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북미 소설

Stories of your life and others (당신 인생의 이야기) - Ted Chiang (테드 창)

by YK Ahn 2020. 6. 25.
반응형

 

영화 <컨택트 (Arrival) >를 너무 재밌게 봤는데, 이 영화가 Ted Chiang이라는 작가의 원작소설 <Story of your life>를 기반으로 했다기에 책을 사서 읽게 되었다. <Story of your life>는 60 페이지정도 밖에 안되는 단편 소설로 책 안에는 다양한 다른 단편 소설들도 있다. 대부분의 소설들에서 작가의 유신론적이며 결정론적인 작가의 세계관이 매우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책 안에는 8편의 단편 소설들이 있으나 2편은 읽다가 지루해서 넘겼다.. 

 

 좀 헷갈리기는 했는데, 소설의 제목은 <Story of your life>이고 이 단편소설집의 제목은 <Stories of your life and others>이다. 

 

 소설 <Tower of Babylon>은 성서에 나오는 고대에 존재했다는 바빌론탑에 대한 내용인데, 이 탑이 거의 다 쌓아져서 하늘의 천장에 닿아 그 하늘의 천장을 뚫는 사람에 대한 얘기이다. 성서의 내용과 같이 탑을 쌓다가 신의 권능에 도전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서 언어가 달라지는 그런 장면을 예상했으나, 책에서는 실제로 다 쌓았다. 지상으로부터 높이 올라가 달을 지나고 해를 지나, 별까지 지난 후에 맞닿게 되는 하늘의 천장은 대리석처럼 단단하고 빈틈이 없어 여러 시도 끝에 결국 뚫고 지나가나 하늘의 천장의 맞은 편에 물을 담아두고 있는 거대한 저수지를 뚫게 되어 그 천장 안에 갇히고 어찌하여 가까스로 살아나서 어둠을 뚫고 오는 희미한 빛줄기를 따라 천장을 지나치니 바로 자신이 수개월전 바빌론 탑을 향해서 가고 있던 그 길로 다시 나왔다는 내용이다. 해를 지나거나 달을 지나면서 너무 해와 달에 가까워져서 타들어가는 뜨거움에 힘들어하는 장면이나 해를 지난 후에 탑 위에서 키우는 식물들이 거꾸로 자라는 장면, 하늘의 천장이 실제로 나오는 장면들은 매우 신선하고 재밌다. 작가의 다른 소설에서도 계속 보이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작가의 회귀적 세계관이 바로 나타나는 소설인 듯 하다.

 

 소설 <Understand>는 마치 영화 <리미트리스 (Limitless)>의 원작이나 적어도 그 아이디어의 시초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내용이다. 거의 익사하기 직전에 살아난 주인공이 산소 결핍증에 의해 뇌 손상을 일으켜 이를 치료하기 위해, 실험적인 약물을 투여받는데, 이 약물은 죽은 뇌세포를 다시 살려주는 기능 뿐만 아니라 새로운 뉴런을 기하급수적으로 만들어내어 주인공을 천재도 아닌 거의 전지전능한 사람으로 만들어 낸다. 똑똑해지는 것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신체 대사능력까지도 조절할 수 있게 되고 모든 분야에서 천재가 되자 정부에서는 그를 뒤쫓기 시작하지만, 이미 그의 능력은 어느 정부 기관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똑똑하여 모든 상황에 대해서 예측을 하며 유유자적 숨어버린다. 완벽한 자기 성찰(?)을 위해 그는 공부를 하다가 어느 순간 자신과 비슷한 슈퍼 천재가 자신에게 숨겨진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 사람에 대해 알아보게 되던 중 자신은 순수하게 의식에 대한 답과 완벽한 언어에 대한 답을 추구하지만, 다른 슈퍼 천재는 자신과 다른 것을 추구하며 결국 둘은 동시대에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신보다 그가 더 먼저 슈퍼 천재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는 만반의 준비를 하여 그가 숨어있는 곳을 찾아가, 결판을 내는 그런 소설이다. 재밌고 흥미로운 소설이지만, 비슷한 영화를 때문인지 줄거리가 익숙하다...

