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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유럽 소설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 아고타 크리스토프 (Agota Kristof)

by YK Ahn 2018.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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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내용에 앞서, 이 책은 작가가 각기 다른 시기에 쓴 책을 하나로 엮은 소설이다. 세권의 책의 출판 시기에는 몇년이라는 간격이 있는데, 세 권을 서로 독립된 책으로 읽어도 될 것 같고, 같이 모아서 읽어도 되는 그런 책이다. 


 유럽 역사 중 가장 비극적인 지역 중 하나인 동유럽, 그 중 헝가리의 국경 지대에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1편인 <비밀 노트>는 전쟁이 발발하면서 도시에 살고 있던 한 가족이 남편은 종군 기자로 전쟁에 나가고, 도시가 점점 황폐해지고 위험해지자 어머니가 쌍둥이 아들들을 데리고 국경근처의 생전 만나보지 않던 친할머니에게 맡기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며, 할머니 집에 남아있던 쌍둥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녀'라고 불리는 할머니와 함께 살던 두 쌍둥이들은 역경과 고난, 전쟁의 잔인함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며, 할머니를 도와 살아가게 된다. 이들이 시골에 살면서 전쟁시에만 일어날 수 있는 갖가지 상황들을, 연습에 따라, 감정적인 표현없이 사실적인 묘사로만 이야기를 해나가는데, 예를 들면,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나 쌍둥이 아들을 데리러온 어머니를 거부하며 할머니 집 앞 정원에서 어머니와 옥신각신 하던 중 포탄이 떨어져 어머니와 어머니의 새 남자친구 사이에서 나은 여동생이 그 자리에서 죽는 장면 또한 아무런 감정표현 없이 묘사하고 있다. 2년이 지난 후 이 쌍둥이들은 어머니와 여동생의 사체를 다시 파내어 잘 닦고 뼈들을 서로 이어서 자신들의 다락방에 몰래 전시하여 놓는다. 


 시간이 지난 후 쌍둥이의 아버지가 쌍둥이를 찾으러 와 국경을 넘을 준비를 하자, 아버지를 도와 국경을 잘 넘을 방법을 알려주지만, 쌍둥이 중 하나도 같이 몰래 국경을 넘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국경 사이에는 지뢰밭이 있어 넘어가기 힘들지만 먼저 넘어간 사람이 지뢰를 밟아 죽게되면 뒤에 오는 사람은 더 안전하게 넘어갈 수 있어, 아버지를 먼저 보내고 형제 중 한명은 아버지가 지뢰를 밟아 죽는 것을 보고 바로 뒤따라가서 국경을 넘게 된다. 쌍둥이 중 한명은 국격을 넘고 한명은 헝가리에 남게 되며, 지뢰를 밟은 아버지에 대해서 국경수비대가 취조를 하는 과정에서 두 쌍둥이 중 하나만 집에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경수비대가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의문이 생기기 시작하지만 여기서 1편이 마무리 된다. 


 1편의 제목 <비밀 노트>는 이 쌍둥이가 할머니와 다른 사람들 아무도 모르게 자신들의 아지트인 다락방에서 몰래 써내려간 일기이다. 


 2편인 <타인의 증거>에서는 1편에서 쌍둥이의 이름이 전혀 나오지 않던 것과 다르게, 둘의 이름이 밝혀진다. 루카스(Lucas)와 클라우스(Claus). 이 중 클라우스는 아버지의 시신을 넘어 국경을 넘었으며, 고향에 남은 것이 루카스이다. 루카스는 이미 예전에 돌아가신 할머니의 집에 머물다가, 근친관계로 장애아를 낳은 야스민이라는 여자아이를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하면 살아간다. 그녀의 곱추 아들인 마티어스는 몸은 불편하지만 매우 총명하였는데, 학교에서 끔찍한 왕따를 당하며 결국 학교를 포기하고, 루카스는 마티어스를 아들처럼 키우기 시작한다. 이 중 루카스는 마티어스는 사랑하지만, 야스민에게는 마음이 없고, 다른 전쟁과부인 클라라에게 지속적인 구애를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결국 전쟁통에 파국으로 치닫고 만다. 마티어스는 어느날 루카스가 자신을 위해 차려준 서점에 찾아온 사무엘이라는 잘생긴 꼬마아이를 보는 눈을 극심히 질투하며, 아리따운 여자인 아그네스를 루카스에게 소개시켜 주지만, 마티어스는 사무엘이 아그네스의 조카라를 것을 알게 된 후, 자신의 방에서 목을 메어 자살을 한다. 


