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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유럽 소설

리틀 스트레인저 (The little stranger) - 세라 워터스 (Sarah Waters)

by YK Ahn 2018.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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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내용인지 전혀 모르고 책장에 있기에 꺼내서 읽어보기 시작했던 책인데, 개인적으로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 미스터리 추리(?) 소설이었다. 한국어 번역판의 책 표지는 뭔가 좀 난잡한 느낌이고 전혀 미스터리하지 않은 느낌이다.


 내용은 2차 세계대전 후 헌드레즈라고 불리는 저택에 살고 있는 몰락해 가는 영국 전통귀족 가족과 어릴 때부터 헌드레즈 저택을 동경하여 왔던 평민 출신에서 의사로 '신분상승'을 일궈낸 주인공 닥터 패러데이가 저택에서 겪게 되는 기괴한 일들에 대한 내용이다.  


 2차 세계대전 후 기존의 농업/축산이나 노동력에 의존하여 부를 유지하였던 귀족들이 변해가는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들이 누리던 것들을 잃고 사회에서 도태되고 소외되어 가는 상황을 대변하듯이 헌드레즈 저택의 거대한 부지들이 결국 돈을 마련하기 위해 영국 지방 정부에 조금씩 팔리는가 하면, 수십개가 넘는 저택의 방들이 대부분 사용되지 않아 굳게 단힌 창문과 문들, 여기저기 부서지고 망가져 폐허처럼 변해가나 이를 고치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상황들은 당시 영국 사회의 귀족들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전쟁에서 다친 다리로 저택을 힘들게 지켜나가고 있는 아들 로더릭의 다리를 치료해주겠다는 핑계로 동경의 대상이었던 헌드레즈 저택에 들어서게 된 주인공 닥터 페러데이는 이 귀족 가족에게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자 가족의 비극을 가져오게 되는 사람인데, 소설이 뒤로 갈수록 그러한 낌새를 보이기 시작하다가 소설의 마지막에서 드러나게 된다.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소설의 초반에 나오는 닥터 페러데이와 귀족의 딸로 후에 닥터 페러데이와 약혼하나 결혼 파기 후 죽을으로 치닫게 된 캐롤라인과의 대화는 소설 전체의 불길한 느낌과 비극적인 사건들의 시작점이 어디에 있게 될 것인지 알게 해주는 단서였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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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웃은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 그녀가 말한 부분은, 예전에 내가 도토리 모형을 뜯어낸 바로 그 회반죽 세공 벽이었다. 나는 그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상당히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그러나 그녀는 전율을 느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와, 그거 진짜 재밌네요. 우리 어머니가 정말로 선생님께 메달을 수여했어요? 알렉산드라 여왕처럼? 어머니가 그걸 기억하실지 궁금하네요." 


 "어머닌께는 제발 말하지 말아주세요. 기억 못하실 겁니다. 그때 저는 쉰 명쯤 되는 무릎 까지고 지저분한 꼬마 중 하나였는걸요."


 "하지만 그때도 이 집을 좋아했던 거네요?"


 "망가뜨려서라도 갖고 싶을 만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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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페러데이와 헌드레즈 저택 귀족들의 만남 후 아들은 자신의 집에 방화를 일으켰다는 혐의로 페러데이와 가족들에 의해 정신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어머니는 유아 때 병으로 죽은 수잔이라는 첫 아기의 환영 혹은 귀신에 시달리다 정신병원 입원 전날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어머니 장례식날 닥터 페러데이와의 결혼 일자를 확정한 딸 캐롤라인은 어느날 닥터 페러데이가 그토록 원한 것은 자신이 아니라 이 헌드레즈 저택이었음을 깨닫고 파혼을 청한 후, 자신의 가족들과 비슷하게 환청과 환영에 시달리다 저택 계단에서 'YOU!'라고 외치며 계단에서 떨어져 죽게 된다.


 (번역판에서는 '당신이...'라고 나오는데, 존칭이 따로 없는 영어와 존칭이 언어에서 가장 기본적인 문법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어간의 번역에서 나오는 손실로 번역본에 몰입이 잘 안되는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


하지만 캐롤라인이 죽고 나서 폐허처럼 버려진 헌드레즈 저택을 간간히 들르는 닥터 페러데이는 그 가족들이 보았다는 환영, 유령들을 전혀 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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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헌드레이홀에 낯선 존재가 출몰한다고 해도, 그 존재는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나는 고개를 들고 이내 실망할 것이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금이 간 창유리뿐이고, 거기에서 이쪽을 지그시 노려보는 일그러진 얼굴은, 간절히 원했으나 원을 이루지 못한 얼굴은, 바로 나 자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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