 

 <Division by zero>는 수학에서 0으로 나눈다는 것에 대한 정의가 '없다'라는 것에 착안하여 이는 수학에서 가장 약한 논리적 고리이며, 이 논리적 고리 때문에 사실상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수학이 한번에 무너진다는 내용이다. 0으로 나누는 행위에 대한 약점때문에 결국 1+1=1 혹은 다른 수가 되는 수학적 증명을 하게 된 한 수학자는 자신들이 사용하는 모든 수학적인 기반이 전혀 의미가 없으며 결국 자와 타, 이것과 저것,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모두 뒤섞이는 환상에 사로 잡히다 미쳐버리게 된다. 작가 Ted의 결정론적이며 회귀적인 세계관의 시초가 어디서부터인지 다시 한번 보여주는 소설이 아닌가 싶다. 

 

 <Story of your life>는 영화에서와 같이, 어느날 지구를 방문한 외계인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 그들의 언어를 연구하고 시작하는 여성 언어학자에 대한 내용이다. 이 언어학자는 그들의 언어를 연구하면서 그들의 언어가 우리의 언어처럼 시간에 고정된 언어가 아닌 시간에 따라 스스로 변하는 언어이며 이 언어자체가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모두 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또한 이들과 대화를 시도하는 다른 물리학자 그룹은 다른 기본적인 물리학 공식들은 외계인들이 매우 이해하기 어려워하지만 신기하게도 '페르마의 최소 시간의 원리'는 단번에 알아듣고 그들의 언어로 다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최소 시간의 원리'란 빛이 A와 B 두 점 사이를 이동할 때 우리가 흔히 아는 것과 같이 최소 경로를 이동하는 것이 아닌 '최소한의 시간이 드는 경로'를 찾아간다는 것이다. (사실 이후 최소 시간이 아닌 '최소 작용'이라는 것이 밝혀졌으나...) 최소한의 시간이 드는 경로란 이미 모든 경로에 대해서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알아야 하는 결정론적인 얘기이다. 물리학에서도 굉장히 특이한 원리인 이 '최소 시간의 원리'만 외계인들이 굉장히 친숙하게 알고 있다는 사실과 자신이 해석하고 있는 그들의 언어로부터, 이 언어학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이 미래와 현재 그리고 과거가 모두 두 섞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소설에서도 이 작가는 자신의 현재 하고 있는 외계인들의 언어를 풀어내는 작업을 하면서 아직 임신도 하지 않았지만, 미래에 태어나게 되며 뜻하지 않게 죽게 될 딸과의 삶에 대한 추억을 기억(!)하게 된다. 

 

 그 뒤에 있는 <Seventy-two letters>나 <The evolution of human science>, , <Liking what you see: A documentray> 등은 앞의 세 소설들보다 그렇게 재밌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Hell is the absense of God>은 천사들의 지상방문에 의해 죽거나 다치고, 혹은 기적을 얻게 되는 사건들이 일어나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태아시절 어머니의 부주의한 약물복용과 음주로 절름발이로 태어난 주인공은 신을 불신하지만 독실한 신자인 한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 후 너무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 신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있으나, 어느날 한 천사의 지상 방문에 의해 자신의 부인이 죽게 되자 다시 신을 증오하지만, 부인이 천당에 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를 다시 만나기 위해 천당으로 가려고 하는 그는 천당에 가기 위해서는 신을 향한 절대적인 믿음이나 혹은 천사의 지상 방문시 주변에 나타나는 '빛'을 보게 되면 (당연히 죽게 되나) 천당을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언제가 될지 모르는 천사의 지상 방문을 기다리다가 기회를 갖게 되어 빛을 보는데 성공하지만 결국 그는 지옥을 가게 된다. 그는 지옥에서 평생 그녀를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깨닫고 신에 대한 사랑과 희생을 배우게 된다는 내용이다. 

 

 소설들이 다 그 내용들이 신기하면서도 재밌으며 작가의 정말 아이디어들이 번뜩이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유신론적이며 결정론적인 세계관이 정말로 뚜렷한 작가의 소설들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