 여기서 갑자기 이야기가 클라우스의 등장으로 전환되기 시작한다. 오래전 헤어진 자신의 형제 루카스를 찾아 50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클라우스는 루카스를 찾아 헤매지만 찾지 못하고, 루카스가 머물던 서점에서 그의 어머니와 여동생의 해골이 놓여진 곳에 잠을 청하며 2편의 이야기가 끝나간다. 


 3편인 <50년 간의 고독>은 이 앞의 두 이야기들을 뒤집으며 시작하는데, 이제까지 했던 모든 이야기들이 사실을 거짓말이었다는 것이다. 50년 전 국경을 넘은 사람은 클라우스가 아니라 루카스이며, 그의 나이는 15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8세로 속였다. 그리고 국경을 넘다가 죽은 것도 아버지가 아니었다. 이 세가지가 루카스가 국경을 넘었을 때 하였던 거짓말이지만, 사실 앞의 모든 이야기들은 그(루카스)가 국경을 넘어 다시 자신의 형제(클라우스)를 찾아와 고향에서 머무는 6개월동안 썼던 현실과 상상이 뒤얽힌 이야기였던 것이다. 

 

 전쟁통에 종군기자로 전쟁에 나간다는 것은 아버지가 그들에게 했던 거짓말이었다. 사실은 안토니아라는 여자와 바람이 나며 전쟁을 핑계로 가족을 버리고 안토니오와 그의 사이에서 새로 태어날 아이와의 새로운 삶을 꿈꾸며 떠나려고 하자, 쌍둥이의 어머니가 남편을 총을 쏘아 죽이고 그 중 총알 한발이 튀어 루카스의 척추를 다치게 하여 기적적으로 살았지만 재활원에서 몇년을 보내야 했던 것이다. 그 일로 인해 어머니는 감옥에 갖히고 루카스는 재활원에서 고아처럼 지내게 되며, 클라우스는 안토니오(!)의 보호를 받으며 살게 된다. 루카스가 기적적으로 치료가 되어 가고 있을 즈음 재활원에 포탄이 떨어지면 많은 사람들이 죽고 부모에게 돌려보내졌으나 갈 곳이 없는 루카스는 국경 근처의 시골에 한 노파가 살고 있는 곳으로 보내지게 된 것이다. 이 곳에서 루카스는 그 할머니를 도우며 살다가 어느날 탈영병이 국경을 넘기전 그의 도움을 요청하여 도와주며 그와 같이 하지만 몇발자국 뒤에서, 그래서 지뢰를 밝은 그 탈영병은 죽지만 루카스는 살아서 국경을 넘게 된다. 


 안토니오의 보호를 받으며 안정되게 살아온 클라우스는 어느날 안토니오가 자신의 가족을 이렇게 파탄으로 만든 장본인임을 알게 되어 갈등에 휩싸이던 중, 감옥에서 풀려난 어머니가 자신들의 옛날 집으로 돌아온 것을 알고 자신의 어머니 품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미 자신의 루카스에게 저질렀던 일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고, 자신의 앞에 있는 클라우스는 보이지 않고 늘 루카스만 찾게 되어 이는 클라우스에게 강한 열등감과 질투심을 자라나게 만든다. 이후 국경을 넘어 다시 돌아온 루카스가 몇달간 헤매다 자신을 찾아내지만, 클라우스는 극구 자신의 형제인 루카스는 이미 죽었으며, 어머니도 죽었고 자신은 루카스를 모른다고 부인한다. 결국 이에 실망한 루카스는 모든 것을 체념하고 기차에 투신하여 자살하는데, 이 소식을 들은 클라우스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같은 방법으로 자살을 결심하며 이 모든 비극적인 이야기들이 끝나게 된다. 


 매우 비극적이고 슬픈 이야기들이지만, 감정 표현없이 써내려간 문체들로 인해 슬픔보다는 충격이 더 가깝게 다가오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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