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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과학/사회 & 사회비평

희망의 배신 (Bait and Switch) - 바버라 에런라이크 (Barbara Ehrenreich)

by YK Ahn 2018.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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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 얘기하기 전에,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전작 <Nickel and Dimed>는 미국의 일하는 빈민층에 대한 심층 잠입 (혹은 위장취업) 취재를 한 후 그들의 삶에 대해서 쓴 책인데, 대학교때 정말로 가슴아프게 읽었던 책이었다. 그 당시에는 <빈민의 경제(Nickel and Dimed)>라는 이름으로 번역이 되어서 나왔는데, 이 후 <노동의 배신>이라는 이름으로 재번역 되어서 나오더니 이후 그녀의 이런 사회 시스템의 비인간적인 면을 고발하는 그녀의 수많은 책들 중 3권을 뽑아 <노동의 배신(Nickel and Dimed)>, <희망의 배신(Bait and Switch)>, <긍정의 배신(Bright-Sided)>등으로 자기 마음대로 제목을 바꿔 '배신 3부작'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판매를 하고 있다. 이런 원작의 느낌을 훼손하면서 무슨 3부작 등을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서 판매하는 행위들은 지양해주었으면 한다. 



 저자의 베스트셀러작인 <Nickel and Dimed>는 지하철에서 읽으면서 울컥할 정도로 삶이 안타깝다고 느꼈는데, 그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었다. 저자가 사회 노동 빈민층, 즉 일을 하루종일 12시간이상 고된 육체노동을 하지만 높은 rent 비용과 의료비용등으로 매일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텨가는 노동빈곤층에서 위장취재 후 몇달동안 그들과 같이 생활하다가 마지막에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현재 자신이 이런 사회 부조리에 대한 책을 쓰려고 한다고 하면서 책을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달라고 부탁하자, 그 중 한 여자가 했던 말이 있다. 


"하루 종일 일하고 몸이 너무 고되고 힘들고 몸이 아파서, 일요일에 딱 하루만 일하지 않고 집에서 쉬고 싶을 때, 다음날 끼니 걱정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하철에서 이 대목을 읽으면서 가슴이 너무 아팠었던 기억이 난다. 


 이후 <Nickel and Dimed>의 성공에 힘입어, 작가는 이번에는 미국내 화이트 칼라들의 삶의 현장을 잠입 취재하는 <Bait and Switch>라는 책을 다시 출판하였다. 이 책을 샀을 때, <Nickel and Dimed>가 생각나 굉장히 기대를 하면서 읽었는데, 사실 결정적으로 작가가 화이틀 칼라들의 직장 내 생활과 그들의 고난이나 애환을 취재하기 위해서는 취업이 되어야 하는데, 취업에 실패하면서 그들의 삶을 취재하는 것이 실패로 끝나게 된다. 그러나 화이트 칼라들의 삶에 있어서 취업 이후의 삶이 큰 영역이기는 하나, 정리해고 등 직장에서 해고나 퇴사 후 실직 상태로 있는 것도 화이트 칼라들이 가지고 있는 큰 두려움과 삶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 영역을 취재한 것에 만족하며 끝을 내는데, 사실 <Nickel and Dimed>에 대비해서 (기대가 너무 컸었기 때문인지) 약간 실망스러웠던 책이다. 


 또한 미국 내 실직자들의 삶이 우리의 실직자들의 삶과도 많이 다르다보니 공감이 안되었던 것도 있는 것 같다. 사실 책 초반에서 작가가 화이트 칼라의 직장 생활을 취재하려고 마음 먹었을 때, '과연 평생 저널리스트로 있었던 그녀가 일반 사무직으로 취직이 가능할까? 게다가 임원직으로?' 라는 의구심이 많이 들었다. 경력이 좋고 명성이 뛰어나도 나이가 50대가 넘어가면 취직이 안되는 상황 속에서 관련 경력이 전무한 사람이 인위적으로 꾸민 이력서로 임원진으로 취직하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결국 10개월이 넘는 동안 보험판매원을 제외하고는 구직이 완전히 실패한 것을 보면서, 작가가 생각보다 경솔한 것은 아니었나라는 생각을 하였다. 


 어쨌든간에, <Bait and Switch>라는 책은 그녀의 구작인 대성공작인 <Nickel and Dimed>의 명성에 부응하기 위해 그 영역을 블루칼라에서 화이트칼라로 넓히려는 시도였던 것인데, 개인적으로는 그녀의 시도도 실패하고 책도 좀 실패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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