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유럽 소설

20,000 Leagues under the sea (해저 2만리) - Jules Verne (쥘 베른)

by YK Ahn 2020. 12. 1.
반응형

너무 유명한 소설이지만 정작 읽어본 적도 없고 주변에 읽어봤다는 사람도 별로 없는 소설인 [20,000 Leagues under the sea]를 사서 읽어보았다. 예전에 봤던 영화 [Sphere]에서 배우 사무엘 잭슨이 해저 2만리를 읽으면서 공포감이 극대화되던 장면을 생각했기에 책을 읽기 전에는, 책 제목과 영화 [Sphere]의 영향으로 해저에 사는 괴물에 대한 공포 소설인 줄 알았다. 하지만 [해저 2만리]로 번역되는 이 책은, 읽기 전에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정말 많이 틀렸다는 것을 알려주며 많은 놀라움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은 공포 소설이 아니었다. 바다에서 대형 고래로 생각되는 괴생물체가 나타나서 바다의 상선들이 이 때문에 침몰되는 사건들이 벌어지자 이 '고래'를 잡으러 포경선에 몸을 실었으나, 사실은 고래가 아닌 최첨단 잠수함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이 잠수함에 의해 침몰된 배에서 구조된 3명의 사람들-교수, 교수의 조교, 고래사냥꾼-이 잠수함에 '갇혀' 있으면서 지구의 바다 속 곳곳을 탐험하게 되는 '바다 속 세계여행' 같은 이야기이다.

지금은 잠수함이 너무 자연스러운 함정이지만, 이 책이 발행된 시기는 1870년으로 150년전이다... 한반도에서는 조선 말기, 중국에서는 청나라 시절에, 잠수함이라는 것이 아직 없던 그 시절에, 잠수함의 운행방법이나 순수하게 전기로 움직이는 잠수함을 상상해서 이 해저 속 세계여행을 그려냈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다.

[해저 2만리]라는 말은 잘 못 된 번역이다. 원래는 프랑스 소설이나 이번에 읽은 책은 영어번역본이기에 영어 단어로 league라는 말은 중세 시대 유럽과 남아메리카에서 '한 사람이 하루에 걸을 수 있는 거리'로 당연히 국가마다 달랐으나, 이후에 미터법을 적용한 프랑스에서는 1 league는 4km라고 정했기 때문에, 20,000 league는 80,000km이다. 게다가 10리를 4km로 변환하는 한국에서는 2만리는 8,000km로 원작에 비해 1/10밖에 안되는 거리이다. 한국어로 번역하기 위해서는 해저 20만리가 되어야 하나, 처음에 번역시 1리를 4km로 사용하는 일본어 번역본을 재번역한 것이라 오역이 생겼다고 한다.

[해저 2만리]는 사실 바다 속 깊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소설 속 주인공이 이 잠수함에서 여행한 거리이다. 80,000km는 대략 지구 2바퀴정도라고 하는데, 태평양을 시작으로 아시아, 인도양, 홍해, 지중해, 대서양, 남극해, 다시 대서양등 여러 바다 속을 종횡무진하며 누뷔는 모험 소설인 것이다.

어릴 적 봤던 애니메이션 [나디아]가 이 소설을 각색한 만화영화였다. 그래서 노틸러스(Nautilus)라는 함정이름이 익숙했던 것이었다. 게다가 이 신비스러운 노틸러스 잠수함의 선장 이름이 바로 '니모(Nemo)'였다.

[반지의 제왕] 소설을 읽을 때 자꾸 잠에 빠지게 했던 복병인 갖가지 노래나 시들이 여기서는 이 소설의 주인공인 Aronnax라는 교수와 그의 조수 Conseil가 반복해대는 바다 동물 분류학의 형태로 나왔다. 새로운 바다를 갈 때마다 이들이 책으로만 보던 갖가지 물고기들을 실제로 바다 속에서 볼 수 있게 되면, 그 생물들의 생김새와 색깔, 특징 그리고 분류학적인 기준을 계속 해대는데, 우선 이런 영어 단어들이 익숙하지도 않고 별로 궁금하지도 않아서 대충 넘기다보면 어느샌가 무슨 말인지 모르고 계속 문장만 넘기고 있었다.

예상과는 좀 다른 내용이기는 했지만, 내용은 상당히 흥미롭다. 상상력으로 그려진 것이긴 하겠지만, 정말 있을까라고 생각되는 장면들이 꽤 많다. 홍해와 지중해를 이어주는 해저터널, 심해 속에 있는 바다숲, 오래된 화산섬 밑에 있는 거대한 소금동굴, 노틸러스 선원 중 한명의 목숨을 앗아간 거대 오징어, 남극 중심에 있는 호수 같은 바다 등 바다 속 모험을 그린 소설이라 교수와 조수의 지루한 어류 분류학을 보다가 어느순간 잠을 확 깨게 만드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왠지 영화 [매트릭스]의 모피어스 선장을 떠올리게 하는 선장 니모가 처음의 미스터리한 선장에서 갑자기 암울하고 극단적이며 독기 넘치는 사람을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밌지만, 마음 한편에 안쓰러움을 느끼게 만든다.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면 심해 여행을 가는 마음으로 여행할 때 가져가서 읽어보면 정말 좋은 책이 될 듯 하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