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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역사

The rape of Nanking (난징 대학살) - Iris Chang (아이리스 창)

by YK Ahn 2018.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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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는 <역사는 누구의 편에 서는가>와 <난징 대학살>이라는 번역본으로 나온 저자 Iris Chang의 <The rape of Nanking>인제 한국어 번역본 책의 제목과는 다르게 원저 제목은 매우 공격적이다. 처음에는 너무 노골적(?)인 제목에 당황하기는 했으나 책을 읽고 나니 저자가 느꼈던 분노와 안타까움이 이런 저돌적인 제목을 만들게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The rape of Nanking>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조선에 이어 중국을 침입하여 만주지역에 만주국이라는 괴뢰국을 만든 이후, 상하이와 난징을 공격하여 함락시킨 후 난징에서 행하였던 대학살에 관하여 저자 Iris Chang이 연구한 것들에 대한 내용이다. 


 어느날 중국계 미국인인 저자는 부모님에게 어렸을 때부터 들었던 난징 대학살에 대해서, 미국이나 영어로 된 문헌들이 거의 없음을 깨닫고 스스로 그 잊혀진 역사를 찾아보기 시작한다. 


 책의 내용은 크게 3파트로 나뉘어져 있는데, 첫 파트는 난징 대학살에 대한 설명, 두번째 파트는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 특히 당시 동맹국이었던 독일과 연합국이었던 미국과 영국에서 보던 혹은 그 나라들에게 알려졌던, 혹은 알려지고 싶었던 난징 대학살에 대한 얘기이다. 세번째 파트는 냉전시대로 이어지는 역사적 변환기 때문에 자국에서 조차도 있어지고, 자신의 행적에 대한 사죄는 커녕 존재하지도 않았던 사건으로 날조하려는 일본에 의한, 그리고 서구 국가들에 의해 잊혀져가는 역사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내용이다. 


 첫번째 파트인 난징 대학살에 대한 내용은 다시 크게 세가지로 나뉘는데, 난징 대학살을 자행하였던 일본 군인과 장교의 입장, 난징 대학살을 겪어야 했던 중국인들. 그리고 그 대학살의 현장 속에서 자신의 힘으로 중국인들을 한명이라도 더 살리려고 노력하였던 당시 난징에 있던 외국인의 입장에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난징 대학살은 정확한 통계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수가 사람에 따라 혹은 이념에 따라 매우 달라지나 일반적으로 받아지는 희생자 수는 대략 10만명에서 40만명까지이며, 보통 30만명 정도의 전쟁 포로와 민간인이 잔인하게 학살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이 당시 중국의 파리라고 불리던 상하이를 치열한 전쟁 끝에 함락시키고, 중국 문화의 정수인 난징을 공격할 때 이에 맞서는 중국 국민당 장개석의 군부대도 적지 않은 수였다고 한다. 이미 100만명이 넘는 도시 인구에서 반 이상이 피난을 가고 이 빈 공간을 군인들이 매워 90만명 가까운 군인과 민간인들이 있던 난징은, 국민당의 판단 착오와 장개석의 도피로 인해 너무나도 쉽게 함락되어 버린다. 당시 아시아 최고의 공군력을 보여주고 있던 일본에 대항하여 초라한 국민당의 장개석은 그나마의 공군들도 모두 철수시키고 자기 자신도 총칭으로 후퇴한 후, 한때 자신의 정적이었던 탕셩즈 장군을 방위군 사령관으로 내세워 난징을 지키라고 하지만 이마저도 최전선이 무너지기 시작하자마자 후퇴를 시키고, 당시 격렬한 전투를 벌이던 전선은 사령부의 후퇴명령으로 아수라장이 되면서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고 한다. 


 이미 상하이 전투에서 지칠대로 지쳐서 온 병사들과 부상병들, 시골에서 강제 입영되어 총 한번 쏴보지 못하고 전선에 투입된 전국 각지의 청년/청소년들과 정부와 군대가 자신들을 끝까지 지켜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난징 주민들은 사령관과 일선 부대의 후퇴로 인해 아수라장이 되면서 난징은 수십만의 군대가 있지만 전의는 상실한, 그리고 도망칠 돈도 없는 가난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완전한 무질서 상태에 놓이게 된다. 


