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아시아 소설

인생(活着, 활착) - 위화(余华)

YK Ahn 2025. 5. 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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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래에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 중 한명인 위화(余华)의 <인생>을 읽게 되었다. 원제는 活着(훠저, 활착)으로 '살아감'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이런 단어가 한국어로는 없다보니 한국어 번역본으로는 '인생'으로 바뀌어 출판된 듯 하다. 그래서 영화도 책처럼 변형되어서 한국에서는 '인생'으로 나왔다. 
 소설은 푸구이(福贵)라는 노인의 기구하지만 근대 중국을 살았던 중국인들에게는 그렇게 특이하지 않을 듯한 그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보'라는 뜻의 자전(家珍)을 아내로 맞이한 푸구이는 '복스럽고 귀한' 뜻이라는 그의 이름과는 다르게 젊은 시절에 사기도박에 빠져 대대로 물려온 가문의 재산을 모두 탕진한다. 성밖에서 나름 지주이었던 푸구이 집안은 이로인해 사기도박사인 룽얼(龙二)에게 집과 농지를 모두 빼앗겨서 아버지, 어머니, 아내 그리고 펑샤(凤霞)라는 어린 딸과 함께 근처의 초가집으로 이사를 가서 살게된다. 집 화장실이 아닌 자신의 밭에서 대변을 보는 습관을 가진 푸구이 아버지는 초가집으로 이사온 후 얼마 안되어 밭에서 대변을 보다가 어이없게 넘어지면서 사망한다. 이후 그의 어머니가 갑자기 아프기 시작하여 집에 있던 모든 돈을 가지고 성안에 들어가 의사를 데려오려고 하던 푸구이는 당시 국공내전이 한창이던 상황에 길거리에서 국민당에 잡혀가 내전에 참여하게 된다. 운 좋게도 계속 후방에서 대포를 나르던 일을 하던 그는, 그가 속한 부대가 공산당과의 전투에서 패배하여 겨우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지만 그 사이 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고 어린 딸 펑샤는 그 사이 병을 크게 앓아 듣지고 말하지도 못하는 농아가 되어버렸다.  공산당이 승리한 후, 푸구이 대신 지주가 된 룽얼은 반동분자로 잡혀서 공개처형을 당한다. 이후 유칭(有庆)이라는 둘째 아들을 얻는다. 중국의 대약진 운동에 의한 공동생활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 실패가 점점 드러나는데, 이때 아내 자전도 '구루병'에 걸려 점점 기력을 잃다가 나중에는 침대에서 일어나기도 힘든 상태가 된다.
 둘째 아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첫째 딸 펑샤를 성내에 잘사는 집의 하인으로 보냈지만, 얼마가지 않아 펑샤는 그 집에서 도망쳐나와 집으로 혼자 돌아온다. 다시 돌려보내려던 푸구이는 딸이 너무 가여워 돌려보내지 않고, 다시 같이 살기로 마음먹는다. 어느날 현장의 아내인 교장이 출산을 하다가 피를 너무 많이 흘려 학생들에게 헌혈을 요구하는데, 이때 유칭의 혈액형이 공교롭게 맞아 병원에서 초등학생인 유칭의 피를 그가 사망할 때까지 다 뽑아버린다. 결국 교장은 살아났고 유칭은 몸의 피가 다 빠져나가 어이없게도 병원에서 죽는다. 이 소식을 들은 푸구이는 병원으로 달려가 난동을 부리지만, 교장의 남편인 현장이 전쟁터에서 항상 같이 붙어지내던 춘성(春生)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죽은 아들을 안고 병원을 나와 성밖으로 집으로 향한다. 아픈 아내에게 차마 아들이 병원에서 헌혈을 하다가 죽었다고 말할 수 없던 푸구이는 부모님의 묘지 옆에 구덩이를 파고 자신의 옷으로 아들을 감싼 후 혼자서 아들을 묻고 한참을 울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아내에게는 유칭이 헌혈하다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있다라고 말한 후, 매일 저녁 밭일이 끝나면 성으로 들어가는 척 가다가 자식의 묘지로 가서 한참 시간을 보내다가 밤늦게 되서야 집으로 돌아온다. 그가 성쪽이 아니라 반대쪽에서 오는 것을 알게 된 아내 자전은 이미 자식이 죽었다고 알게 된 후, 남편에게 자신도 유칭의 묘에 데려가 달라고 얘기하여 결국 부부는 같이 자식의 묘에 오게 된다. 푸구이는 이때 아내가 자식의 얼굴도 보지 못하게 하고 묻어버렸던 것을 후회한다.
