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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거리기

맛있는 음식

by YK Ahn 2022.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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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이 '맛있다'라고 느끼는 것은 얼마나 그 맛에 '익숙하냐'라는 것과 그 음식에 담긴 기억들이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아무리 유명한 맛집이나 미쉐린이더라도 어릴적 엄마가 해준 김치찌개를 이기지 못하는 것이다.

 중국에 오래 살다보니 처음에는 싫어했던 중국음식들이 언제가부터 '땡기기' 시작했다. 중국에 온 후, 몇년 동안은 음식을 시킬 때마다 '부야오 샹차이(不要香菜)'를 외쳤었고, 걸쭉하고 진하며 기름 범벅이서 마실 수 없어서 반쪽자리 국수라고 생각했던 뉴로미엔(牛肉面)이 가끔 '먹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된 것이다. 그만큼 중국 음식 맛에 익숙해졌고, 그만큼 이 음식에 엮인 추억도 많아진 듯 하다.

 그래서 맛있는 음식이라는 것은 입맛에 느껴지는 맛으로 먹는게 아니라 대뇌속에서 재생되는 추억의 맛으로 먹는게 아닐까 싶다. 그 음식을 먹음으로서 혀는 타임머신이 되어,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는 추억 속의 장면으로 데려가, 웃고 울고 설레고 행복하고 편안하고 나른한 당시의 감정을 다시 불러일으킨다. 그런 음식이 바로 제일 맛있는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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