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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아시아 소설

원청(文城) - 위화(余华)

by YK Ahn 2024.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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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읽었던 위화(余華) 작가의 <허삼관 매혈기(許三觀賣血記)>가 너무 인상깊어서 한국에 갔다가 위화 작가가 2022년에 쓴 <원청(文城)>이라는 소설을 발견해서 얼른 사서 중국에 돌아와서 이번에 읽게 되었다. 

 

허삼관 매혈기(許三觀賣血記) - 위화(余華)

오래간만에 읽는 중국 소설이다. 알라딘 서점에 들렀을 때, 눈에 띄어서 산 책이다. 허삼관이라는 중국 근현대 시대의 노동자가 삶의 고비 때마다 피를 팔아서 역경을 헤쳐나가는 이야기이다.

rootahn-book.tistory.com

 지난번 <허삼관 매혈기>를 읽을 때도 한국 근현대 소설과 매우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이 <원청>도 왠지 박경리 작가의 <토지>나 조정래 작가의 <아리랑>의 단축본을 읽는 느낌이었다. 
 소설은 중국 북방의 황허와 베이징 사이 어딘가에서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이후 어머니도 잃은 후 머슴과 함께 큰 집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땅의 일궈가면서 고독하지만 꿋꿋하게 그리고 적지 않은 부를 쌓아가고 있는 린샹푸(林祥福)가, 하룻밤을 지낼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지샤오메이(纪小美)와 아창(啊强)을 만나면서 예측할 수 없는 미래가 펼쳐진다. 자신들을 남매라고 얘기했던 샤오메이와 아창은 사실 중국 남부에 있는 시진(溪镇)이라는 동네에서 정약혼으로 맺어진 후 위압적인 시어미니를 피해 도망친 부부였지만 린샹푸에게는 양쯔강에서 남쪽으로 600리 떨어진 원청(文城)이라는 곳에서 왔다고 말한다. 


 샤오메이는 두번 린샹푸를 배신하고 도망치는데 한번은 린샹푸의 집안이 대대로 모아둔 재산의 40%를 가지고 도망쳤다가 자신이 린샹푸의 아기를 임신한 것을 알고 다시 돌아와 출산을 한 후 2달 뒤에 다시 아창과 같이 자신의 고향으로 몰래 떠난다. 이번에도 그녀가 도망치면 아기를 데리고 그녀를 찾아가겠다고 다짐했던 린샹푸는 실제로 자신의 고향을 등지고 아창이 말했던 '원청'을 찾아 길을 떠난다. 1달넘게 중국을 헤매며 남쪽으로 남쪽으로 원청을 찾아 다니던 린샹푸는 시진이라는 도시가 아창이 말한 원청과 가장 유사한 도시이라는 것을 깨닫고 시진에 다시 뿌리를 내린다. 청나라 말기와 청나라가 멸망한 후 전국 각지에서 군벌과 토비(도적떼)가 들끓던 불행했던 당시 시대를 지내야 했던 린샹푸, 구이민이라는 시진의 부호, 린샹푸와 형제처럼 지낸 천융량(陈永良) 그리고 샤오메이의 가슴아픈 얘기이다. 
 지체없이 읽고 싶지만 읽다가 가슴이 아파 한숨이 나고 눈앞이 아른해져서 잠시 쉬었다가 읽어야 하는 그런 소설이다. <허삼관 매혈기>를 읽을 때도 놀랐지만 <원청>을 읽으면서도 어떻게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을까하게 만드는 책인데, 책의 뒷표지에 장강명이라는 소설가가 쓴 글이 너무나도 완벽하게 위화의 소설과 <원청>을 표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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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위화가 소설가가 아니라 마법사 아닐까 생각한다. 어떻게 그렇게 쉬우면서도 심오하고, 웃기면서도 슬픈 작품들을 쓸 수 있을까. 나 혼자 '위화적인 순간'이라고 부르는 시간들이 있다. 너무 재미있고 뒤가 궁금한데, 갑작스럽게 가슴이 미어져서 책장을 잠시 덮고 마음을 추슬러야 하는 시간. 그의 책을 읽고 나면 늘 마음 깊숙한 곳에서 저절로 다짐하게 된다.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자. 불행을 담담히 받아들이자. 잔인해지지 말자. 전쟁을 막자. <원청>에는 위화적인 순간이 너무 많았다. 책장을 덮고 눈을 감았다가, 인물들의 운명을 알고 싶어 다시 펼치지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모든 분께 추천하고 싶다."
                                                                                                                                                                       장강명(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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