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필/해외 수필

시간의 이빨 (De Vergankelijkheid) - 미다스 데커스 (Midas Dekkers)

by YK Ahn 2018. 9. 8.
반응형

 


 평소에 에세이를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책장 속에 있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 읽기 시작한 책이다. 

 

 네덜란드의 생물학자인 미다스 데커스의 늙어가는 것 혹은 낡어가는 것들에 대한 사색이라고 말하면 될 것 같은 내용인데, 우리가 우리 삶의 여정도를 보는 관점이 너무 늙어가는 것이나 이미 낡은 것에 대해서 평가절하 혹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라는 비판(?)에서 시작된다. 


 근대 시대에 삶의 사다리라고 불리는 삽화나 개념도에서도 이미 늙은 것에 대해서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사실은 늙어 가는 것도 삶의 일부분이며 게다가 엄밀히 말하면 삶의 반정도를 차지하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즉 늙어가는 것을 삶의 내리막길이나 혹은 삶의 끝으로 본다면 우리의 삶에서 사실 반은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이는 실제 나이들어 사는 삶을 삶의 일부로 보는 사람 혹은 개념보다 더 너무 짧은 시간동안만 삶으로 간주해 버리는 오개념이라는고 비판한는 것이다. 


 그 이후에도, 인간의 삶 뿐만이 아니라 건물 같은 건축물에 대한 늙음, 즉 낡아가는 것에 대한 예찬(?)인 '낭만적인 폐허', 파괴나 망가짐도 결국 모든 것의 일부임을 강조하는 '위대한 파괴' 외에도 '새것처럼 근사한 오래된 것', '오래된 씨앗', '먼지와 재', '기념품', '영원한 삶', '몰락인가 완성인가'라는 챕터들에서 저자는 일관되게 오래된 것들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라며 말하고 있다.


 챕터들마다 소재만 다를 뿐, 사실은 거의 비슷한 내용과 같은 논지로 말하고 있기 때문에, 챕터가 바뀌어도 몇장 넘겨서 읽다보면, 마치 한 챕터로 이루어진 책을 읽는 듯 한 느낌으로, 저자는 줄기차게 일관된 논지를 펴고 있다. 


 유럽식 재치와 유머들이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재밌게 읽었다고 말하기는에는 힘든 책이었던 것 같다.  긴 수필을 몇일 동안 읽은 느낌인데, 특히 저자가 네덜란드 사람이다보니 많은 부분에서 네덜란의 역사나 지명등이 나오고 간헐적으로 유럽 지형이나 문화에 대한 내용이 종종 나오다보니, 네덜란드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문외한인 나에게는 책의 내용이 체감이 덜 되었던 것 이유도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노인이 되어 죽음에 다가갈수록 삶이 완성되는 것이라고 말하며 책을 마무리 짓는다. 



---------------------------------------------------------------

젊음을 오래 유지하려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단축하는 것이다. 그들은 '삶의 여정도'의 후반 부분을 놓치는 것이다. 삶의 전반기에 위를 향해 올라가면서 보는 광경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의 삶이 하강곡선을 그리는 후반기에 아래를 바라볼 용기가 없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연극공연 중간의 휴식시간 후에 연극이 끝나는 것이 두려워 극장으로 다시 들어가지 못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연극이나 영화나 소설의 가장 근본적인 구성요소가 바로 끝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야기가 흥미로우면 흥미로울수록 사람들은 그 이야기가 빨리 끝날까 조바심을 내고, 그러는 동시에 더 빨리 이야기의 결말을 알고 싶어 한다. 만일 사람이 이야기의 결말을 궁금해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 이야기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자기 자신의 삶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를 경험하는 것보다 더 흥미로운 일이 있을까? 어린시절에 내가 늘 궁금해했던 것은 여자라는 상태가 어떤 기분일까 하는 의문이었다. 남자인 것이 불만이어서가 아니라 나와는 다른 존재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었기 때문에 그런 상상을 한 것이다. 그러한 희망은 그저 희망으로 남아 있어야 했다. 결코 내몸으로는 여자의 상태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 나는 노인이 될 수 있다. 아직 노인이 되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노인이 된다는 사실은 나를 아주 흥분시킨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비로소 나는 진정한 내가 되는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자기 자신의 본모습으로 돌아간다'라는 말은 네덜란드 학자 P. 올링가 Olinga의 박사학위 논문에 나오는 하나의 테제이다. 자신의 삶 속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은 흔적을 남기며, 그러한 흔적은 사람에 따라서 모두 다르다. 하지만 한 걸을 한 걸을 무덤을 향해 가면 갈수록 사람들은 본래의 자기 모습과 비슷해지고, 결국에는 본래의 자기 자신과 일치하게 된다. 그러면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지는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이 완성된 것이다. 

--------------------------------------------------------------------------------------------------------------------------------------------------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