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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과학/생물학 & 생명과학

The Code Breaker(코드 브레이커) - Walter Isaacson(월터 아이작슨)

by YK Ahn 2024.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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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유전자 가위'라고 불리는 CRISPR-Cas9 을 이용하여 DNA 변경을 하는 CRISPR-Cas9을 발견 및 발명한 공로로 2020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제니퍼 다우드나(Jennifer Doudna)과 그 기술에 대한 인물전 같은 책이다. 21세기에 가장 뜨겁게 달궈진 과학분야는 바이오공학(Bioengineering)이나 생체공학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데, 바로 이 '유전자 가위'라는 기술 때문이다. 생물체의 세포 안 핵안에 있는 DNA는 정보가 RNA로 전달되고, 그 RNA의 정보는 Codon에서 어떤 단백질을 합성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되는데, 이제까지는 이 DNA에서 RNA로 정보가 옮겨가는 것은 일방통행이라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생물학과 생화학의 발전으로 원핵세포와 박테리아등에서 CRISPR라는 특이한 현상이 발견되었는데, CRISPR는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의 약자이다. 유전자 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염기서열이 앞뒤로 대칭구조가 반복되는 짧은 염기서열 구역들이라는 뜻이다. 이는 박테이라아가 과거에 자신을 감염시켰던 바이러스의 DNA 정보를 자신의 DNA에 저장하였다가, 다시 그 바이러스가 침투 시 즉각적으로 파괴할 수 있도록하게 자신의 DNA에 자신의 적의 DNA를 삽입 것인데, 이는 DNA가 DNA pool에서 무작위로 생기고 DNA에서 RNA라는 일방통행이 아니라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즉 이미 DNA가 고정되어 살아가는 세포가 자기 생의 경험을 자신의 DNA에 다시 입힐 수 있다라는 뜻인 것이다.

 이 책은 이를 발견하고 설명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들과 이 메카니즘을 이해하여 이를 사람이 사용할 수 있게끔 만든 유전자 가위 기술을 발명한 과학자 및 여러 분야의 사람들에 대한 매우 흥미진진한 내용이다. 아직 유전자 가위 기술은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개발되어 있지는 않고 비교적 짧고 단순한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고치거나 제거할 수 있지만, 지금 이순간에도 더 효과적인 방법이 개발되고 있어, 공상과학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나오던 자식의 유전자를 취사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성서에서는 '구부러진 것을 곧게 할 수 없'다라고 하지만, 이제 인간은 구부러진 것으로 곧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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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서 1:15)

구부러진 것을 곧게 할 수 없고, 부족한 것을 셀 수는 없다

 

(Ecclesiastes 1:15)

What is crooked cannot be straightened; what is lacking cannot be coun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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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책을 샀을 때는 유전자 가위라는 기술에 대한 내용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다 그게 아니라  제니퍼 다우드나라는 사람의 인물전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조금 실망하였지만, 그래도 21세기에 가장 핫한 과학분야인 생체공학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유전자 가위라는 것이 어떻게 발견되었으며 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밤새 연구하며 경쟁과 협력을 하였는지는 매우 흥미롭다. 아무래도 제니퍼 다우드나를 중심으로 쓴 책이다보니 그렇겠지만, 저자는 조금 과도하게 그녀를 치켜 세운게 아닌가 싶다. 대체적으로 저자의 자세는, 그녀가 하는 것들은 모두 맞으며 그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시기하거나 질투하고, 그녀의 성과를 뺏으려고 하는 등의 일방적이고 조금 편협하다고까지 느낄 시각으로 글을 썼다보니, 역설적이게도 책을 읽는 동안 오히려 제니퍼에 대한 인상이 그렇게 좋지는 않게 되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두하고 있는 핫한 분야들은 워낙 '내가 먼저 발견'하겠다라는 경쟁이 심하여 그럴 수 있지만, 자신의 경쟁자가 낸 논문은 자신들의 것을 (저자가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은유적으로 말하면서) 훔치거나 따라했다라고 생각하고, 자신들이 모든 것의 원조라고 생각하는 사고는 너무 유치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게다가 심지어 저널의 에디터한테 보내진 타 경쟁연구기관의 논문을 리뷰어도 아니고 심지어 동일한 연구를 하고 있는 사람한테 사적으로 공유되었다라는 대목은 개인적으로 매우 충격적이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는 똑똑하고 열성적이며 추진력이 매우 강하면서도 신중한 사람일 것으로 추정되지만, 저자가 그려낸 그녀는 약간 성과나 명성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똑똑한 위선자의 모습을 가지고 있게 만들었다. 게다가 책의 후반에는 이 책이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에 대한 얘기인지 아니면 저자 자신의 자서전인지 헷갈리게 만들 정도로 저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나 경험등으로 채워 넣었다. 왠지 전형적인 엘리트 백인 남성의 미국인이 보는 세상으로 글을 쓰면 이렇게 쓰여질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기도 하다.

 추가로 20세기 말에는 컴퓨터 공학, 21세기 초에는 반도체와 IT공학이 그 시대와 사회를 대변하였다면, 다가오는 시대에는 생체공학이 그 시대를 이끌어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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