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과학/문화 인류학

Upheaval (대변동) - Jared Diamond(재레드 다이아몬드)

YK Ahn 2025. 10. 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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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쇼핑몰을 보던 중 7년전에 읽었던 <총, 균, 쇠>의 저자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쓴 <Upheaval>이라는 책을 발견해서 주문을 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총, 균, 쇠>를 너무 재밌게 읽었었기에 고민하지도 않고 사서 읽게 된 책인데, <총, 균, 쇠>와는 내용이나 주제가 조금 다르다.  

 

Guns, germs and steel (총, 균, 쇠) - Jared Diamond (재레드 다이아몬드)

자연과학책들을 읽다보면 이제까지 답을 찾지 못했던 궁금증들이 어느 순간 퍼즐 조각 맞추듯이 혹은 태엽이 딱 맞아들어가 논리가 제대로 돌아가듯이 '아! 그래서 그렇구나'라는 깨달음의 순

rootahn-book.tistory.com

 원제는 Upheaval로 '격변'이라고 해야 할까 싶었는데, 한국어 번역본으로는 '대변동'이라고 되어 있었다. 저자도 책에서 몇번이나 말하듯이, 꼭 급격한 변화만을 의미하는게 아니라 오랜시간동안 변화하지만 이전과는 상당히 다른 변화를 겪는 것도 Upheaval이라고 하였으니, 격변보다는 대변동이라고 말하는게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책은 저자가 자신이 살았던 국가들이 겪었던 대변동의 사건과 역사들을, 개인이 겪은 격변과 그것을 치유하고 이겨내는 과정과 연결을 시킨다. 그가 어릴 적 겪었던 보스톤 나이트 클럽의 화재의 예를 들면서, 당시 화재로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다쳤으며 그 직접적인 피해와 고통 못지 않게 피해자들의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그 사회가 겪어야 했던 트라우마를 사회와 개개인들이 스스로 치유해 나가는 과정과 이를 위해 필요한 단계들을 국가 단위에서 겪는 격변에 대입 혹은 둘 사이의 유사성에 대한 내용이다. 챕터 1의 내용이 개인의 격변에 대한 내용이라면 파트 2부터 7까지는 저자가 살았던 국가들에 대한 내용이다.

챕터 2. 소련이 핀란드를 침공하여 핀란드에 많은 피해를 입혔던 겨울 전쟁 그리고 핀란드가 이를 통해서 무엇을 배웠고 어떻게 소련 혹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모두 균형잡히게 갖게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챕터 3. 고립주의를 하던 쇼군의 일본이 미국의 페리선장과 맺은 불평등 조약으로부터 어떻게 각성하여 메이지 유신을 통해 약소국에서 소련의 함정을 격파하고 한국을 지배하며, 중국과 전면전을 하고 동남아시아를 침략하고 미국과 전쟁할 수 있는 강대국이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챕터 4. 독립 후 칠레의 민족주의 대통령인 알렌드가 어떻게 국가를 망치고 이후 피노체에 의해 얼마나 많은 피의 희생을 겪어야 했으나 이를 통해 칠레가 어떤 국가가 되었고 그 시기를 어떻게 버텨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챕터 5. 서양으로부터 독립 후 역사상 첫 자주국가가 된 인도네시아의 첫 민족주의자 대통령인 수카르노가 어떻게 인도네시아를 망치게 했고 이후 수하르토 독재자가 나타나 어떤 짓을 저지르게 되었으며, 인도네시아가 이 격변의 역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국가가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챕터 6. 1차세계대전 패전 후 독일이 2차 세계대전을 저지르고,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 후 동곡과 서독으로 분리된 상황이 독일국민과 독일 국가의 정체성에 미친 영향과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다시 현재의 강력한 독일이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챕터 7. 영국에서 범죄자들의 유배지였던 호주가 영국으로부터 어떻게 분리된 자의식을 가지게 되고 이로인해 호주가 가진 사회적이며 국가적인 정책과 시선에 대한 이야기이다.


 파트 1이 개인에 대한 격변이고, 파트 2가 각 국가들이 겪은 격변에 대한 내용이라면, 파트 3은 앞의 국가들의 미래와 전세계에 닥칠 예상되는 격변에 대한 내용이다. 저자는 개인이 격변으로 부터 치유하고 발전해나가는 단계와 구조들을 12개로 정해서 지속적으로 그리고 집요하게 국가의 경우에 대입시킨다. 책을 읽다보면 도대체 왜 개인적인 격변과 국가의 대변동을 이렇게 1:1로 무리하게 매칭시키려고 하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기도 하는데, 책의 마지막에 저자는 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결론지어준다. 인간은 자신의 과거와 타인의 행동 및 과거를 통해서 학습을 하고 배워서 미래를 대비하지만, 국가에 대해서는 이러한 능력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국가도 개인처럼 과거를 통해서 배우고 타국의 상황과 역사를 통해서 배워야 미래에 다가오는 격변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지만, 이제까지 역사가 말해주듯이 우리는 그렇게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래서 자기가 다시한번 이렇게 주장하는 것이라고 한다. 

 저자가 살았던 국가들의 역사에 대한 내용들 중 모르던 내용을 배우게 되어서 재밌기는 하다. 하지만 굳이 이렇게 무리하게 연결지을 필요가 있을 정도로 고집스럽게 국가와 개인을 비교하려고 해서 집중력이 떨어지기도 하였다. 예전에 <총, 균, 쇠>를 읽을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이 책에서는 저자의 지정학 결정론이 고대국가와 문명의 전체적인 흐름 뿐 아니라 현대 국가의 상태까지도 결정한다고 하는 주장을 하여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였다. 그의 이런 지정학 결정론에는 왠지 강대국의 파괴적인 행동이나 역사에서 등장하는 파괴적인 인물의 등장에 대해서 비인간적이다라고 느낄만큼 차가운 당위론을 펼친다. 일본이 중국와 한국에 씻을 수 없는 상철르 주었고 이에 대해서 사과하지 않고 있지만 이는 다른 아시아 국가와는 다르게 빠르게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여 개발된 일본이 할 수 있는 당연한 수순이었다는 내용이다. 또한 미국이 초강대국이 된 것은 미국이 가진 지정학적인 절대적인 장점 때문이라고 하지만, 미국이 제 3세계와 원주민 그리고 심지어 자신의 동맹국이나 약소국에 했던 파괴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거나 변호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확실히 저자는 역사와 문명에 대해서 진화론적인 관점을 가져서 과학기술과 민주주의, 자본주의가 현재 인간이 이룬 문명의 최고조라고 보는 시선이 있다. 그래서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참사와 비극에 대해서는 굉장히 무관심하거나 '어쩔수 없지만 그래도 이를 통해 발전하였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민족주의와 공산주의를 가진 칠레의 알렌드와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강하고, 이후 등장해 두 국가에서 학살을 자행한 피노체와 수크라토에 대해서는 자본주의를 도입하고 서구사회 특히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였다며 동의의 목소리에 더 무게감이 실리는 것을 보게 될 때는, 내가 그렇게 좋아했던 <총, 균, 쇠>의 저자에 대한 약간의 실망을 하기도 하였다. 확실히 이 책에는 지정학 결정론과 진화적 문명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가장 좋은 즉 미국의 제도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제러미 다이아몬드의 생각이 녹아들어가 있다. <총, 균, 쇠>와의 느낌과는 매우 다른 책이며, 저자의 다양한 국가와 사회에 대한 경험과 생각 그리고 그들의 역사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본다면 재밌는 책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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