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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개봉하였던 <나는 전설이다>이라는 영화가 한창 흥행을 하던 때, 어느날 라디오를 듣다가 1954년에 쓰여진 동명의 원작 소설에 대해서 소개해 주는 것을 들었던 적이 있었다. 영화 내용과는 꽤 다른 줄거리를 설명해 주었는데 재밌을 것 같아서 책을 구해보려고 하였으나 당시 한국에는 번역본이 없던터라 읽지못하고 있다가, 17년이 넘게 지난 올해에서야 드디어 읽어 보았다.
실제로 소설의 내용은 윌스미스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와는 내용도 그렇고 내용의 중심도 다르다. 헐리우드 영화답게 고민이 필요 없는 선과 악의 대결 구도를 만들고 결국 주인공이 살아 남았냐 살아남지 못하냐가 중요한 영화의 플롯과는 다르게 소설의 내용은 조금 더 암울하고 세밀하며 세상은 그렇게 선과 악이 칼로 물 베듯이 깔끔하게 날카롭게 정의되지 않는다 것을 보여준다. 게다가 소설과 영화의 제목이자 가장 중요한 문장인 'I am legen(나는 전설이다)'의 의미가 완벽하게 다르다.
소설의 간단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76년에 핵무기과 혹은 생화학무기(소설 속에서도 추측이다)를 사용하였던 세계적인 전쟁 후 주인공, 로버트 네빌(Robert Neville)이 살고 있는 마을을 포함하여 전국적으로 매우 잦은 주기의 모래 폭풍과 함께 모기 떼의 극성 그리고 이상하게 아프기 시작한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아프고 죽기 시작하자 전염병이라고 생각한 정부는 병으로 죽은 사람들을 화장시키는데, 주인공의 딸과 아내도 곧 시름시름 앓다가 죽게 된다. 딸은 학교에서 죽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만, 집에서 죽은 아내를 차마 화장시킬 수가 없었던 주인공은 몰래 근처 공터에 묻지만 몇일 뒤 죽은 아내가 무덤을 파헤치고 나와 집에 다시 나타난다.
아내가 죽은지 10개월, 주인공이 사람과 대화를 한지 9개월, 그가 적어도 자기가 아는 한 마지막 생존자라는 것을 알게 된지 8개월 동안 그는 자신의 집을 방공호처럼 만들고 매일같이 집 주변에 걸어놓은 마늘을 확인하거나 교체하고, 거울과 십자가등을 집 주변에 걸어 놓아, 밤마다 그리고 오직 밤에만 다시 몰려드는 그들의 공격에 살아남는다. 그 전염병에 의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들은 마치 뱀파이어처럼 사람들의 피를 매우 갈구하지만, 마늘을 싫어하고, 낮의 햇볓을 쬐면 바로 타 죽어버린다. 오직 심장에 쐬기를 박으면 죽고 거울을 싫어하며 십자가를 싫어한다는 것도 알게 된다. 죽기 이전의 삶에 대해서는 매우 부분적인 것을 제외하면 거의 기억하지 못하는 듯 하였으며 두뇌가 정상적으로 동작하지 않아, 그의 집에 방화를 하거나 무기등을 사용하는 행위를 전혀 하지 못하고 매우 원초적인 행동밖에 하지 못한다. 그렇게 낮에는 코마 상태에 빠진 이 뱀파이어-좀비들을 수색하여 죽이고 밤에는 술과 분노에 취해서 살던 그는 어느날 자신의 쐬기를 박아 다시 죽였던 아내의 무덤에 찾아갔다가 자신의 시계가 고장났다는 것을 나중에 알아채면서 해가 이미 저어갈 때 쯤 집에 겨우 도착하여 이 뱀파이어-좀비같은 무리에게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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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자기가 아직 죽고 싶지 않다는 것을 깨달으며 자신의 집을 조금 더 강고하게 고치고 이 전염병에 대해서 공부하기 시작한다. 현미경도 직접 만들어서 뱀파이어-좀비의 피를 관찰하고 그들에게 여러가지 실험과 도서관에서 관련된 많은 책들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는 그들의 정체에 대해서 파악하기 시작한다. 어떤 이유에서건 이 전염병은 길쭉한 관모양의 강균강이라는 세균에 의해서 발생하였으며, 이 세균은 사람이나 동물의 몸속에서 피를 영양분 삼아 생존한다. 주인공이 뱀파이어 세균(Bacillus Vampiris)이라고 명명한 이 세균은 동물의 피를 영양분 삼아 살지만 대신 에너지를 숙주에 공급해 주기 때문에 숙주는 따로 음식을 먹지 않아도 어느정도 활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숙주 내에 혈액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숙주는 계속 다른 동물의 피를 먹기 위해 공격적으로 다른 사람을 물어서 피를 흡수하려고 한다. 