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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과학/물리학 & 천문학

Cosmos (코스모스) - Carl Sagan (칼 세이건)

by YK Ahn 2018.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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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게된 계기는 정말 순수하게 내 전공에게 미안했기 때문이다. 대학원 때 Biophysics 수업을 들으면서 물리학이 생물학적 거동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을 보면서 너무 놀랐으며, 내가 예전부터 알고있던 종-목-강등을 생각없이 외우는 그런 고리타분한 학문이 아닌, 마치 세상의 모든 것, 원자-전자 그리고 생명없는 무기물들의 운동이 아닌 생물의 분자들의 움직임과 행동 메카니즘을 설명하는 생물물리학을 보면서 생물학에 굉장한 호기심을 느끼기 시작했던 것 같다. 


 물론 그 수업의 학점은 매우 좋지 않게 끝났는데, 당시 수업 내용에 거의 희열을 느끼던 나와는 달리, 담당 교수는 질문을 받는 것을 거의 자신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생각했었는지 매우 언짢은 표정과 말투로 나의 질문들에 대해 성의 없는 대답을 했기에, 물론 주요 핑계는 취업이 되었다는 그리고 나는 다시는 이런 대학원에는 절대로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서였겠지만, 중간/기말고사에 전혀 들어가지 않아 수업에서 낙제를 받았다. 어쨌든 그 이후로 이전에 자연과학분야는 거의  물리학 분야만 읽던 습관이 변하여 거의 대부분을 생물학과 관련된 책을 읽기 시작했었다. 


 그러다 최근에 자연과학분야에 책을 고르던 중, 자신의 본연의 전공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생물학이 아닌 물리학쪽 책을 좀 읽어줘야겠다 생각했다. 그러던 중 보게 된 것이 Carl Sagan의 <Cosmos>이다. 엄밀히 말하면 물리학 책이라고 할 수는 없고 천문학책이지만 그래도 생물학보다는 물리학에 가깝고, 게다가 예전부터 읽어봐야지하면서도 언뜻 손이 가지 않던 책인데 서점에서 pocket book으로 나온 것이 있길래 사서 읽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말이 천문학이지만, 사실 천문학 뿐 아니라, 우주학, 물리학, 생물학, 진화, 지질학, 심지어 심리학과 인류학, 역사학등 방대한 분야를 다루고 있는, 학부생을 위한 자연과학 교양학문의 교재로도 쓰일 수 있을 정도의 심도와 다양함이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무한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우주의 거대함 속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 사실 어쩌면 우주의 어느 누구도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우주의 외딴 곳에 떨어진 은하에서도 외딴 곳에 있는 태양의 보잘 것 없는 작은 지구라는 곳에서, 그러한 지구의 역사에 비하면 찰나에 순간에 불과할 정도의 시간 속에서 살고 있는 인류에 대해서, 역설적이게도, 지구의 역사에 있어서 어쩌면 그리고 매우 높은 가능성으로 처음으로, 그리고 이 태양계 속에서 또한 높은 가능성으로 유일하게, 어쩌면 우리 은하속에서도 이 순간에는 유일하다고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운이 좋게, 더구나 우주 전체에서도 매우 희박한 확률을 가지고 자기가 속한 행성이 아닌 다른 세계와 통신을 시도하고 외계에 우주선을 보낼 수 있는 정도의 기술을 가진 인류와 그 인류를 탄생하게끔 만들어준 이 지구라는 행성에 대해서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이 모든 페이지에 묻어 있는 책이다. 


 금성, 목성, 토성 등의 지구가 아닌 행성에 우주선을 보내게 되기까지 인류가 만들어온 과학이라는 산물을 고대 철학에서부터 시작하여 시간순으로 하나씩 짚어가는 과정은 우리가 이루어낸 업적들이 사실 얼마나 대단한 것이가라는 것을 뒤돌아보게 하며 어떤 희열감마저도 느끼게하여 준다. 


 아쉬운 점이 한가지 있다면, pocket book edition이어서 그런지 삽화와 table 등이 많이 빠진 느낌이었는데, 그런 정보의 부재로 인해 가끔 작가가 하는 말을 대충 알아듣게 되는 사태가 종종 벌어졌다. 그래도 내게는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니는 것 보다는 손쉽게 들고 다니며 어디서든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더 크기는 하다...


 만약 천문학, 우주학, 혹은 물리학등에 관심이 있다면, 혹은 인류가 쏘아올린 인공위성이나 우주 탐사선의 의의를 되새기고 싶다면, 꼭 추천해 볼 만한 책이며, 수십업년의 지구의 역사 속에서 인류가 수천년만에 일궈낸 과학에 대한 희열을 느끼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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