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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북미 소설

Catch 22 (캐치 22) - Joseph Heller (조지프 헬러)

by YK Ahn 2018.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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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데, 예전에 영화인지 드라마인지를 보다가 중간에 'Catch 22'라는 말이 나왔다. 처음에는 잘 못 들었나해서 다시 돌려봤는데 여전히 Catch 22라고 해서 나중에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책이름이었다. 물론 책이름과 더불어 Catch-22라는 것은 간단히 말하면 '빠져나갈 수 없는 순환 오류의 논리'인데, 어쨌든 그런 계기로 이 책을 사서 읽게 되었다.


 책은 2차 세계대전에 참전 중이 공군폭격부대의 조종사 그룹의 생활에 대한 내용인데, 처음 책 내용의 반정도는 정말 재밌다. 코미디 책인가 싶을 정도로 웃기고 말도 안되는 상황들을 너무 해학적으로 표한하며 책 속에 나오는 인물들의 반응들이 굉장히 재밌다. 배경은 2차 세계대전이지만 실제 독일군이나 이탈리아 군은 전혀 나오지 않고 작전 중 적과의 교전이 있지만 적군이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방공포에 대한 공포감만 그려진다. 위에서 간단히 설명한 Catch-22는 사실 아래와 같다. 공군 폭격부대 조종사들은 항상 방공포에 피격당할 두려움에 있다보니 더이상 작전에 투입하는 것을 매우 꺼려한다. 작전에 투입되는 전투기를 조종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미쳤다'라는 것을 의학적으로 증명하는 방법인데, 전쟁 중 자신이 언제든지 죽을 수 있는 작전 투입 폭격기를 조종하려는 것은 미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미쳤다'라는 의학적 증명은 결국 비행기를 타지 않으려는 '미치지 않았다'라는 반증이 되기 때문에 의학적인 '미쳤다'라는 증명은 결국 '미치지 않았다'라는 증명이 되어 계속 작전에 투입되어야 한다는 순환 논리인 것이다. 그렇다고 작전 투입 폭격기를 조종하려는 것이 '미쳤다'라는 것에 대한 증명이 될 수도 없는데, 왜냐하면 이들은 공군에 소속된 폭격기 조종사이므로 폭격기 조종사가 폭격기를 조종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인 것이다. 결국 조종사들은 계속해서 작전에 투입되어야 하는데, 조종사들의 불만이 계속해서 증가하자 공군 대령이 어느 숫자이상 전투에 투입되면 고국으로 돌려보내 주겠다라는 약속을 하지만, 숫자를 채울 수 있는 조종사가 늘어남에 따라 약속된 숫자는 계속해서 커지기만 한다. 

 

 중반까지는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매우 재밌다. 책을 읽다가 그렇게 웃은 적도 별로 없었을 정도로 웃기지만, 어느 순간 이 우스운 상황이 회색빛으로 변하기 시작하며 비꼬고 해학화된 현실이 아닌 실제 현실의 맨낯을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소설의 분위기는 급격히 바뀌기 시작한다. 책에 나오는 캐릭터 중 한명이 사랑하는 창녀를 어느날 죽이게 되는데, 주인공은 그를 비난하지만 군인이나 경찰은 그런 사건에 전혀 관심이 없다. 이 사건은 시작으로 이제까지 보여주었던 상황들을 다시 보여주기 시작하는데, 그 전에 웃으면서 읽었던 부분이 사실은 전혀 우습지 않은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책은 거의 공포스러워지기까지 하는데, 여기서부터 책을 읽는 것이 두려워질정도로 떨렸었다. 사실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떨렸었다. 눈물이 날정도로 웃었던 상황들이 이제는 더이상 웃긴 장면이 아닌 너무나도 끔찍한 전쟁의 상황들이었던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 학살 장면은 해학적으로 풀어낸 '인생은 아름다워'같은 영화가 처음에는 그렇게 웃기게 보여주다가 후반에 가서 '쏘우'같은 영화로 바뀌는 느낌인 것이다. 내가 웃었던 장면들이 사실은 굉장히 끔직한 장면들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이 책이 유명한 이유는 Catch 22가 상징하는 순환논리의 오류도 있지만, 책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충격이 더 크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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