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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한국 소설

엄마를 부탁해 - 신경숙

by YK Ahn 2018.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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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숙 작가의 책 중 기억이 나는 것은 <기차는 7시에 떠나네>인데, <깊은 슬픔>이 책장에 있는 것으로 봐서는 예전에 읽었을 것도 같은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몇 페이지를 다시 읽다보면, 만약 읽었다면 기억이 돌아올 것 같기도 하지만...


 <엄마를 부탁해>는 몇년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던 책인데, 중국에서 구할 수가 없어서 이번에 한국에 왔을 때 부랴부랴 사서 읽은 책이다. 딱히 이번 휴가때는 할 것들이 없어 책 읽는데 시간을 더 쓸 수 있었다. 


 어렸을 적 <아버지>라는 책을 읽고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울었던 적이 있었는데, <엄마를 부탁해>도 버스와 커피 숍에서 읽으면서 뜨거워지는 눈시울을 말리느라 꽤 고생하였다. 


 어느날 서울로 모두 상경한 자식들을 보러 남편 생일에, 남편과 같이 서울로 올라온 엄마, 박소녀씨가 서울역 지하철역에서 남편의 손을 놓쳐 길을 잃게 된 것을 가족들이 알게 되면서, '엄마'와 '아내'의 기억을 하나씩 쏟아내면서 느끼는 가족 구성원들의 속죄에대한 고해성사와 같다.


 큰딸, 큰 아들, 남편, 작은 딸, 그밖에도 고모와 힘이 되어 주었던 동네 주민의 시선 혹은 그들을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에서, 끈적거리는 가족애를 끊임없이 보여준다.


 특이했던 것은, 책의 시작에서는 작가의 시점이 소설을 쓰는 큰 딸이었다고 생각했으나, 장이 지날수록 호칭의 변화와 간혹 보여주는 대상과 작가의 인식 불일치에서 깨닫기 시작한 상황에 대한 슬픔과 함께, <Lovely Bones>와 최근에 읽었던 <Everything I never told you>의 방식을 한국소설에서 보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찌되었던 엄마를 잃어버리고 나서야 엄마의 삶과 자신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돌아보게 된 가족 구성원들은 엄마 혹은 아내, 혹은 동서의 관계에서 슬픔과 고마움, 미안함과 죄책감을 가지고, 한때 엄마가 그토록 기도하였던 성모 마리아 앞에서, 자신들의 삶 속에 엄마가 사라지면 만들어진 커다란 허공을 남기며 '엄마를 부탁해'라면서 엄마를 놓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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