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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철학

실천론 (实践论) / 모순론 (矛盾论) - 마오쩌둥 (毛泽东)

by YK Ahn 2018.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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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인터넷에서 '죽기 전에 꼭 읽어보아야 할 책 100선'이라는 list를 본 적이 있는데, 거기서 처음 모택동의 <모순론>이라는 책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러다가 지난번 한국 휴가 때 부모님집 책장에서 이 책이 이미 집에 있었던 것을 발견하고 중국으로 가져와 읽게 되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슬라보예 지젝의 긴 서문이다. 보통 두꺼운 철학책에서나 보던 기나길 서문을 이 얇은 책에서 보는 것도 신기할 뿐더러, 책이나 저자에 대해서 칭찬을 하는 일반적인 서문과는 다르게 '궤변'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호평과 악평 사이를 오가는 서문은 상당히 책 내용의 흥미를 돋구기도 하는 반면, 내용을 읽기 전부터 비판적인 태도를 갖게 되는, 약간의 바이어스가 걸린 책 읽기를 하게 만드는 문제도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서문의 내용이 오히려 내용보다 더 깊이 들어가 - 지젝이 철학자이며 이론가이기 때문인 것 같은데 -, 왠지 해설서를 읽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짧고 간결하며 경쾌한 일반적인 서문과는 달리, 무겁고 비판적이며 해설적인 서문으로 인해 실제 책 본문을 읽기 시작하는데까지 다른 책보다 훨씬 오래 걸리게 되는 '웃픈' 상황이었는데, 글이 난해하여 서문을 이해하는데도 정성을 들여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서문이 나쁜 것만은 절대 아닌데, 서문에서 이미 마오쩌둥 이론의 핵심과 약점, 성공과 실패등을 다루고 있다보니, 실제 본문을 이해하는데는 오히려 손쉬웠다.



 이 책에는 마오쩌둥의 주요 글인 <모순론>외에도 그의 연설이나 편지, 기고글 등 아래와 같이 총 12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1장 <불꽃 한 점이 들판을 태운다>

2장 <문건주의 반대>

3장 <실천론: 인식론과 실천론, 앎과 행함의 관계>

4장 <모순론>

5장 <자유주의 반대>

6장 <중국 인민은 원자폭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7장 <미 제국주의는 종이호랑이에 지나지 않는다>

8장 <'소련 사회주의 경제 문제'에 대하여>

9장 <스탈린의 '소련 사회주의 경제 문제' 비판>

10장 <인민 내부의 모순에 대한 올바른 대처>

11장 <인간의 올바른 사상은 어디서 비롯하는가>

12장 <철학 문제에 대한 연설>



 1930년 1월에 작성된 <불꽃 한 점이 들판을 태운다>를 1964년 8월의 <철학 문제에 대한 연설>로 시간순으로 배열되어 있는데, 글에서 나타나는 어조나 논의의 주제등에서 당시 세계 속의 중국 위치나 중국의 경제정치적인 문제등의 흐름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모든 글들이 다 흥미로웠던 것은 아니고 <모순론>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감흥이 있거나 깊이 있게 생각하며 읽었던 것은 아니었다. 


 1장의 <불꽃 한 점이 들판을 태운다>에서는 일본과 세계 열강의 제국주의에 의해 반식문국가로 전락한 중국 내에서도, 국민당에 밀려 고군분투하고 있는 공산당의 당시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2장 <문건주의 반대>는 모택동의 <실천론>과 결국 같은 내용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교조주의, 탁상공론등을 매우 싫어하는 그의 생각이 적나라하게 반영되어 있다. 사실 모든 것은 현장에서 찾고 해결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그의 모든 주장의 기본적인 바탕으로 깔려 있는 것 같다. 


 3장 <실천론>은 헤겔의 변증법을 가져오기 시작하며 인식의 단계에서 앎의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실천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는 주장인데, 헤겔의 정-반-합 변증법과는 달리 이후 <모순론>에서도 나오는 마오쩌둥의 철학은 모순간의 영원한 대립으로, 실천론에서도 인식-실천-재인식-재실천등이라는 끊임없는 고리를 거쳐 영원한 모순의 해결이라는 결론을 맺는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


 4장 <모순론>에서 그의 세계관이나 철학관이 그대로 드러나는데, 마오쩌둥이 계속 언급하며 자신의 이론의 밑바탕이라고 말하는, 앞에서 말했던 헤겔의 정-반-합 변증법에 기반한 그의 모순론을 설명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모순론과 헤겔의 변증법은 기본적으로 다르지 않나 싶은데, 정-반-합 변증법이 A-B-C라는 개념이라면 모순론은 A-B-A or B라는 것으로 귀결되어 정-반-합이 아닌 마르크스의 대립과 투쟁에 의한 '승리'라는 개념이 훨씬 강한 것 같다. 다만 그에게 있어 모순은 유동적이며, 모순 내에도 주요 모순과 주변 모순이 있어 그 둘은 상황이나 시간에 따라서 계속 변화하며,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혹은 해결이 될 모순은 주요 모순이라고 주장한다. 사실상 그의 모순론에 기반을 둔 공산당의 세계관에는 '타협'이나 '민주'라는 개념이 존재할 수 없으며, 모순은 타협이 아닌 투쟁과 정복으로 '극복'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중국은 '인민민주독재 사회'라고 말한다. 즉 인민이 주인인 공산당이 독재하는 사회라는 것인데, 이는 다른 이론이나 사상이 공산당의 철학에 어긋나게 될 경우,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단어이다. 




 5장 <자유주의 반대>에서부터는 자유주의를 나약하고 나태한 사상으로 치부하기 시작한다.


 이후에 나오는 <중국 인민은 원자폭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미 제국주의는 종이호랑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중국을 북한으로 바꾸고 북한말로 말하면 우리에게도 매우 익숙한 구호(?)가 아닐까 생각되며, 그 내용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원자폭탄이 중국에 떨어져도 중국 인민은 매우 많기 때문에 살아남을 것이며, 중국인을 몰살하려고 더욱 더 큰 원자폭탄을 써서 지구가 박살난다 하더라고 이는 태양계에서는 큰 사건일 수 있으나 전 우주적으로 아주 미미한 일이라 중국인은 영속할 것이다라는 이상한 논리가 나오는 재밌는 글이기도 하다. 



 <'소련 사회주의 경제 문제'에 대하여>와 <스탈린의 '소련 사회주의 경제 문제' 비판>부터는 중국내 공산당이 자라나기 시작한 초반에 소련을 모델링하던 상황과는 달리, 국민당을 그리고 일본과의 '투쟁'을 통해서 쟁취한 '승리' 위에 있는 공산당이 자주적인 모습을 보이며 소련의 사회주의를 비판하기 시작하는 상황을 잘 보여준다. 소련의 경제 계획에 헛점과 실패 요인등을 지적하며 중국에서의 성공을 확신하기 위해서는 실천이 수반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뒤에 나오는 내용들은, 중국내에서 공산당이 완전히 안정화되고 경제적인 성공의 자찬과 함께 자신의 철학인 모순론과 실천론에 근거한 연설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며, 그렇게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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