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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과학/문화 인류학

Guns, germs and steel (총, 균, 쇠) - Jared Diamond (재레드 다이아몬드)

by YK Ahn 2018.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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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과학책들을 읽다보면 이제까지 답을 찾지 못했던 궁금증들이 어느 순간 퍼즐 조각 맞추듯이 혹은 태엽이 딱 맞아들어가 논리가 제대로 돌아가듯이 '아! 그래서 그렇구나'라는 깨달음의 순간을 종종 맞이하게 되는데, 이 책도 그런 즐거움을 굉장히 많이 준 책인 것 같다.


 왜 유럽으로 대변되는 서구 문명이 거대 중국 문명 및 아시아 문명과 호주 대륙의 원주민들, 북아메리카의 인디언과 잉카문명으로 일컬어지는 남아메리카 문명을 '제압'할 수 있었는지 명쾌하게 설명해 준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나 차이는 인종이나 사람의 능력과는 거의 상관이 없고 지정학적 위치와 그 지정학적 요건 때문에 나오게 되는 환경의 다양성, 그리고 문화의 차이에서 오게되는 집단성으로 인한 전염병 발생과 그 면역성, 종종 특정 문화가 가지게 되는 폐쇄성 및 확장성으로 인해 운명이 결정되었다고 말한다. 특히 지역 및 기후는 문명의 번영에 있어 결정적인데 이러한 작가의 관점을 '환경 결정론'이라고 하며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인종간의 유전자 차이나 해부학적 차이가 사실상 거의 없음에도 인종이니 유전적인 차이이니 하는 설명보다는 훨씬 깔끔하게 설명하여 준다. 


 책에서 모든 chapter들이 매우 충격적인 즐거움을 주지만, 특히 언어의 발명에 대해 설명할 때는 어느 흥미진진한 소설보다도 빠져들면서 읽었던 것 같다. 저자는 지구상의 언어는 오직 한번만 발명되었다고 보는데, 중동지방에서 먼저 발명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최초의 언어가 그대로 답습되거나 약간 변형되어 채용된 것이 현재의 유럽이나 중동지역의 언어이고 그 뿌리는 결국 하나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는 중동과 중국사이의 지역적 고립으로 인하여 언어의 발명이 바로 전달되지 못하고 단지 그 '아이디어'만 전달되었다고 본다. 그래서 언어라는 개념 및 그 유용성은 중국에 전달이 되어 현재의 중국어가 발전되기 시작하였지만 사실상 아시아 지역 외의 언어와는 단절된 길을 걸었다는 것이다. 중국은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고대 언어의 근본인 표의문자 (상형문자는 표의문자의 예)를 사용하고 있지만, 표의 문자가 가지고 있는 한계성 때문에 아시아의 국가, 특히 한국이 언급되는데 최근(수백년전이니 인류역사에 있어서 매우 최근이다.)에 '한글'이라는 표음문자 개념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일본도 히라가나의 표음문자를 만들었지만 여전히 표의문자인 한자를 병행해서 사용하고 있다라고도 설명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역적 조건에 의한 식물의 다양성이 결국 재배 가능한 식물이 채집될 확률을 높이게 되었고, 당시 각 대륙에 살던 가축 가능한 동물들의 종류에 의해 한 지역의 문명이 다른 문명의 개체수가 발전 속도를 뛰어넘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호주 대륙에 살던 원주민의 경우, 물론 이들이 호주로 넘어가게 된 것은 상당히 최근이지만 호주의 사막 기후와 재배 가능한 식물의 부재 및 가축화가 가능한 동물들의 제한은 다른 대륙의 문명이 철기 문명의 최고조기에 있을 때 이들을 석기시대로 머물게 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남아메리카의 잉카 제국은 재배 식물의 풍부함은 있었지만 말같이 무기화가 가능한 가축화된 동물의 부재(원래 아메리카 대륙에는 말이 없었다고 한다.), 유럽이 겪었던 주변 국가와의 치열한 전투로 인한 병법의 발달 및 도시화로 인한 전염병 확산 및 다양한 병균에 대한 면역력의 부재로 인해 단지 수십명의 스페인 선원에 의해 수만명의 잉카 주민들이 말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아시아의 중국은 당시 매우 발전된 문화와 모든 면에서 한발 앞섰던 문명, 즉 병법 및 병기의 발달 (화약 등), 다양한 전염병에 대한 면역, 다양한 재배 가능 식물(쌀, 보리 등), 가축화된 동물(말, 소, 양, 개 등)등 모든 면에서 유럽을 앞서고 있었으나 아시아, 특히 청나라가 가지고 있던 폐쇄적 성격의 문화 및 오만함(중국은 매우 넓어 세상의 희귀한 것이 모두 다 짐에게 있는데, 왜 유럽의 것이 필요한가라는 청나라 황제의 말로 대변되는)이 결국 군사 무기의 발달에 있어 유럽에 뒤쳐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뉴기니에서 저자의 일을 돕던 Yali라는 친구의 '왜 너네는 이렇게 발전되었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한가'라는 간단한 질문에 대한 답에는 이렇게 엄청난 진실들이 있다는 것에 전율이 돋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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