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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한국 수필

생각이 나서 - 황경신

by YK Ahn 2018.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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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없어졌지만 예전에 부모님 집 근처에 '생각이 나서'라는 이름의 자그마한 카페가 하나 있었다. 이 책과 무슨 관계였는지는 모르겠는데, 이 책을 선물해 주었던 후배와 가끔 그 카페에 가곤 했었다.. 


 이런 에세이 책들은 내가 직접 사서 읽을 정도로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거의 다 선물받은 책들인데, 보통 다른 책들을 읽다가 여행을 갈 때 읽게 되는데, 선물 한 사람의 마음 때문인지 대부분의 책들이 참 좋았다.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과거의 아픔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아서 힘들어하는구나'라는 것이었다. 작가가 여행을 다니고, 일상생활 속에서 보고 느끼던 것들에 대해 짧은 글들로 얘기를 하지만, 많은 글들에서 과거에 대한 아픔과 후회, 원망들을 느낄 수 있었다.

 '괜찮아, 괜찮아'라고 스스로에게 말하지만 다시 스스로 '아니야, 난 괜찮지않아, 그리고 괜찮아지고 싶지도 않아'라고 말하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살면서 누구가 그리고 다들 자기 나름대로 아픔이 있고 슬픔이 있는 것은 당연한데 '나도 아프고 우리 모두 아프니, 너만 아픈척 하지마'라고 하는 것은 의당 도움이 안되는 사고이지만,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 (책으로 나왔지만 사실은 통혁당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하며 쓰신 편지 내용을 묶은)에서 계수님께 썼던 편지의 내용 일부를 생각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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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사연과 곡절로 점철된 내밀한 인생을 모른 채, 단 하나의 상처에만 렌즈를 고정하여 줄곧 국부(局部)만을 확대하는 춘화적(春畵的) 발상이 어안(魚眼)처럼 우리를 왜곡하지만 수많은 봉별(逢別)을 담담히 겪어오는 동안, 우리는 각자의 인생에서 파낸 한 덩이 묵직한 체험을 함께 나누는 견실함을 신뢰하며, 우리 시대의 아픔을 일찍 깨닫게 해주는 지혜로운 곳에 사는 행복감을 감사하며, '세상의 슬픔에 자기의 슬픔 하나를 더 보태기'보다는 자기의 슬픔을 타인들의 수많은 비참함의 한 조각으로 생각하는 겸허함을 배우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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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나보다 더 넓은 마음과 견문, 경험을 가지고 있을테지만, 왠지 '괜찮아, 괜찮아'라고 다독여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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