 난징을 너무 손쉽게 얻게된 일본군은, 상하이의 중국군의 강렬한 저항에 많은 피해를 입은 일본군은 난징에서 역사상 가장 최악의 전쟁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수만명의 여자들이 거리에서 혹은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또는 어디에서든 보이는대로 일본군에 의해 강간을 당하기 시작하고 강간의 끝은 살인으로 대부분 끝났으며, 남자들은 보이는 대로 총살이나 창검에 의해 살해 당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군대 수보다 훨씬 많은 포로를 가지게 된 일본군은, 전쟁 포로들에게 물과 식사를 주지 않아 탈진하게 만든 후 그룹을 나뉘어 학살을 하기 시작한다. 저자는 이 일본군들의 만행이 너무 말도 안되게 잔인하여 인간성의 괴멸이라는 표현을 계속 사용하는데, 책에서 소개된 방법들은, 포로를 총검술의 살아있는 타켓으로 사용, 휴발유를 몸에 뿌려 산채로 화형, 몸을 땅 속에 반만 묻히고 나온 머리등을 탱크나 말이 밟게 하거나, 우리에게 알려진 온갖 생화학 무기의 실험용으로 사용되기 하였다고 한다. 이곳에서 Safety zone을 만들어 중국인들을 살려내고 있던 외국인들에 의하면, 지옥이 따로 없으며 여자는 보이기만 하면 끌려가고 심지어 목이 거의 잘려 머리가 데롱데롱 달려있는 상태로 병원까지 돌아온 여자들도 있었다고 한다. (너무 잔인한 내용들이 많으니 직접 읽는 것이 더 나을 듯...)


 책의 내용 중 흥미로운 이야기는, 당시 일본과 동맹국이었던 독일 나치의 중국 주둔 장군이었던 Rabe라는 인물이 살려낸 수많은 중국인들에 대한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중 유태인 학살로 악명높던 독일 나치군의 장군 중 한명이었던 Rabe는 중국에서는 쉰들러와 같이 수만명의 중국인들을 일본인의 학살에서 구해낸 것인데, 이 후 이 장군은 독일로 귀국 후 일본의 학살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알린 이유로 비밀경찰의 고문을 받으며 그와 가족들은 한동안 매우 비참한 삶을 살게 된다. 





 난징 대학살에 대한 내용이었던 파트 1과는 달리 파트 2에서는 일본이 어떻게 역사를 조작하려고 하고 심지어는 지우려고 했는지에 대한 설명 혹은 고발을 하며, 그러나 너무 안타깝게도 2차 세계대전 이후 이어진 냉정시대와 한국 6.25전쟁으로 인해, 전범 재판이 끈질기고 집요하게 이루어진 독일과는 달리, 전범들이 영웅으로 추앙받고 2차 세계대전을 성전으로 부르며 난징 대학살은 중국인들이 만들어낸 존재하지 않는 사기극이라고 말하는 일본인들에게 역겨워하는 내용이다. 일본도 전범 재판을 받으면 몇몇 사람들이 사형이나 형을 살기는 했지만, 2차 세계대전과 난징 대학살의 직접적인 책임이 있던 일왕과 그의 가족들은 정치적 이유로 면제부를 받아 이후 행복한 삶을 영위하다 죽었다는 내용을 전하는 저자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전하고 있다. 


 오히려 난징 대학살의 피해자들은, 이후 육체적 정신적 고통으로 대부분 불행한 삶을 살거나 자살을 하였고, 이 기간 중 중국인들을 도왔던 외국인들도 이후 국민당에게 이긴 공산당에 의해 추방되어 본국에서 트라우마와 함께 자살이나 힘든 삶을 살다가 삶을 마쳤다는 얘기를 전한다. 


 이후 이어지는 3 파트에서도 2파트에 이어서, 인류 역사상 그리고 전쟁사상 가장 잔인하고 무책임하며 비인간적인 행위가 너무나도 아무렇지도 않게 혹은 정치/경제적인 이유로 잊어지는 것은 당시의 피해자와 그 후손들에게 두번의 고통을 주는 것과 같으며, '역사를 잊은 자는, 다시 그 역사를 겪게 된다'는 말을 전한다. 


 책의 내용은 너무 끔찍한 것들이 많지만, 이것들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과 함께, 당시 지옥같은 난징 속에서 숨죽이며 기적처럼 살아남았던 사람들의, 당시의 심정을 생각하면 흥분에 심장이 뛰며 일본인들이 괴물처럼 보이게 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일본은 중국에서 전쟁을 하며 1000만명 정도의 군인과 민간인들을 죽였으나, 그들의 선동작품에 의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희생자처럼 그들을 인식하고 있는 말도 안되는 상황에 대해서 냉소와 자조, 비난과 어이없음을 보이며 다시 한번 일본의 짐심어린 사과와 역사에 대한 바른 인식, 희생자들에 대한 적합한 대우를 주장하며 책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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