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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유럽 소설

Brave New World (멋진 신세계) - Aldous Huxley (올더스 헉슬리)

by YK Ahn 2025.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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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오웰(George Owell)의 <1984>와 함께 가장 대표적인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그린 소설인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를 읽어보았다. <1984>에서 보여주는 미래가 빅브라더스에 의한 강압적인고 자유가 사라진 어둡고 회색빛의 전체주의적인 미래라면, <멋진 신세계>의 미래는 조금 덜 암울하고 덜 어둡지만 유치하고 무지한 유채색의 조금 더 현대와 근접한 미래의 모습을 보여준다. 

1984 - George Orwell (조지 오웰)

솔직히 소설 초반에는 그렇게 재미있지 않았다. 매우 무미건조하며 딱딱하고 음울하기까지한 소설 속 '미래'의 모습 때문에, 예전에도 읽다가 재미없어서 그만둔 소설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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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드의 대량생산 작업 방식이 사회의 신조가 되어 버린 이 미래에는, 물건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공장에서 바이오엔지니어링에 의해 '생산'되어진다.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지능에 의해 확고하게 분리된 계층이 존재하는 이 사회에는, 배아가 분리되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서 각 공장과 업무에 딱 필요한 정도의 지능과 신체를 가진 완전하게 동일한 사람들을 필요한 만큼 생산해댄다. 그 배아들은 배아부터 영유아시절까지 전기충격이나 반복적인 학습, 최면(수면 중 무의식적이며 반복적인 정보 노출) 등을 통해 원하는 생각과 욕구 그리고 감정등을 가지게 된다. 알파 플러스부터 엡실론까지의 계층으로 이루어진 이 사회에서는 소비는 미덕이며 절약은 빈곤으로 이르는 길이라고 배운다. 또한 남녀간의 애정이나 질투 같은 감정을 없애기 위해, 어릴때부터 남녀간에 유사 성행위와 같은 놀이를 하게 만들고 '모든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에게 속한다'라는 세뇌된 신념으로 남녀간에 있는 소유의 감정은 제거되고 다른 사람과의 성행위는 다른 사람들과의 식사만큼이나 캐쥬얼한 행위로 생각된다.  

 기존에 God(신)은 대량생산의 시초인 Ford로 변경되고, 슬픔과 스트레스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향정신성 의약품인 Soma의 합법화는 물론 지속적인 권고와 사회전반적인 지향으로 간단하게 해결한다. 깊게 고민하지 않고 간단하며 단순하게 그리고 정해진 사고방식과 감정만 느끼도록 하면서 20~30세의 건강과 외모를 죽을 때까지 유지하면서 소비지향적인, 하지만 자연은 좋아하지 않는 그런 사람들로만 가득차 있는 그런 사회가 이 '멋진 신세계'인 것이다.
 이런 사회와는 다르게, 현대적인 사회와는 완전히 고립되어 보존구역에 살던 John 혹은 the Savage (야만인)이 알파 플러스 계층이지만 다른 알파 플러스보다 키가 작아서 열등감과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느끼던 Bernard에 의해, 이 사회로 돌아오게 된다. 사실 John은 원래부터 이 보존구역에 살던 사람에 의해 전통적인 가족관계에서 태어난게 아니라, 소설 속 현대 사회에서 베타 계층의 여자가 고위직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 후 이 보존구역에 버려지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이다. 그래서 다른 보존구역 내 사람들과는 다르게 글을 읽고 쓸 줄 알지만, '모든 여자는 모든 남자에게 속하는' 관념을 가진 자신의 어머니가 전통을 고수하는 이 보존구역에서 '창녀'라고 불리고 그 자식으로서 왕따를 당하며 자라고 있었다. 

 John은 이 보존구역에서 '함께'하지 못하고 늘 혼자야 했지만, 현대 사회로 나온 뒤로는, '혼자'인 것을 지양하고 금기시하며 깊은 생각과 감정을 지양하고 단말마적인 쾌락만을 추구하는 이 사회에 환멸을 느끼며 "Oh, brave new world"라고 비아냥 거린다. 결국 현대 사회에서는 금지되어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야만적인 사회라고 일컫는 보존구역에서 자란 존은 셰익스피어의 책을 읽으며 배운 것들과 그 보존구역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신과 자연에 대한 경외를 그리워하며, 아무도 없는 외딴 곳에 위치한 등대로 자의반 타의반 추방당한다. 그곳에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미움, 자신이 사랑했던 레니나(Lenina)에 대한 동경과 경멸, 자신이 꿈에 그리던 현대 사회에 대한 경멸과 자신이 싫어하던 보존구역의 삶에 대한 그리움의 감정들을 다루기 위해 자학행위를 하게 되고 이를 우연찮게 보게 된 사람들에 의해 그리고 그를 추적하던 기자에 의해 오히려 더 유명해지면서, 그의 현대 사회에 대한 도피는 오히려 자신을 동물원의 우리에 갇힌 침팬지처럼 사람들의 구경거리로 전락하게 되며, 그는 다음날 스스로 목을 매달며 이 끔직한 '멋진 신세계'에서의 삶을 끝낸다.
 이제야 드디어 '멋진 신세계'라는 제목의 뜻을 알게 되었는데, 사실 우리가 지금 현실에서 꿈꾸던 삶이 작가가 경고하는 '멋진 신세계'의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고 매우 닮아 있다는 것에 놀랍다. 유전학의 발달로 사람의 지능과 신체 능력, 외모, 영원한 혹은 훨씬 길게 확장된 혹은 지연된 노화로 꿈꾸며, 복잡한 감정을 갖게 하는 신과 오래된 통념들을 부정하고, 심지어 과학도 금지하며, 단편적이며 간단한 감정만을 지향하고, 지속적인 노출과 반복된 학습으로 세뇌된 사람들, 소비가 유일한 미덕이고 일부일처를 지양하며 남녀 모두가 서로를 성적으로 소유하는 그런 사회. 우울함과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은 약을 통해 제거하고 늘 마약같은 약에 의존하는 그럼 사회. 계층화된 사회 구조를 견고하게 만들어 안정을 원하는 사회... 다는 아니어도 우리가 현재 지향하는 사회와 어느정도 일치되어 있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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