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과학/사회 & 사회비평

The Tyranny of Merit(공정하다는 착각) - Michael J. Sandel (마이클 샌델)

by YK Ahn 2024. 4. 16.
반응형

 

<정의란 무엇인가>에 이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 중 두번째로 읽은 책이다. 샌델 교수의 책은 철학과 철학적 사고가 희미해져가는 세상에 '이런게 바로 현대의 정치 철학이다'라고 말하는 듯 하다.

 저자는 미국을 비롯하여 세계 여러나라에서 발생하는 포퓰리즘과 반세계화의 현상의 밑바당에는, 한국어로는 '실력주의' 혹은 '능력주의'라고 번역할 Meritocracy가 있다고 얘기한다. 좌우 상관없이, 그리고 오히려 중도좌파에서 더 많이 인용하고,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최고점에 이른 이 실력주의에 대한 환상과 문제점에 대한 정치적인 그리고 철학적인 비판서인 셈이다. '인종, 성별, 민족, 지역과 관계없이 누구나 자신의 실력에 따라 대우 받아야 한다'는 이 실력주의는 심각한 빈부의 격차를 만들고 이를 합리화해버린다는 것이다. 엄청난 연봉과 부를 쌓은 상위의 사람들은 이 실력주의적 사고에 의해 자신의 받는 이러한 특혜들은 온전히 나의 노력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합당하며, 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경멸과 자신에 대한 우월감에 휩싸이게 된다. 이는 실패하거나 이러한 실력주의에 도태된 사람들을 스스로 자책하게 만들고 모멸감에 빠지게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실력주의라는 것에서 '자기 스스로 완전히' 한다는 것은 환상이며 대부분의 것들은 사회가 만들어준 환경에 '선천적인 능력이나 후천적인 환경과 운'의 영향도 매우 크다고 얘기한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실제로 사회의 공공의 선에 기여하는 것과 부 혹은 연봉과는 하등의 연관성도 없으며, 연봉이나 부가 실력의 척도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 '실력주의'의 착안자나 심지어 자유주의자들조차도 동의하지 않는 개념이다. 연봉과 부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생산과 소비에 의해, 즉 특정 사회에서 특정한 실력에 대한 소비 요구가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 능력의 선천적 희소성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어디에도 절대적인 공공의 선이나 사회에 대한 기여도가 부와 연봉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실력주의는 현대 사회에서 학벌주의를 낳게 되고 이 학벌주의는 현대사회가 허용하는 거의 유일한 세습특권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 학벌주의는 공공의 선과 사회적인 역할을 해야 할 대학교들을, 사람들을 능력과 실력에 따라 계급으로 나누는 거대한 기계로 작용하게 만들고, 학벌주의에서 도태된 사람들을 저임금 노동이나 실업자로 전락시켜 버린다. 학벌주의가 심화되어 갈수록 청장년의 우울증에 의한 자살률은 비례적으로 연관되어 있는데, 이는 실력주의에 탑승하지 못한 사람들이 사회에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존엄성을 보장받지 못하면서 그 사회에 대한 소속감을 상실하고 소외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미국이나 여러국가에서 발생한 포퓰리즘의 득세는 이러한 우울감과 사회 소속감에 대한 박탈감을 근본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반세계화와 반이민주의로 그 원인을 돌려 이용하기 때문인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결국 샌델 교수는 우리 사회에 신화처럼 그리고 종교처럼 퍼져있는 이 '실력주의의 폭군(Tyranny of Merit)'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별 구성원들의 일에 대한 존엄성을 보장해야 하는 사회와 구성원들의 생각에 변화가 있어야 하며, 큰 부를 가졌거나 높은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 자신이 받은 것은 순전히 나의 능력에 의한 것이 아닌 내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많은 운이 작용했기 때문에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일정한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렸을 적, 아버지가 말씀하셨던 '내가 이룬 것은 순전히 내가 이룬 것이 아니라 내가 속한 사회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받은 것이다'라는 말이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돈이 마치 개인의 가치 및 모든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그리고 착각하라고 독촉하는 현재의 상황에 너무나도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샌델 교수의 책들은 너무 값지다. 

 마지막으로  원래 책의 제목은 The Tyranny of merit으로 '실력주의의 폭군'이지만 한국 번역본은 <공정하다는 착각>으로 발간되었다. '실력주의의 폭군'이라는 말 자체가 좀 와닿지 않아서 '공정하다는 착각'으로 바꾼 것은 이해하지만, '공정하다는 착각'은 저자가 말하려고 했던 논지의 일부분밖에 되지 않는다. 저자가 말하고 싶어했던 것은 사실 훨씬 방대하고 깊다.

1. 실력주의에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공정한 경쟁이지만, 실제로는 전해 공정하지 않은 경쟁이다.

2. 실력주의는 결국 학력편증주의(credentialism)와 기술중심주의(Techoncracy)로 흘러갈 수 밖에 없다.

3. 학력편증주의는 더욱 더 공정하지 않은 경쟁을 만들어냄과 더불어 사회구성원은 학력으로 등급화해 버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4. 현대사회처럼 높은 도덕과 윤리정신을 필요로하는 정치에 기술중심주의와 학력편증주의가 만연하게 되면, 다양한 구성원들이 만들어내는 정치라는 민주주의 정신을 훼손시킴과 더불어, 좋은 학벌과 이런 윤리정신이 상관관계가 있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으며, 오히려 높은 학벌의 사람들이 더 부패할 수 있다는 사례는 너무나도 많다.

5. 실력주의의 더 큰 문제는, 사회구성원들을 분리시키고 실력주의에서 성공한 사람들에게 많은 부를 안겨주며 이들을 필요 이상으로 거만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6. 또한 실력주의에서 성공하지 못한 살마들에게 스스로를 자책하게 만들고 2등국민처럼 생각하게 만든다.

7. 하지만 그 사회에서 어떠한 능력을 필요로 하느냐는 개개인이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에 따른 부는 사회의 공동선에 얼마나 기여했느냐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게다가 내가 가진 능력도 많은 부분, 선천적이거나 환경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실제로 자신의 실력과 능력은 온전히 자신히 만들어 낸 것도 아니다.

8. 이런 실력주의, 학력편증주의, 기술중심주의는 결국 사회의 평등이 아닌 불평등을 가속시키고, 현대사회에서 거의 유일하게 남은 부의 세습의 통로가 되어 오히려 사회발전을 저해하는 현상을 만들어 낸다.

9. 실력주의는 파국적으로 자신이 하는 일과 더 나아가 개개인의 대한 존엄성을 상실시켜 사회 구성원들의 사회소속감을 현저히 저하시키거나 제거해버려, 실력주의 사회에서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무기력감과 상실감, 우울감을 심어주게 되는 폐해가 발생한다.

10. 소수의 성공한 사회 구성원들만이 그 사회가 만들어 놓은 혜택을 누리게 되는 이러한 실력주의에 의한 폐해는 인기영합주의(populism) 정치인들이 이용하는 먹잇감이 되고 그 분노를 반이민주의, 인종주의, 남여갈등, 반세계화로 돌리는 정치인의 수단이 되어버려, 이것이 현재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인기영합주의 정치인들의 득세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11. 실력주의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학력편증주의와 기술중심주의가 만들어 낸 구성원들의 등급화를 없애야 하고,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소속감을 갖게 해야 한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