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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과학/생물학 & 생명과학

The Brain (더 브레인) - David Eagleman (데이비드 이글먼)

by YK Ahn 2018.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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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 과학에 대한 어렵고 복잡한 내용을 이렇게 쉽고 흥미롭게 쓰는 것이 가능했던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과학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철학적인 면을 건드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책 속에는 철학적인 문제들에 대한 과학자의 성찰이 곳곳에 드러난다. 


 저자는 각각의 chapter들을 독자들에게 물음을 던지며 시작하고, 그 물음들은 항상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을 연상케하는, 물음과 그에 대한 대답을 통한 진행 형식이다보니 책에는 전문적인 내용이 많이 있지만 읽기가 매우 쉽고 흥미를 잃지 않게 유지하여 준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은 각 장들의 내용들을 매우 유기적으로 연결시켜주다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책이었다.


 사람이 다른 동물들과 다른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자기존재에 대한 자각'은 '내가 누구인가 (Who am I?)'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나'라고 우리가 말하는 것은 결국은 '뇌'에 저장된 정보와 뇌가 현실을 지각하는 지각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냐는 것에 달린 것이 아니냐라고 저자는 반문한다.


 그러면서 2장에서 '그럼 현실이란 무엇이냐 (What is reality?)'라는 물음을 다시 던지지만, 저자는 실제로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현실은 존재하지 않으며 결국은 개개인의 뇌가 어떤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며 어떤 경험을 해왔었냐에 전적으로 달렸다고 대답한다. 


 3장에서는 그럼 어떤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냐는 것으로 '누가 조절하느냐 (Who is in control?)' 는 질문으로 던지며, 대답은 '뇌'의 각 부분이 서로 연결되어 유기적인 신호를 거쳐 조절하지만 이 연결은 너무 복잡하여 칼로 잘라내는 것처럼 정확하게 분절할 수 없이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4장에서는 '나는 어떻게 결정하는가 (How do I decide?)'라는 질문을 던지는데, 여기서부터는 철학적으로 더욱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기 시작한다. 즉, 내가 무엇인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자유의지 (Free will)'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명제가 필요한데, 저자는 자유의지라는 것이 정말로 존재한다고 믿느냐라고 독자에게 반문을 다시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자유의지라는 것은 결국 우리 뇌에 저장된 신경세포 연결들의 선호(?)도와 이제까지 개개인의 뇌가 어떤 경험을 해왔느냐에 달렸다고 결론 짓는다.

 즉 내가 이 글을 쓰려고 커피숍에 오게 된 것은 나의 뇌가 커피숍이라는 기억을 위해 만들어진 시냅스의 연결과 '글'이는 개념을 만드는 시냅스 연결의 복잡한 선호에 의해 선택하게 되었는 것이다. 여기까지 읽게 되면 <이기적인 유전자>를 읽을 때와의 비슷한 혼란이 오게 되는데, <이기적인 유전자>의 저자인 리처드 도킨슨은 개체는 유전자에 의해 조종되는 껍데기일 뿐이라고 말하는 반면, 데이비드 이글만은 개체라는 것은 사실 뇌 속의 신경세포들의 연결망에 불과하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책은 이후에도 'Do I need you?', 'Who will we be?' 라는 질문을 던지며 최근의 뇌과학의 진행과 더불어 사회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뇌에 대해서 말하여 준다.  


 특히 마지막장에서 보여주는 여러가지 과학적인 실험들은 줄리안 바자니의 <유쾌한 딜레마 여행>이라는 책을 생각나게 한다. 


 마지막으로 책의 내용 중 특히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는데, 마이클 샌델의 <정의 (Justice)>에서 나오는 철로 공사를 하는 인부 4명과 그들을 향하여 달려오는 브레이크가 망가진 기차 이야기가 나온다. 철학적으로 윤리의 개념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이 질문에 대해 데이비드 이글만은 매우 명쾌하게 '뇌 과학'의 관점에서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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