. 아마 재아도 부모에게 삼 년의 사랑을 받았겠지?"
마지막으로 집안의 가훈의 뜻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언충행독. 이 말이 논어에서 나왔다는 것에 또한번 자신의 무지함에 놀라기도 하였다.
- 자장이 '행'에 대해 여쭙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말이 충실하고 믿음직하며, 행동이 독실하고 공경스러우면 비록 오랑캐 나라여도 뜻을 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말이 충성스럽지도 미덥지도 않으며 행동이 독실하지도 공경스럽지도 않으면 아무리 작은 지역에서라도 뜻을 펼 수 있겠는가? 서 있으면 이러한 것들이 앞에 있는 듯이 보고, 수레에 타고 있으면 이러한 것이 멍에 채에 있는 듯이 보아야 한다. 그런 후에야 행해질 수 있다." 자장이 공자의 이 말씀을 허리띠에 적었다.

<논어>는 누구나 읽으면 좋은 책이지만, 권모술수가 판치는 현대 정치와 사회에서, 특히 정치를 업으로 한다는 정치인들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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