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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북미 소설

Tony & Susan - Austin Wright

by YK Ahn 2018.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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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Tony & Susan>을 읽게 된 계기는 조금 엉뚱한데, 예전부터 좋아하던 배우인 Amy Adams가 최근(2016년)에 새로운 영화를 찍었다는 것을 알게 되서 보게 된 영화가 <Nocturnal Animal>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영화의 원작이 소설이다라는 것을 알게 되어 읽게 된 것이 이 책 <Tony and Susan>이다. 전에도 한국에 갔을 때 몇번 찾아봤지만 번번히 실패하다가, 찾게 되어 사두었다가 이번 베트남 여행시 읽게 되었다. 여행 때 어지러운 백팩 속에서 뒹굴고 비도 몇번 맞다보니 새 책이 몇년된 책처럼 낡아버렸다. 


 소설은 내용상으로 보면 영화의 줄거리와 매우 비슷했다. 영화가 가지고 있는 시각의 극대화라는 장점을 잘 살렸으나 대부분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그렇듯이 소설 속의 분위기나 배경등을 다 전달하기에는 무리였던 것 같다. 영화도 재미있었으나 늘 그렇듯 책이 더 세밀하고 자세하며 몰입감이 강하다.


 소설은 Susan이 살고 있는 현실 세계와 Tony가 살고 있는 소설 속 소설의 세계로 두분되어 있다. Susan은 옛 남편 Edward가 보낸 그의 신작 Nocturnal animal의 script를 읽으며 그 소설 속의 주인공인 Tony와 그녀의 삶과 Edward와의 관계, 현재의 남편과의 관계에 계속적으로 투영과 비교를 해가며, 소설 속 소설, 즉 Nocturnal animal이 끝나감에 따라 Tony and Susan의 소설도 종반에 이른다. 


 초반에는 Nocturnal Animal 속 주인공인 Tony의 무능력과 문명화에 대한 과도한 집착, 답답한 성격들이, 자신이 기억하는 이 소설(Nocturnal animal)의 작가이자 전 남편인 Edward로 투영되어 어느 순간부터 Tony와 Edward간의 overlap이 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중반이후 서서히 변화하다가 어느순간 처음과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한 Tony를 보면서 Susan은 Edward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예전의 답답하고 고집과 아집이 세지만 세속적으로 무능력했던 Edward가 이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을 변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다시 한번 내면의 작은 파장이 거대한 울림과 소용돌이처럼 뿜어져 나올 것 같은 것을 느낀다. 


 소설의 구조가 '소설 속 소설'이고 굉장히 잘 쓰여져 있다 보니, 이 소설을 읽는 나의 모습이 어느 순간 소설 속 소설을 읽는 Susan으로 투영되는 것을 느끼게 해주며, 굉장히 강한 몰입도를 갖게 하여 준다. 마치 영화 <인셉션>처럼 연속되는 꿈속의 꿈이라는 구조 속에서 어느 것이 진짜이고 어느 것이 꿈인지 구별이 힘들게 되는 것처럼, Tony와 Susan과 나의 종속관계가 소설을 읽다보면 헷갈리게 되며 내가 Susan인지 Tony인지 아니면 버스에서 책을 읽고 있는 것인지 그 경계선이 점점 희미하게 되버렸다.


 소설 속 소설의 제목이 왜 Nocturnal Animal인지는 영화를 볼 때는 잘 몰랐으나, 책을 읽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만큼 자세히 설명해 주는 것은 영화와 소설과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소설 Nocturnal animal은 절대로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는 없고 vengence라고 하는게 더 나을 것 같으나, vengence라고 하기에는 너무 폭력적이고, 그렇다고 절대로 소설 속 내용이 폭력적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소설의 전반전인 분위기처럼 뭔가 암울하며 답답하지만 말이나 논리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그런 소설이다. "너는 그 상황에서 다르게 행동할 수 있어?"라고 물었을 때, "당연히 할 수 있지"라고 했다가도 곰곰히 생각해보면 "정말 할 수 있을까"라는 반문이 제기될 그런, 논리만 가지고는 해명할 수 없는 그런 분위기이자 엔딩이다.  


 Tony가 소설 속 가상 인물이라는 사실도, Susan도 Tony가 나오는 소설을 읽는 소설 속 인물이라는 것도 알지만서도 이상하게 Tony와 Susan이 실제로 살았던 사람들이며, 소설 속 내용이 사실인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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