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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북미 소설

종이 동물원(The paper menagerie and other stories) - 켄 리우 (Ken Liu)

by YK Ahn 2020.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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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번 부모님이 중국 총칭에 오셨을 때 선물해 주셨던 책 중 하나인데, 이번에 휴가 때 총칭으로 오는 시점에 맞추어 읽게 되었다. 중국에 온지 거의 9개월만에 읽혀지게 된 책이라니...

 

 최근에 문학계에서 중국인 작가들이 많다는 것이 새삼 느껴지고 있는데, 이번 책도 켄 리우라는 미국에 이민간 중국인 작가가 쓴 책이다. 작가의 약력에 대해서 읽어보았는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천재같은 사람이 아닐까 싶다. 중국에서 태어나 11살 때 미국으로 이민간 그는 하버드 영문학과를 졸업 후, 마이크로소포트사에 프로그래머로써 일하다가, 다시 하버드 법대를 입학하여 졸업 후 변호사로 일한다. 이후 소설을 쓰기 시작하며 단편소설인 <종이 동물원>으로 휴고 상, 네뷸러 상, 세계환상문학상을 휩쓰는 최초의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책에는 대부분의 작가가 대충 얼버무리는 과학에 대한 부분도 꽤나 세심하게 그려내며, 과학자들이 쓴 소설의 따분함도 없다. 

 

 중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중국의 내륙지방인 간쑤성에서 보내서 중국 문화에 대한 내용이 많은 소설에 들어가 있으면서 중국 뿐 아니라 대만인이나 일본인이 중심인물이 되는 이야기들도 꽤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켄 리우 작가의 단편소설집이기 때문에 책 안에는 그의 다양한 소설들이 담겨 있다. 작가의 대표작인 <종이 동물원> 뿐 아니라 <천생연분>, <즐거운 사냥을 하길>, <상태 변화>, <파자점술사>, <고급 지적 생물조의 책 만들기 습성>, <시뮬라크럼>, <레귤러>, <상급 독자를 위한 비교 인지 그림책>, <파>, <모노노와아레>, <태평양 횡단 터널 약사>, <송사와 원숭이 왕>,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등이 실려 있다. 

 

 책 속의 많은 작품들 중 으뜸은 단연 <종이 동물원>일 듯 하다. 어릴적 홍콩에 인신매매로 팔려가 어느 집의 하인으로 살다가 미국의 시골에 신부로 팔려온 자신의 중국인 엄마가 어릴적 자신에게 만들어 주던 살아있는 종이 동물들은 책을 읽고 나서 '정말 중국사람들은 종이 인형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할 정도로 너무 생생하였다. 머리 속을 '쾅'하고 내리치어 뇌 속에 깊숙하게 각인되는 많은 소설이나 이야기들이 그렇듯이 이 소설도 안타까운 이야기의 전말을 드러내어 보여주며 마무리 한다. 

 

 <천생연분>은 영화 [Her]와 영국 드라마 [Black mirror]를 생각나게 하는 SF 소설일 듯 하다. <즐거운 사냥을 하길>은 후리징이라고 하는 사람으로 둔갑하는 혹은 여우로 둔갑하는 여인과 그를 쫓는 남자가,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예전의 '요술'들이 사라져버려 새로운 요술인 증기기관을 이용하는 이야기라고 하면 너무 밋밋한 듯 하나, 소설은 짧으나 내용은 많아 이렇게 몇 줄로 요약하기는 힘들수 밖에 없다. 

 

 <상태변화>는 모든 사람들이 태어날 때 그들의 영혼이 담긴 물질과 같이 태어나는 세계에 대한 흥미로운 얘기를 상태변화라는 아이디어로 멋지게 말해준다. <파자점술사>는 작가가 대만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대만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해주는데, 표의 문자인 중국어의 특징과 대만의 어두운 역사에 대해서 잘 엮은 슬픈 이야기이다.

 

 <고급 지적 생물종의 책 만들기 습성>, <시뮬라크럼>, <레귤러>, <상급 독자를 위한 비교 인지 그림책>, <파>, <모노노아와레>, <태평양 횡단 터널 역사>들은 아이작 아시모프의 책을 읽는 느낌이 들게 하는 이야기들이다. 그 중 <레귤러>는 왠지 아시모프의 SF 추리소설 중 하나가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상급 독자를 위한 비교 인지 그림책>, <파>, <모노노아와레>는 멸망해가는 지구를 탈출하는 계획의 시작부터 끝과 또다른 인류의 시작이라는 거대한 서사물을 매우 짧게 여러 이야기에 나눠서 하는 듯 한 느낌이다. 우주 여행의 시작, 여정, 그리고 그 끝과 또다른 시작이라는 구조가 세개의 다른 소설 간에 연결되어 있다. 

 

 <송사와 원숭이 왕>은 중국인 법학전공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일 듯 한데, 청나라 시절 '루쉰'의 소설에 나올 법한 주인공은 민간인들의 소송을 도와주는, 지금의 변호인인 송사로서 청나라가 명나라를 정복할 때 양주의 민간인을 학살한 내용에 대한 기록인 <양주십일기>라는 책이 청나라 황제에 의해 파괴되지 않고 보존되어 훗날 사람들이 그리고 후손들이 그 날의 일을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자신은 희생하는 내용이다. 영웅이란 특정한 인물이 아니라 결정이 필요한 시기에 용기를 낸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주인공을 도와주는 환상의 손오공이 나오는 이야기이다. 

 

 책의 마지막 소설인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은 2차 세계대전 시 중국을 침략한 일본군들이 저지른 731부대의 만행에 대한 내용을 물리학의 갖가지 이론들과 섞어서 실제로 '볼 수 있게' 만들어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했던 역사학자와 그의 물리학자 아내에 대한 이야기이다.

 

 켄 리우의 소설들은 몇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을 정도로 전체적으로 뚜렷한 특징들이 있는 듯 하다. 가족과 자식에 대한 갈등과 해소, 평범한 사람들의 영웅적인 행동, 역사에 대한 뉘우침과 관계 속에서 복잡하게 얽혀있는 과거, 인종간의 갈등, 역사의 환원적 관점...등이 그의 이야기들의 핵심재료가 아닐까 싶다. <Everythign I never told you>가 들려 주었던 미국으로 이민간 동양인의 갈등 외에도, 테드 창의 <Stories of yours>나 그의 다른 소설들을 생각나게 하는 스토리 전개등은 현대 중국인 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특징인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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