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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역사

페르낭 브로델의 지중해 &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 김응종

by YK Ahn 2020.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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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님 책장에서 발견한 이 책은, 내용도 전혀 모르고 파란색 표지와 프랑스 사람인 듯 작가 (페르낭 브로델)의 푸른 지중해가 보이는 프랑스 남부의 어느 한적한 시골에서 한가롭고 행복한 삶을 즐기는 주인공의 커피숍에 닥치는 자본주의의 파도와 그 속에서 물질문명에 대한 한탄 혹은 비판이 들어 있는 말랑말랑한 프랑스 소설의 번역서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머리가 복잡할 때 가볍게 읽어야겠다'라고 생각하며 가져온 책을 이번에 펼쳐 읽게 되었다. 그리고 '들어가는 글'에서 그 예상은 정말 얼토당토하게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재 충남대학교 사학과 교수인 저자 김응종 교수는 서문에서 이렇게 책을 시작한다. 

----------------------------------------------------------------------------------------------------------------------------------- "서울대학생을 위한 권장도서 100선"이라는 것이 있다. 직접적으로는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간접적으로는 대한민국의 대학생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싶은 동서양의 고전 100권을 뽑아놓은 것이다. 전반적으로 학생들의 지식수준을 너무 높게 잡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쨌든 하나의 목표로서의 가치는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100선 가운데 서양 사상 부분은 27권이 있는데 그중에 역사 사적으로는 헤르도토스의 [역사], 페르낭 브로델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그리고 에릭 홉스봄의 4부작([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민족의 시대], [극단의 시대])이 들어 있다. 서양 사상을 대표하는 사상가 속에 역사가가 세 명밖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역사학 경시 풍조 내지는 무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역사가는 그가 어느 시대에 대해 쓰든지 간에 당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고, 그래서 당대의 사상가이기 때문이다. 크로체가 "모든 역사는 현대사"라고 말한 것은 참으로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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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 이 책은 솜사탕같은 지중해 해변 어딘가의 카페에 대한 얘기가 아닌 지중해라는 지리적인 조건이 어떻게 유럽의 역사를 '결정'지었는지에 대한, 그리고 물질문명-시장경제-자본주의로 대변되는 '페르낭 브로델'이라는 프랑스 역사학자의 대작 [지중해]와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라는 책의 개론서 혹은 해설서같은 책인 것이다.  특정한 책의 해설서라는 것이 이미 원작자의 책을 해설한 것이기 때문에, 이 해설서를 비판적으로 읽다는 것은 장님에게 들은 코끼리의 모양을 비판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서 해설서를 잘 읽지도 않기 때문에 굉장히 오래간만에 읽은 해설서이기도 하다. 

 

 나에게는 매우 생소한 페르낭 브로델이라는 사람은 프랑스의 역사가로 현대 역사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라고 한다. 해설서의 장점이나 단점인,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페르낭 브로델의 [지중해]와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라는 책을 읽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을 통해서 브로델이 연구하여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들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게 된 듯 하다.

 

 브로델은 사건들의 나열이나 사건들의 연결이라는 기존 전통적인 역사학이 가지고 있던 한계를 구조-콩종튀르-사건이라는 관점에서 장기적인 역사를 '설명'하려고 하였던 듯 하다. 특히 브로델이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듯 하며, 인류 역사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구조'는 '지리적 요건'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브로델은, 현재는 부자들과 낭만을 찾아오는 여행객들의 소유물처럼 되어 버린 "척박한" 지중해가 16세기 유럽의 역사와 그리고 더 나아가 세계의 역사를 '결정'지었으며 이미 결정되어 버린 운명 속에서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중요한 사건'들은 콩종튀르라는, 저자의 표현대로 하면 '국면'이라는 어떤 파도가 물결치듯 혹은 거대한 지구의 역사에서 지표면의 온도가 오르락 내리락 하듯, 그런 굴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밖에 이런 콩종튀르에 엮이지 못하는 다른 사건들은 '의미없는 사건'이며 역사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그냥 '해프닝'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지금 논하는 것인 '역사'인가 '운명'인가라는 물음이 들 정도로 강력하고 파괴적인 주장인 듯 한데, 이는 실제로 다른 역사가들에 의해서 많은 비판을 받은 듯 하다. 

 

 원작은 수천 페이지가 넘는 대작이라고 하며, 프랑스는 물론 전세계 역사학계에 충격으로 다가왔던 작품들이라고 하는데, 이런 대작의 미세한 그리고 거대한 부분들을 300페이지도 안되는 짧은 책 안에 브로델의 원작들의 내용은 물론이며 브로델에 대한 설명, 당시와 이후 사회적 배경 설명, 그리고 저자의 생각까지 너무 많은 것을 넣으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지중해] 해설서를 읽은 내가 [지중해]라는 책을 짧게 요약하자면, "역사라는 것은 '구조'에 의해서 이미 그 길은 결정되어 있고 그 안의 인류가 행하는 행위들은 '콩종튀르(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모호하여 논리적으로 매우 취약하나 자신의 논리를 이어나가기에는 매우 용이한 개념)'라고 하는 국면과 상호작용을 하며 -이렇게 말한 이유는 콩종튀르라는 개념이 결과를 해석하기 위해 당시에 있었던 사건들을 재해석해서 하나의 '국면'으로 만든 것인지, 아니면 이미 이러한 국면이라는 것은 당위적이어서 이 국면에 의해 사건이 생긴 것인지 명확하지 않아보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역사를 만든다. 이러한 거대 역사 속에서 미미한 '사건'들은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한 의미와 영향력을 가진다."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에서는 마르크스의 향기가 느껴지는 주장이 나온다. 인간의 정치-경제는 물질문명이 나온 이후부터 의미를 가질 수 있으며 물질문명은 시장경제로 이행이 당위적이다. 브로델이 주장하는 이 시장경제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모든 것이 합리적으로 결정되는 그런 상황이다. 시장경제는 갈등을 해소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가지만, 시장경제 기반에서 만들어져 시장경제를 더욱 활성화시키면서 동시에 피폐하게 만드는 자본주의는 독점과 독재를 지향하며 비합리적이고 갈등을 양산한다. 심화되는 갈등으로 인해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시장경제는 더욱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도시'며 '세계-경제'(세계경제가 아닌!)라는 개념들은 딱히 와닿지 않아 머리 속에도 잘 들어오지 않아 '도대체 뭔소리야'하면서 지나치듯 읽은 듯 하다.

 

 왠지 [역사란 무엇인가]와 [자본론]을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이며 대학교 교양수업을 위해 '개강 전 읽고 와야 할 책'을 읽은 듯 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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