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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역사

충돌하는 제국 (The clash of empires) - 리디아 류(Lydia H. Liu)

by YK Ahn 2018.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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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알라딘 서점에서 지나가다가 우연히 보게 되서 산 책인데 1~2년전 쯤 <문명의 충돌>이라는 책을 너무 흥미롭게 읽었기에 이 책도 그러한 재미를 기대하고 샀다고 보는게 더 정확하게 그 당시의 충동을 표현하는 것 같다.


 문명의 충돌이 서구적 관점에서 보는 책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중국의 관점에서 어떻게 그렇게 위대한 청 제국이 서양에 의해 무너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해석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굉장히 특이한 것은 저자가 夷(이)라는 문자에 중요성을 굉장히 많이 두고 있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 배웠던, '고대 중국에서 당시 한반도의 국가들을 东夷(동이)라고 불렀다'라고 할 때 쓰던 '이'자 이다. 저자는 청나라 당시 중국 중심의 세계관인 중화사상에 의해 한족이나 중국을 제외한 모든 외국을 오랑캐라는 의미의 '이夷'자를 붙여 동이东夷, 서이西夷 등으로 불렀는데, 이 '이夷'자에 의해 당시 유럽의 패권국들과 청나라간의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혹은 관계가 악화되었다는 주장을 피고 있다.


 당시 유럽 국가들이 전세계에 여러 국가에 식민지를 개척하는 제국주의 시대의 밑바탕이자 대의는 미개인들이나 미개국가를 개발하고 문명화시켜 준다는 것이었는데, 중국의 청나라가 최고로 문명화된 자신들에게 오랑캐(이夷)라고 부르며 변방인(barbarian)으로 취급하는 것에 매우 불만을 나타내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 입장에서 보면 유럽국가들, 즉 오랑캐 국가들이 중심국(청나라)에 문명을 심어주러 왔다는 모순된 논리가 되어 결국 제국주의의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입게 되었고, 이러한 불만이나 대의의 충돌이 아편전쟁이라는 무력 충돌과 상하이의 조계지 등의 경제적/군사력의 모욕 및 청나라의 모든 공문서에 '이夷'라는 문자의 사용이 금지되게 만드는 국제정치의 치욕을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서 중국어의 '이夷'자는 오랑캐를 지칭하는 의미가 아닌 단순히 중국 외의 국가를 부르는 말이며, 이 말을 오랑캐라고 해석한 것은 당시 유럽국가들의 과대망상이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저자가 언어학자이다 보니 하나의 단어가 다른 언어로 번역되는 동안에 일어나는 의미의 변화와 함께 기존 언어의 단어의 역변환등에 대해 예를 들면서 설명하기도 하는데, 이런 부분들은 매우 신기하기도 하며, 번역이라는 행위와 함께 번역된 단어와 기존 단어와의 상호작용들에 대한 설명들은 매우 유익하고 놀랍다.


 다만 책을 읽으면서 적지 않은 부분에서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곳들이 있었는데, '이夷'라는 문자의 과대망상적 해석 때문에 청나라와 유럽 제국이 무력 충돌이 일어나게 되었다는 것보다 오히려 '이夷'라는 문자가 아편전쟁을 불렀다는 것이 과대해석이 아닌가 싶었으며, 청나라의 황후와 당시 영국의 빅토리아여왕을 동일선상과 동일한 중요성을 가지고 해석하려고 하는 것은 오히려 해석이라기 보다는 바램처럼 읽혀지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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