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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한국 소설

채식주의자 - 한강

by YK Ahn 2018.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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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게 된 계기는 좀 어의없는데, 조정래 작가의 소설인 <한강>과 작가 이름 '한강'을 헷갈렸던 것이다. '어 이게 그 '한강'인가'라는 생각으로 집어 들었던 책이고, 첫 페이지를 읽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샀던 것이다. 


 시작이야 어찌되었건 우연찮게 알게 된 책이며, "아내가 채식을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그녀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라고 시작하는 첫 문장이 간결하고 직설적이어서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알게 된 이유야 어쨌건 그냥 사서 읽기로 하였다.


 책의 내용은 어느날 밤부터 꾸기 시작한 피로 물들어진 꿈 때문에 채식으로 전향한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의 시선에서 시작한다. 점점 심해지는 그녀의 채식과 함께 점점 시들어가는 그녀의 건강은 이후 둘 사이를 연결하던, 그렇지만 강한 비바람을 견뎌본 적이 없던, 그런 끈을 끊어버리게 만든다. 특히 처제 집안의 상대적인 성공과 그에 반해 권위적인 아내의 아버지에 대한 아내의 '반항'은 아내를 코너에 몰린 쥐처럼 만들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들고 정신병원 입원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이야기는 여기에서 아내 혹은 처제의 얘기에서 처남의 이야기로 바뀐다. 예술가로서 아내(처제)의 '덕'을 보며 살아오던 처남은, 어느날 자기 아내가 자신의 아들을 목욕시키다가 말한 처제의 '몽고반점'의 이미지가 머리 속에 강하게 박히며, 또다른 갈등을 아주 빠르게 만들어 간다. (이 때 처제는 이미 첫번째 정신병원에서 퇴원하여 언니(형수)집에서 지내다가 나가 홀로 지내고 있을 시기이다.) 


 결국 아내에게는 비밀로 하고 처제를 설득해 누드 크로키를 하고, 더 나아가 자신이 직접 모델이 되어 처제와 성급한 관계를 맺은 처남은 그날 바로 아내에게 현장에서 발각되고 남편과는 이혼을, 처제는 또다시 정신병원에 보내신다.


 이 원인모를 광기같은 이미지와 꿈들은 이제 형수에게 오염이 되는데, 형수는 끝까지 자신의 삶을 놓지 않고 버티지만, 자꾸만 죽음으로 나무와 같은 상태로 돌아가려고 하는 동생(처제)를 보면서 자신이 '미치지' 않은 이유는 오직 자신의 아들인 '지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우가 없었다면 자신도 이미 예전에 그 끈을 놓았을 거라고 생각하며, 정신병원에서 식사를 거부해 생명이 위험한 단계에 대형병원으로 옮겨지는 동생과 같이 차로 이동하며, 차 속에 속박 침대에 묶여 있는 동생을 보며 이건 단순히 꿈일 뿐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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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걸 말이야.

 그녀는 문득 입을 열어 영혜에게 속삭인다. 덜컹, 도로가 파인 자리를 지나며 차체가 흔들린다. 그녀는 두 손에 힘을 주어 영혜의 어깨를 붙든다. 

....... 어쩌면 꿈인지 몰라.

 그녀는 고개를 수그린다. 무언가에 사로잡힌 사람처럼, 영혜의 귓바퀴에 입을 바싹 대고 한마디씩 말을 잇는다.

 꿈속에선, 꿈이 전부인 것 같잖아. 하지만 깨고 나면 그게 전부가 아니랄 걸 알지..... 그러니까, 언젠가 우리가 깨어나면, 그때는.....

 그녀는 고개를 든다. 구급차는 축성산을 벗어나는 마지막 굽잇길을 달려나가고 있다. 솔개로 보이는 검은 새가 먹구름장을 향해 날아오르는 것이 보인다. 쏘는 듯한 여름햇살이 눈을 찔러, 그녀의 시선은 날갯짓을 더 따라가지 못한다.

 조용히, 그녀는 숨을 들이마신다. 활활 타오르는 도로변의 나무들을, 무수한 짐슴들처럼 몸을 일으켜 일렁이는 초록빛의 불꽃들을 쏘아본다. 대답을 기다리듯, 아니, 무엇인가에 항의하듯 그녀의 눈길은 어둡고 끈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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