 늙어가는 부부는 딸 펑샤가 자신들이 죽고 나면 혼자 쓸쓸히 말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그녀를 도와줄 사람도 없이 쓸쓸히 죽을 것 같아서 이장에게 혼사를 치를 남자를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얼시(二喜)라는 약간의 장애가 있는 남자가 펑샤를 매우 마음에 들어하여 이 둘은 빠르게 결혼을 한다. 성내에서 운송업을 하던 얼시는 성실하고 착하며 아내 펑샤와 장인장모를 깍듯이 대하는 좋은 남자이다. 문화대혁명이 일어나며 자신의 아들 유칭의 목숨을 앗아갔던 교장의 남편인 춘성은 반혁명자로 내몰리어 모진 고문을 당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얼마 안되어 임신을 한 펑샤는 동생 유칭이 죽은 그 병원에서 출산 직후 과다출혈로 사망한다. 사위와 함께 죽은 딸 펑샤를 업고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딸을 보여준다. 그들은 펑샤를 동생 유칭이 있는 묘지 옆에 묻어준다. 그리고 딸 펑샤가 죽고 얼마 안되어 아내 자전도 병이 악화되어 죽게 된다. 
 사위에게 불쌍한 딸을 위해 성대하게 결혼식을 해달라고 했던 푸구이의 부탁을 받아 큰 잔치를 벌였던 얼시는 그때 생긴 빚으로 인해 죽은 아내가 남기고 간 아들 쿠건(苦根)을 항상 데리고 다니며 열심히 살아간다. 그렇게 장인어른, 사위, 손자 세명이서 살아가는 그런 삶을 살아가다가, 얼시가 일하던 중 시멘트판이 무너지면서 얼시는 그 밑에 깔려 죽게되고, 또다시 그 병원에서 푸구이는 죽어버린 사위를 보게 된다.아버지, 아들, 딸, 아내, 사위까지 모두 자신의 손으로 묻게 된 나이든 푸구이는 손자를 집으로 데려와 손자를 위해서 계속 열심히 일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너무나도 가난했던 당시 농민들이 그렇듯, 푸구이는 손자가 어느날 병에 걸려서 집에 혼자 두고 나가서 일을 해야 했는데, 먹을 것도 없이 집에서 혼자 있을 손자가 걱정되어 콩을 잔뜩 삶아서 손자에게 주고 나간다. 큰비가 올 예정인 내일을 위해 밤 늦게까지 늙은 몸으로 혼자서 목화를 모두 거두고 집으로 돌아온 푸구이는 콩을 먹다가 기도가 막혀 죽어있는 손자를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사랑하는 가족을 모두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푸구이는 죽은 손자에게 선물하기로 약속했던 소를 사기 위해 성내로 향하고, 거기서 도살장 앞에서 슬프게 울고 있는 늙은 소가 마음에 걸려 그 늙은 소를 사서 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이 소에게 자신의 이름과 같은 '푸구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그렇게 밭일을 하면서 하염없이 인생을 살아간다.

 위화의 소설은 <허삼관 매혈기><원청> 다음으로 읽은 책인데,. 소설 <인생>은 그렇게 마음이 아픈데 소설 속 인물이 초연적인 혹은 해탈한 것 같은 '위화적'인 장면들이 많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정리해서 보면 비극적인 순간들만 가득한 것 같지만 실제 소설을 읽을 때는 가슴이 너무 아픈 이 비극들을 비극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래 인생이란 이런거야, 어쩔 수 없는거야... 그렇게 우리는 다시 살아가는 거야'라는 자세의 푸구이 그리고 작가의 말에 공감하고 싶어진다.

원청(文城) - 위화(余华)

작년에 읽었던 위화(余華) 작가의 가 너무 인상깊어서 한국에 갔다가 위화 작가가 2022년에 쓴 이라는 소설을 발견해서 얼른 사서 중국에 돌아와서 이번에 읽게 되었다.  허삼관 매혈기(許三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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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許三觀賣血記) - 위화(余華)

오래간만에 읽는 중국 소설이다. 알라딘 서점에 들렀을 때, 눈에 띄어서 산 책이다. 허삼관이라는 중국 근현대 시대의 노동자가 삶의 고비 때마다 피를 팔아서 역경을 헤쳐나가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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