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연 과학/생물학 & 생명과학

The Selfish Gene (이기적인 유전자) - Richard Dawkins (리차드 도킨스)

by YK Ahn 2018. 5. 6.
반응형

이 위대한 책을 드디어 읽게 되었다. 15년전 쯤 한국어 번역본을 샀다가 도저히 번역된 문장들이 이해가 안가서 중단했던 책을 작년에 여행갔을 때 40주년 에디션이 나와 사뒀다가 이제야 읽게 되었다. 


 생물학이 전공이 아니기에 자세히는 모르지만, 유전자 중심의 진화 (Gene-centered view of evolution)에 정점을 찍는 책 혹은 이론이 아닐까 생각한다. 결국 진화하는 것은 개체가 아니라 유전자가 자신의 보존을 위해서 적응하고 발전되는 것이며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는 많은 유전자들 사이에 경쟁에 의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유전자라는 것이 감지되기 시작한 것이 1900년 초부터 시작하여 1950년대에 이르러 확고히 밝혀졌는데, 이 책의 초판이 발간된 것이 1970년대이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유전자가 발견이 되면서 다윈의 진화론의 빈틈을 완벽하게 메울수 있게 되었음을 그리고 그 메카니즘을 확신하면서 썼을 것을 생각하니 얼마나 흥분되었을까 생각된다. 


 책에서 유전자와 인간의 비유를 인간과 체스 대결을 하는 컴퓨터와 그 프로그램을 프로그래밍한 프로그래머와 비교를 하기도 하였다. 유전자는 현상태에 대해 실시간으로 병령을 하거나 반응을 하지는 못하지만 큰 그림을 가지고 궁극의 목적(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는 것)을 달성하는 것이며, 이는 마치 체스 프로그래머가 컴퓨터가 인간과 대결할 때 다음 턴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일일이 주입하는 게 아니라 큰 그림을 가지고 궁극의 목적(체스게임에서 이기기)을 달성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 때 그때의 판단은 컴퓨터의 CPU가 하듯이 인간은 뇌가 판단하는 것이지만 결국 이 뇌는 원래부터 궁극의 목적(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는)에 맞게끔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기적인 유전자라고 하는 이유는, 이 유전자가 진짜 이기적이거나 이타적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은 아니다. 어떤 좋다 나쁘다의 가치판단을 위한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진화에 있어서 보존을 하는 단위가 무엇이냐라는 것이다. 즉 만약 예를 들어 하나하나의 생물의 개체가 (종족)보존의 단위라면 당연히 각 개체는 자신의 보존을 위해서 이 개체는 당연히 이기적이 되어야 하는데 이타적이라는 뜻은 여기서 엄밀히 말해 '자신이 보존할 수 있는 기회를 버리는 혹은 가능성을 낮추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개체가 자신의 보존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기적인 개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말하는 생물 하나하나의 개체는 죽음이라는 것을 맞이하게 때문에 개체 자체는 보존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정보가 그대로 전달되는 것은 결국 '유전자'라는 것이다. 결국 생물 개체들은 유전자들이 자신의 정보를 보존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으며 우리가 말하는 진화란 유전자가 자연의 변화나 외부 경쟁에서 자신의 유전자를 더 잘 보존하기 위해 대체 유전자와의 경쟁에 의해 더욱 적합한 표현형을 찾은 결과라고 한다. 


 이런 식으로 유전자에 입장에서 진화를 보면서 왜 일반적으로 모성애가 부성애보다 강한지,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그것이 반대로 나타나게 되는지 등을 설명하여 준다. 또한 여왕개미가 사실은 우리 생각하는 어떤 거대한 조직의 우두머리가 아니라 사실은 평생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해 철저하게 분업된 대리모라는 설명등은 상당히 신선하며 충격적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굉장히 재미있었던 것은, 뻐꾸기등과 같이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새의 생존과 자신의 낳은 알에 비해서 월등히 크며 다른 생김새를 가진 새끼를 보고도 계속 먹이를 가져다주는 피해자 새들에 대해 '너무나도 다른 모양과 생김새를 가진 뻐꾸기 알이나 새끼를 보면서도 자신의 새끼보다 더 정성껏 키우는 새들을 보면서 멍청하다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뻐꾸기 새들은 생존을 위해 자신의 가짜 어미를 속일 수 있는 강력한 속임수를 가지고 태어났으며 피해 어미 새들은 이런 속임수에 대해서 life cost가 적기 때문에 그 가짜들을 '아직' 발견하여 제거할 유전자가 dominant하게 되지 않았거나 혹은 필요없는 것일 뿐이다. 인간 남자들도 자신의 보고 있는 야한 여자의 사진이 사실은 종이에 여러가지 색으로 칠해진 잉크 더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흥분하고 있지 않는가..."라고 설명한다. 


 이후에 추가된 부분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유전자는 이기적이지만 어떻게 개체에서는 이타적인 부분이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하는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실제 게임이론에 근거한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이기적인 개체들만 존재할 경우, 그 집단은 결국 멸종하게 되며 이타적인 개체 내에서 이기적인 개체가 공종하는 상태에서는 이 이기적인 개체들 때문에 이타적인 개체들이 먼저 멸종하고 결국 이기적인 개체들도 이후 빠르게 멸종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타적인 개체들 내에서 돌연변이적으로 생성된 이기적인 개체는 매우 급속하게 자신과 같은 개체를 늘릴 수 있지만 결국 집단 자체를 멸종되기 만들며, 이런 파국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수동적으로 복수할 수 있는 개체'들 뿐이라는 것이다. 즉 이기적이지는 않지만 이기적인 개체에 대해서 '다시는 같은 속임수를 당하지 않는' 개체들은 집단을 보존할 수 있으며 이기적인 개체가 집단에 진입하여도 증식하는 것을 막고 이들을 퇴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나 동물이 가지고 있는 질투나 슬픔같은 감정들은 이런 것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작가는 덧붙이면서, 인간은 하지만 다른 동물들과는 다르게 이제는 유전자를 위한 진화가 아닌 문화를 위한 진화를 하는 특이한 생물이라고 한다. 유전자가 자신의 정보를 보존하고 자신과 동일한 것을 더 퍼뜨리려고 하듯이 인간의 문화는 스스로를 보존하려고 하며 자신의 문화를 퍼뜨리려고 한다고 한다. 즉 이제 인간은 유전자에 의해 조종되는 기계가 아닌 문화에 의해 조종되는 기계라는 것이다. 예를들어 결혼이라는 문화는 유전자 정보에는 없는 순전히 문화에 의해 만들어진 행위인데, 야한 사진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흥분이 되듯이 (이는 유전자가 우리 뇌에 그렇게 반응하도록 프로그래밍을 해놨기 때문이다.) 이런 문화에 대해 자기도 모르게 당연히 따라가게 된다는 것은 이미 Gene에 의한 진화가 아닌 Meme (imitation이라는 뜻은 그리스어 Mimeme에서 따온)에 의한 진화를 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런 유전자 중심의 진화론적 견해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고는 하지만, 이 책은 진화론을 가장 잘 이해하게 만들고 생물의 행동이나 습성에 대해서 근원적인 설명을 해주는 가장 강력한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