타인에게서 피를 얻어내지 못한 숙주 내부에 있는 세균이 숙주의 모든 혈액을 다 소진하게 되면, 숙주 몸에서 포자를 생성한 후 숙주를 죽인 후 그 포자가 다른 숙주를 찾아 바람에 날려서 이동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때 전쟁 후 자주 발생하는 모래 폭풍이 세균을 매우 넓은 지역에 빠른 속도로 전파시켜 전국에 동시다발적으로 이 전염병이 발생하였다고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이 세균은 숙주가 태양빛에 노출되거나 숙주가 출혈을 많이 하게 되면(심장에 쐐기를 박는 행위) 죽게 되지만, 십자가와 거울을 혐오하는 것은 생물학적인 이유보다는 숙주가 감염되기 전에 가지고 있던 신앙과 자신이 뱀파이어가 되었다는 자기 혐오에 대한 자동적인 심리적 반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며 오래 전 사람들이 '전설 속 뱀파이어'들이 실제로는 이 전염병에 감염되었던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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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주인공은 햇볕 아래에서 돌아다니는 강아지를 우연히 발견하게 되어, 그와 친구가 되보려고 하지만 실패하고 그를 음식으로 유인해 겨우 잡아서 집으로 데려와서 치료를 해주려고 하지만, 강아지는 극도의 공포감과 경계심을 보이다가 10일 뒤에 죽게 된다. 전염병이 퍼지고 3~4년이 흐른 뒤 주인공은 한낮에 들판에서 서성이는 루스(Ruth)라는 한 여자를 보게 되어 쫒아가, 집으로 납치하여 온다. 하지만 그는 여자 또한 감연된 것이라고 계속해서 의심하며 결국 여자의 피를 검사해 보기로 하고 현미경을 보던 중 여자에게 일격을 당하고 쓰러진다. 여자는 실제로 감염된 것인데, 세균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돌연변이가 발생하여 기존처럼 좀비같지 않고, 햇볕에서도 활동이 제한적으로 가능하며 사람과 동일한 지능을 가지게 된 숙주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새로운 뱀파이어 무리들은 동물의 피를 흡수하기 위해 돌아다니지 않고 자신들이 개발한 약을 먹음으로서 인간과 거의 동일하게 살아갈 수도 있으며 그들로 이루어진 새로운 사회와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자신은 주인공을 감시하는 일을 하고 있었으며 조만간 그들이 닥칠테니 어서 도망가라는 쪽지를 남겨둔다. 하지만 주인공은 결국 도망가지 않고, 이 새로운 뱀파이어떼들은 어느날 주인공 집으로 와 주변에 있던 기존의 뱀파이어-좀비들을 학살하고집까지 부수고 들어와 그에게 총상을 입힌 후 그를 납치해 간다.
총상을 입고 그들의 감옥에 갇혀서 겨우 의식을 되찾은 주인공에게 루스가 찾아와 그가 이 세상에 남아 있는 유일한 전염되지 않은 사람이며, 그녀의 남편도 사실 주인공이 죽인 것이었으며 많은 뱀파이어들이 그에 의해서 죽임을 당했고 이 새로운 사회의 모든 이가 그가 처형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준다. 그녀는 주인공이 뱀파이어 앞에서 비참하게 처형되기 전에 자살할 수 있는 약을 몰래 주고 간다. 그는 감옥 밖에서 자신의 처형 장면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수많은 뱀파이어들의 눈에서 그들이 그동안 자신을 얼마나 두려워 했었는지, 그리고 이 새로운 뱀파이어들이 만들고 있는 새로운 사회와 세계에서 자기 자신의 예전의 뱀파이어의 전설처럼 또다른 '전설' 속의 무엇인가로 남게 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소설 속에서 'I am legend'는 영화의 마지막에서 나오는 'I am legend'와 완전히 다른 뜻이었다. 영화 속에서 전설의 의미는 전설적인 영웅으로 해석되지만, 소설 속의 전설은 전설 속의 절대적 소수(뱀파이어)가 절대적 다수(돌연변이 뱀파이어)가 되었을 때 절대적 다수에서 절대적 소수로 지위가 변경된 주인공(인간)이 이제는 그들의 '전설'이 되었다는 것이다.
뭔가 <분노의 포도>와도 같은 느낌이 나는 매우 재밌게 읽은 소설이다.
The Grapes of Wrath (분노의 포도) - John Steinbeck (존 스타인벡)
작년이었나 인터스텔라 영화를 보다가 그 모래바람이 날리고 척박하고 건조한 배경을 보니 왠지 영화의 배경의 모티브가 이 책의 배경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슷하다. 물론 인터스텔
rootahn-book.tistory.com
구매한 책에는 <나는 전설이다> 뿐 아니라 다른 몇편의 단편소설들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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